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우 KBS 기자


뉴스코퍼레이션은 BskyB 지분율을 현재의 39%에서 10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skyB를 완전히 소유한 다음 공격적인 경영 활동을 펼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신문과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경쟁 신문사들과 언론단체들이 언론의 다원성을 해치는 계획이라고 반발하여 이 문제는 영국 미디어 업계의 최대 이슈로 부각돼 왔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결국 BskyB(British Sky Broadcasting Group)를 완전히 소유하게 될 것인가? 최근 영국의 미디어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핵심 이슈다. 이미 영국 최고 부수의 대중지 ‘더 선’과 전통을 자랑하는 신문 ‘더 타임스’ 등을 소유하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이 BskyB까지 완전히 소유하게 된다면 ‘언론의 다원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뉴스코퍼레이션이 BskyB를 완전히 소유하는 조건으로 BskyB의 핵심 채널이라 할 수 있는 sky NEWS의 분리를 약속하고 이 사안의 주무 장관인 제러미 헌트 문화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뉴스코퍼레이션의 BskyB 완전 소유는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이제 자문위원회의를 거쳐 영국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는 절차만 남았다. 다른 신문사들이 여전히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뉴스코퍼레이션의 BskyB 완전 소유는 사실상 거의 이뤄졌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BskyB, BBC의 매출액을 뛰어넘는

영국 최대의 방송사

BskyB(British Sky Broadcasting Group)는 위성TV 사업자이면서 인터넷 통신 사업자인 동시에 위성과 케이블 TV에 송출되는 채널 10여 개를 갖고 있는 방송사다. 즉 SO이면서 동시에 PP인 것이다. 2010년 3월 기준 영국 전체 가구의 약 35%인 930만 가구를 시청 가구로 확보하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분명 상당히 높은 수준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매체 영향력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케이블 TV나 IPTV를 통해 BskyB의 채널을 시청하는 가구 수도 상당한 데다 이 회사가 방송하는 채널이 전부 영화, 드라마, 쇼, 스포츠, 뉴스 등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4개의 스포츠 채널을 통해 영국 최고의 스포츠인 프리미어리그 축구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3D 전용 채널을 만들기도 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방송사는 공영방송 BBC지만 BskyB는 BBC의 매출액을 뛰어넘는 영국 최대의 방송사다. 현재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39%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루퍼트 머독의 둘째 아들 제임스 머독이 회장을 맡고 있다.

‘지구촌의 정보 통신부 장관’, ‘비도덕적인 악덕 자본가’라는 평을 동시에 듣는 루퍼트 머독, 그가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은 방송과 신문, 출판과 영화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780여 종의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코퍼레이션은 영국 내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해 영국 신문 시장의 37%를 점유하고 있다. 하루 발행 300만 부로 영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신문이라는 대중지 ‘더 선’과 전통의 신문 ‘더 타임스’, 주말 신문인 ‘뉴스 오브 더 월드’와 ‘선데이 타임스’가 뉴스코퍼레이션 소속이다.

지난해 6월 뉴스코퍼레이션은 BskyB 지분율을 현재의 39%에서 10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skyB를 완전히 소유한 다음 공격적인 경영 활동을 펼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신문과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영국 최대의 신문사 그룹이 영국 최대의 방송사를 완전히 소유하겠다는 계획을 사회가 환영할 리 없다. 경쟁 신문사들과 언론단체들이 언론의 다원성을 해치는 계획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는 영국 미디어 업계의 최대 이슈로 부각돼 왔다. BskyB와 유료TV 시장, 인터넷 사업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BT, 그리고 뉴스코퍼레이션의 신문사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간지인 데일리 메일, 데일리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은 뉴스코퍼레이션의 계획이 공정 경쟁에 어긋나고 언론의 다원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 관문은 통과, 2차 관문 통과도 임박

뉴스코퍼레이션이 BskyB를 완전히 소유하기 위한 길에는 2개의 관문이 있다. 첫 번째는 ‘BskyB 완전 소유’로 바뀌게 되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가 미디어 시장의 ‘공정 경쟁’을 해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아야 하고, 두 번째는 ‘언론의 다원성’을 침해하지 않아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받아야 한다. 첫 번째 관문의 판단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하고, 두 번째 관문의 판단은 영국 정부에서 한다.

현재 뉴스코퍼레이션은 첫 번째 관문을 넘어 두 번째 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 경쟁을 해치지 않는다는 평가는 이미 지난해 12월에 받았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면서 경쟁 담당 집행위원인 호아킨 알무니아는 논의 끝에 “뉴스코퍼레이션의 BskyB 인수가 경쟁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한다”며 뉴스코퍼레이션의 손을 들어 줬다.
 
