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혜 일본 학습원여성대 강사

일본 열도의 패닉 현상에 대해 주요 신문은 냉정을 잃지 않고 상호 격려해 갈 것을 제언하며, 모든 지면을 재해 상황에 관한 보도에 할애했다. NHK에서는 계속되는 여진과 쓰나미에 대한 경계를 환기시키며, 피난지에서 필요한 생활의 지혜 등을 전했다.


지난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쯤 마그니튜드(M) 9.0을 기록하는 종전 후 최대 규모의 지진이 일본 동북지방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했다. 대참사의 피해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해 가고 있다. 3월 17일 현재 아사히신문 석간에 따르면 사망자가 5,379명 이상, 행방불명자가 1만 6,826명 이상, 피난자가 42만 952명이다.

일본의 미디어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지진 피해라며 피해의 참상을 시시각각 전했다. 주요 피해 지역은 진원지인 미야기현 산리쿠,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는 후쿠시마•이와테 등을 중심으로 한 동북 지역이지만, 지진으로 인한 패닉 현상은 관동 지역을 포함해 일본 열도로 확산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지진 발생 후 일본 열도의 현상과 주요 신문의 사설, NHK의 재해 보도 체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일본 열도의 패닉 현상W

3월 11일 지진 발생 당일 도쿄 수도권 전역의 전철이 멈추고 귀가 난민이 속출했다. 통신망이 단절됨으로써 유선 전화, 휴대전화의 기능은 마비되었다. 기상청은 당초 지진 규모가 M 8.8이라고 발표하였으나, 13일 M 9.0으로 수정하였다. 이는 1995년 한신대지진(M 7.3)을 넘어서는 규모로,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최대 규모 재해라고 한다. 피해 지역의 라이프라인은 복구되지 못했고, 난민에 대한 식품과 기초생활품의 보급지원이 늦어지고 있다. 가솔린 부족과 교통 인프라의 마비로 인한 것이다. 또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4호기의 폭발과 방사능 유출이 발생하면서 피해지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전력 부족의 대책으로 도쿄전력이 발표한 계획정전은 수도권 전역에 패닉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14일부터 도쿄 23구를 제외한 계획정전을 발표하자마자 슈퍼와 편의점 등에서 쌀•물과 같은 생필품, 빵과 라면 등 임시 식료품을 비롯해 휴대 가스레인지, 건전지 등이 품절되고 가솔린이 매진됐다.

이러한 일본 열도의 패닉 현상에 대해 주요 신문은 냉정을 잃지 않고 상호 격려해 갈 것을 제언하며, 모든 지면을 재해 상황에 관한 보도에 할애했다.

NHK에서는 계속되는 여진과 쓰나미에 대한 경계를 환기시키며, 피난지에서 필요한 생활의 지혜 등을 전했다.


재해 피해 상황 보도에 전면 할애

지진 발생 다음 날인 3월 12일부터 발생 6일째인 17일까지 주요 전국지인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닛케이신문은 거의 전면을 재해지의 피해 상황 보도에 할애했다. 피해지 상황에 대한 정보는 산발적이고 신문에 따라 정보의 내용이 다르기도 했지만, 공통적으로 국가의 위기라 볼 수 있는 지진에 대해 전 국민의 상호이해와 협력, 재해 지역에 대한 우선적 물자 제공,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유출에 대한 대책, 정부의 신속한 대처, 정확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이 현실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논조를 보였다.

재해 지역에 대한 물자 보급과 지원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해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생필품의 집중 구입으로 인한 물자의 품절, 계획정전으로 인한 전기, 수도, 가스의 단절이 더욱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려에 대해 국민적 자제심을 요구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아사히와 요미우리는 정부의 뒤늦은 대책본부 결성과 대응, 도쿄전력의 설명 부족과 함께 실시된 계획정전으로 패닉 현상에 빠져든 수도권의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마이니치와 닛케이는 비교적 사실 그대로를 전하고,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국민의 상호협력 체제를 환기시켰다. 특히 마이니치는 미국,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적극 받아들이고, 계획정전에 대해서는 비판보다 정부와 도쿄전력이 연계 체제를 통해 진행할 것, 국민은 유례가 없었던 국가 최대 규모의 재해에 인내를 가지고 대응할 것을 제언했다.

