서명준 베를린자유대 정치사회언론연구소 연구원(언론학 박사)


빌레펠트 대학 과학기술연구소(IWT)가 전국 대학•연구기관 등 사회과학•자연과학•생명과학•공학•정신과학 등 5개 과학 분야로 분류해 총 7,460명의 학자•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IWT의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과학커뮤니케이션 현황 조사 연구는 다양한 과학 분야 학자들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매우 다양함을 보여 준다.



자연과 사회 현상을 해명하고 진단하며 나아가 미래 전망을 도모할 수 있는 과학에서 도출된 결과는 하나의 사회적 진리이다. 체계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과학은 사회 부분체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을 재생산시킨다.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사회 각 분야는 독자적인 체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언론학에서는 정치•경제•교육•문화•과학 등 각 사회체계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사회 전체의 유기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과학과 과학 외부 공중(公衆)의 커뮤니케이션이 과학커뮤니케이션(Wissenschaftskommunikation)의 내용이며 과학과 다양한 사회 집단의 관계는 지식 전달의 측면에서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 과학기술연구소(IWT)가 지난 1월 발표한 과학커뮤니케이션 현황 조사 연구는 다양한 과학 분야 학자들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매우 다양함을 보여 준다. 지난해 7월 26일부터 8월 8일까지 전국 대학•연구기관 등 사회과학•자연과학•생명과학•공학•정신과학 등 5개 과학 분야로 분류해 총 7,460명의 학자•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IWT의 온라인 설문조사는 1,357명이 설문에 응답하여 18.42%의 설문 회수율을 나타내 온라인 설문조사로는 비교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가장 자주 이용되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의 형식은 언론사 기자와의 질의•응답이다. 지난 한 해 응답자의 60%가 기자의 해당 과학 분야 질문에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7.5%는 지난해 자신의 연구와 관련하여 최소 1회 언론 보도자료를 냈다. 이는 기자와의 질의•응답에 이어 두 번째로 자주 이용되는 과학커뮤니케이션 형식이다. 이에 따라 언론을 통한 학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욕구는 많은 편이다. 응답자의 6분의 1은 정기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있었다. 반면 일간신문의 과학•학술 면이나 문예면 등 신문지면을 활용하는 경우는 뚜렷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3.9%만이 신문지면에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신문지면을 자주 활용한다는 응답은 10% 미만이었다. 대언론 기자회견이나 언론사 편집국에 연구 내용•결과를 송고하는 것은 매우 드문 편이다. 다만 응답자의 14.5%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중적 학술서적을 집필하는 방식으로 비전문가인 시민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있었다<표1>.

각종 심포지엄•포럼•토론회 등 시민 비전문가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은 공개 발표나 공개 강연 형태가 가장 자주 이용되었다. 설문 응답자의 80% 이상이 지난 2000년~2010년 최소 1회 공개발표•강연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 10년의 기간 동안에 28.1% 이상이 총 6회 이상 공개발표•강연을 했다. 다양한 기관•단체들의 대규모 행사와 어린이•청소년 대상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뒤를 잇고 있다<표2>.



과학자들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형태


정신과학자들의 61.4%는 아직 단 한 차례도 자신의 연구결과를 언론 보도자료 형태로 소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학 분야 응답자의 89.4%는 단 한 차례도 기자회견을 이용하지 않았다. 3분의 2가량은 신문지면에 발표한 바 없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1~5회 가량 신문지면을 통해 소통의 기회를 가졌다. 자신의 연구결과물을 언론사에 송고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응답이 87.1%로 나타났다. 21.2%가 1~2회 어린이•청소년 대상 발표회에 참여했지만 62.1%는 여기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35.6%는 1~2회 기관•단체들의 대규모 행사에 참여했다<표3>.



사회과학자들의 경우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도자료를 단 한 차례도 내지 않은 사회과학자는 55.4%로 나타났고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경우는 79.4%로 정신과학자에 비해 소통행위에 더 근접해 있다. 신문지면을 이용하지 않은 경우는 61.7%이고 1~2회 이용한 경우는 25.7%이다. 언론사에 연구결과물을 단 한 차례도 송고하지 않은 경우는 정신과학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84.6%이다.

어린이•청소년 행사 참여율도 정신과학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61.1%가 이런 행사에 전혀 참여한 바 없고 22.9%가 1~2회 참여했다. 32%는 자신이 속한 기관•단체의 대규모 행사에 1~2회 참여했지만, 40.6%는 이마저도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25.7%는 사회과학 분야 대규모 행사에 참여했지만, 57.7%는 전혀 참여한 바 없다<표4>.



생명과학과 자연과학•공학 등에서는 보도자료 발표가 연구결과물 소개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기관•단체의 대규모 행사 참여도 활발한 편이다.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어린이•청소년 행사에 참여하여 소통하는 경우 각각 50%가량이 1~5회를 보여 유사한 비율이었다. 언론에 연구결과를 송고하여 발표하는 것은 이 세 전공 분야 모두 1~5회가 11~14%를 나타내 낮은 편이었다. 생명과학과 공학 분야 학자들은 자연과학자들보다 신문지면을 더 자주 이용하고 있다<표5, 6, 7>.



커뮤니케이션 동기는 전공분야 책임감


독일 학자들의 과학커뮤니케이션 활동 시기는 주로 학문 경력의 후기에 활발해지는 편이다. 신진학자로서 학문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보다는 학문이 깊어지면서 자신의 연구결과물을 사회와 공유하려는 의지가 증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과학자들이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자연과학•정신과학자들의 매스미디어 출연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이공계 학자들의 매스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은 다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학자들의 과학커뮤니케이션 동기는 자신이 다루는 전공분야에 대한 책임감과 과학 발달에 기여하는 것인데, 시민 비전문가들에게 과학적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공 분야를 통틀어 설문 응답자의 62.5%는 중요한 과학적 주제에 대해 시민 비전문가들을 계몽하기 위해 시민과 소통하는 것이 자신의 도덕적 책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61.7%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의미가 자신이 다루는 전공분야 발달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견해인데<표8>, 독일 사회가 최근 다소 보수화되는 한편 경제주의가 강화되면서 연구개발 비용이 감소하는 시대에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연구의 사회적 필요성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과학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전공을 불문하고 절반가량이 시간 부족이라고 응답했다.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는데, 특히 예상과 달리 가장 많은 대규모 학술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자들의 70%가 커뮤니케이션 참여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연구업무 부담이 오히려 이러한 소통의 기회를 제약하는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적 주제와 관련하여 학자들이 시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동료 전문가들과 함께 잠재적인 후진 학자들이다. 특히 자연과학(83.5%)과 공학자들(90%)은 이러한 두 집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두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후진 양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분야라고 IWT 보고서는 지적했다. 독일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이번 조사연구는 결론짓고 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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