문제는 두 번째 관문이었는데 처음엔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주무 장관이었던 빈스 케이블 산업부 장관이 뉴스코퍼레이션의 영향력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스 케이블이 유권자를 가장해 접근한 영국 일간지 기자 앞에서 “내가 BskyB를 장악하려는 머독의 시도를 저지하겠다. 머독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한 육성 녹음이 지난해 12월 BBC를 통해 보도된 후 뉴스코퍼레이션에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장관이 객관적이지 않고 사적인 감정으로 가부를 결정하려 한다”는 여론의 비난이 잇따르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주무 장관을 문화부 장관인 제러미 헌트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주무 장관이 된 제러미 헌트는 지난 1월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뉴스코퍼레이션과 BskyB를 각각 접촉하고 우리의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오프콤(Ofcom), 공정거래청(Office for Fair Trading)에 잇달아 자문했다. 개별 매체의 이해관계가 크게 부딪치는 사안인 데다 주무 장관 교체라는 파동을 겪었기 때문인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제러미 헌트가 뉴스코퍼레이션에 요구한 것은 사실상 한 가지다. BskyB를 완전히 갖고 싶으면 언론의 다원성 침해를 걱정하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24시간 뉴스채널인 sky NEWS 분리 방안은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다. 몇 차례의 수정을 거친 끝에 뉴스코퍼레이션은 최종 안을 2월 16일 정부에 제출하고, 제러미 헌트는 3월 3일 이 계획을 받아들였다.

제러미 헌트가 받아들인 뉴스코퍼레이션의 sky NEWS 분리 방안은 대략 이렇다. 일단 sky NEWS를 운영할 새로운 주식회사를 세워 상장한다. 회사의 이름은 뉴코(Newco)로 하고 새로운 회사의 지분 비율은 현재 BskyB 지분 비율을 따른다. 이에 따라 BskyB 지분 39%를 갖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은 분리되는 sky NEWS의 지분도 39%를 갖는다. 뉴스코퍼레이션은 독립된 예산으로 운영되며 독립된 경영진과 회장을 선임한다. BskyB로부터의 편집권 독립도 보장한다.

제러미 헌트 문화부 장관은 “sky NEWS를 분할하겠다는 뉴스코프의 제안은 언론의 다양성에 관한 우려를 상쇄시켜 줄 것”이라며 “이대로 실행되면 sky NEWS의 주주는 변하지 않는 대신 sky NEWS는 지금보다 뉴스코퍼레이션으로부터 더 많은 독립성을 갖게 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쟁 매체들,
“속보이는 속임수, 완벽한 눈속임”

하지만 다른 언론 매체들은 sky NEWS 분리 방안이 속보이는 속임수이자 완벽한 눈속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 최대의 통신 사업자인 BT와 데일리 메일, 데일리 텔레그래프, 가디언으로 구성된 ‘뉴스코퍼레이션의 BskyB 인수를 반대하는 매체 연합’은 뉴스코퍼레이션이 BskyB를 완전히 소유하게 됐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하나도 불식되지 않은 방안이라고 평가하며 ‘속보이는 속임수’, ‘완벽한 눈속임’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sky NEWS 분리 방안이 언론의 다원성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1981년에 뉴스코퍼레이션이 선데이타임스와 더 타임스를 인수할 때 편집권 독립을 위해 만들었던 비슷한 조치들이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이미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이번의 분리 방안 역시 전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분리되는 sky NEWS의 경영진을 독립적으로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BskyB로부터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독립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편집권 독립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반대 매체 연합’은 이와 함께 뉴스코퍼레이션이 막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사 매체에 경쟁사의 광고를 금지한다거나 TV와 인터넷, 신문을 묶어서 싸게 파는 상품을 내놓아 다른 매체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제러미 헌트 문화부 장관의 결정을 철회한 뒤 경쟁위원회(Competition Commission)에서 철저한 조사에 나서게 해 줄 것을 촉구했다. 법적인 대응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스코퍼레이션의 BskyB 완전 인수의 최종 결정은 총리가 하게 돼 있다. 현재는 주무 장관인 문화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상태에서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치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 매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의 재검토를 잇달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뒤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도 있지만 늦어질 수도 있다. 만일 총리가 최종 승인을 하게 되면 뉴스코퍼레이션은 BskyB의 잔여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과 가격 협상에 나서게 된다.

뉴스코퍼레이션이 지난해 주당 700파운드에 인수하겠다고 한 제안은 주주들로부터 한 차례 거부됐기 때문에 인수 가격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시티그룹은 뉴스코퍼레이션이 최소한 주당 850파운드는 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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