NHK는 지진, 태풍, 화산의 분화, 집중호우의 피해가 잦은 일본 열도의 재해에 관하여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재해보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방송법은 ‘방송사업자는 국내 방송을 함에 있어서 폭풍, 호우, 홍수, 지진, 대규모의 화재 그 외의 재해가 발생,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발생을 예방, 또는 피해를 경감하기 위하여 도움이 되는 방송을 하여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NHK의 재해 보도

이러한 책무는 NHK뿐만 아니라 민간 방송국도 포함하여 모든 방송국에 부여된다. 이는 유한 전파를 점유하는 방송국의 시청자에 대한 책무로 인식되고 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재해로부터 지킬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재해대책기본법’에 NHK는 ‘지정공공기관’으로 되어 있다. 즉 ‘지정공공기관’이라는 것은 철도회사와 전화회사, NHK를 가리키며, 재해대책의 업무가 의무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도•부•현 지사와 시•정•촌장은 NHK에 재해로부터 시민을 지키기 위한 방송을 요청할 수 있게 되어 있다.

NHK는 기상청으로부터 자동적으로 송신되어 오는 레이더, 풍속계, 우량계 등의 정보에 따라 우량의 경우 지도상에 막대그래프로 알기 쉽게 표시하여 영상화하고 있다.

또한 생활에 대한 영향을 중시하여 비행기 운항 여부, 철도불통 여부 등을 화면상에서 표시하는 독자적인 정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태풍, 집중호후 등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예보가 가능하고 피해 발생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쓰나미가 발생하였을 경우 몇 분 내에 밀려올 것인가를 예측하여야만 한다. 따라서 지진 보도는 1초를 다투며, 이는 미디어 중에서도 방송만이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①전국을 152개 지역으로 나누어 진도 3 이상의 지역 명과 그 지역에서 관측된 최대의 진도를 ‘긴급진도’로 발생 후 2분 후에 발표한다. ②쓰나미 정보는 쓰나미가 오기까지 예상되는 시간과 지역, 쓰나미의 높이를 지진 발생 후 3분으로 발표한다. ③전국 300개 지역 이상에서 관측되는 개별 진도를 발생 5분 후에 발표한다.

기상청의 발표와 거의 동시에 NHK는 지진 속보를 전한다. 진도 1, 2의 경우 지역별로 대응하며, TV는 종합TV, 위성 제1 TV, 위성 제2 TV에 각각 자막이 표시된다. 진도 6 이상이면 종합, 교육, 위성 제1 TV, 제2, 하이비전방송, 라디오 제1, 제2, FM과 NHK의 모든 채널에서 임시 뉴스로 방송된다.

NHK는 전국 72곳에 독자적인 진도계와 컴퓨터를 설치하여 지진 발생 1분 후에는 지진 발생 정보가 들어오게 되어 있고, 곧바로 담당자가 지진 속보에 배치된다. 지진 발생 3분 후에는 쓰나미 경보와 주의보가 송신되어 오므로 지역 명과 쓰나미의 높이, 도달 예측 시간 화면이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며 방송되는 체계다.

수신료에 의해 유지되는 공공방송인 만큼 NHK는 재정적 안정을 확보하고 있어 민간 방송국과 달리 재해 발생 시 정규방송을 정지하고 재해 보도 방송으로 바꾸어 보도한다. 재해 보도에서 시청자의 신뢰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진과 자연재해가 빈번한 일본에서 NHK의 재해 보도 역할이 크다는 점을 NHK 자체적으로도 인식하고 있으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 위기라 일컬어지는 이번 동일본 대지진에서는 정보가 혼선을 빚고, 통신이 두절된 가운데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안부를 전하고, 물품 구입이 가능한 곳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인터넷 미디어의 활약이 돋보이기도 했다. 반면 인터넷을 통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전력 부족에 대한 계획정전과 물류 부족은 4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 정부의 뒤늦은 대응, 도쿄전력의 계획정전, 식품 매진 등에 따른 대중의 패닉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교통 인프라 복구와 피해지에 대한 구조지원의 길이 순조롭지는 않지만 점차적으로 냉정을 되찾고 있는 듯하다. 주요 신문을 비롯한 미디어는 수도권 지역 방사능 피해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오피니언과 사설란을 통하여 국민의 고통 나누기와 미증유의 재해에 대한 국가적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것, 정부의 국민 지원에 대한 적극적이고 명확한 대책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또한 기술 강국이라는 자부심도, 이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일본의 안전신화가 붕괴되었다는 각성도 엿보이고 있다.

국민이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피해상황과 라이프라인에 대한 정보 공개가 숨김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 혼란과 패닉 현상은 나타나고 있지만 침착성을 찾아가고 있으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가려는 공동의 노력이 보이는 듯하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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