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일본 대지진으로 본 한ㆍ일 재난방송 시스템

이연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NHK 지진속보는 보도국 재해・기상센터가 기상청으로부터 속보를 받음과 동시에 뉴스센터의 그래픽 컴퓨터는
3초 이내에 수신 속보를 그래픽으로 처리해 원 버튼으로 재난방송을 할 수 있다. NHK는 전국적으로 73개의 지진계를
독자적으로 설치해 30초에서 1분 간격으로 감지한 관측 자료를 리얼타임으로 송신하는 전자동 속보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구가 끊임없이 지각변동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지표면에 발을 붙이고 살고 있는 인간은 너무나도 미미한 존재임을 실감한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재난의 규모도 대형화될 수밖에 없고 재난의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비책도 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인의 시민의식, NHK의 역할 커

지난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쯤 후쿠시마(福島) 지역을 중심으로 도호쿠 지방에 M9.0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사상자는 무려 3만여 명 정도에 이르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쓰나미가 발생하고, 원전 사고로 방사능이 대량으로 유출됨에 따라 일본은 사상 최대의 국가적인 복합 재난에 부닥쳤다. 그럼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일본인들의 시민 의식에 대해 외신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의 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4월 14일자 칼럼에서 “인류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일본이 보여 줬다. 일본의 시민 의식은 인류의 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며 재난에 대비한 일본인들의 철저한 질서 의식과 시민정신, 그리고 침착한 국민성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지진은 기존의 방재 매뉴얼을 훨씬 뛰어넘는 재난으로 이러한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번 재난에서 일본인들을 진정시키는 데는 무엇보다 강력한 호소력을 지닌 NHK 재난방송의 역할이 컸다. 특히 리더십 부족을 드러낸 일본 정부는 휘청거렸지만 NHK의 재난방송은 더욱더 빛났다.

NHK 재난방송,
보도국 ‘재해・기상센터’가 전담

일본은 방송법 제6조 2항에 의해 재난방송 주관사를 NHK로 지정하고 있다. NHK 재난방송은 사실상 보도국의 ‘재해・기상센터’가 전담하고 있다. 재해・기상센터에서는 전담요원 10여 명을 포함해 46명의 보도국원들이 재난방송을 담당하고 있다. 지진 속보의 경우 NHK 보도국 재해・기상센터가 기상청으로부터 ‘일보’(一報)를 받음과 동시에 뉴스센터(사회・특보)를 기점으로 해서 긴급 연락망에 따라 각 부・국에 연락한다. 연락을 받은 관련 각 부・국에서는 ‘동원 계획’에 따라 동원을 한다.

NHK의 경보방송에 대한 도쿄 본부의 방송 방침은 기상경보(폭풍우, 폭풍설, 폭우, 대설, 높은 파고, 홍수, 파랑에 관한 경보)는 원칙적으로 전국 중계는 하지 않는다. 다만, 정규방송 중에 경보가 발령했을 때에는 도쿄 로컬로 스크롤(자막) 방송을 하고, 정규방송 종료 후 발령 지역이 광범위할 경우나 큰 피해가 예상될 때만 도쿄 로컬로 방송한다. 해일경보의 경우 정규방송이나 방송 종료를 불문하고 NHK가 소유하고 있는 8개 채널(TV-2波, Radio-3波, BS-3波) 모두를 사용해 전국 중계로 임시 뉴스 방송을 한다. 이때는 경보방송이 나가기 이전에 먼저 차임벨을 울려서 시청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특히 고령자 등 노약자들도 듣기 쉬운 차임벨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NHK 지진속보는 NHK 보도국 재해・기상센터가 기상청으로부터 속보를 받음과 동시에 뉴스센터의 그래픽 컴퓨터는 3초 이내에 수신 속보를 그래픽으로 처리해 원 버튼(버튼 한번 누르면)으로 재난방송을 할 수 있다. 원고를 손으로 쓰면 3분 이상 걸리지만 3초 이내에 원고가 자동 표시, 자동 번역되어 아나운서는 버튼을 누르고 읽으면 된다.

일본에는 진도 3 이상일 경우에는 지진속보 방송을 한다. 도쿄와 전국 8개의 거점 방송국에서 재난방송을 하게 된다. NHK는 전국적으로 73개의 지진계를 독자적으로 설치해 30초에서 1분 간격으로 감지한 관측 자료를 도쿄 ‘재해기상센터’에 리얼타임으로 자료를 송신하는 전자동 속보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통신위성(CS・Communication Satellite)을 이용한 현장의 CSK(CS중계차 89곳)와 방송국을 통신위성으로 연결해 중계방송을 한다. 전국 460곳에 24시간 원격 조종이 가능한 로봇 카메라를 설치했다. 재해현장 주변 영상은 ADSL 회선을 사용해 언제 어디서든지 송출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번 후쿠시마 참사 속보는 전국 방송, 즉 텔레비전의 경우에는 지도에 자막이 붙은 슈퍼임포즈(superimpose)로 다양한 영상과 문자로 재해현장 상황을 빠르게 전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속보는 전국 방송, 즉 텔레비전의 경우에는 지도에 자막이 붙은 슈퍼임포즈로
다양한 영상과 문자로 재해현장 상황을 빠르게 전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8개 채널 모두 재해방송 전환

NHK의 재해편 신방송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평소에는 여러 채널이 자유롭게 방송하지만, 일단 재해가 발생하면 8개 채널 모두 재해방송으로 전환한다. 특히 지진이나 쓰나미의 경우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 예를 들면 지진・쓰나미 속보는 TV와 라디오로 한다. 진도 3 이상은 전국방송(TV는 문자 슈퍼임포즈, 라디오는 음성으로)을 시작하고, 진도 6 이상은 전 채널이 방송을 중지하고 임시 뉴스를 시작할 수 있다. 단, 상황에 따라서는 진도 5에도 뉴스를 개시할 경우가 있다. 또한 쓰나미의 경우는 쓰나미 경보만으로도 통상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경보방송을 개시한다.

취재와 방송에서 피재자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을 생각하고, 피난소에서 취재를 할 때 피재자의 프라이버시를 배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 외 피재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등의 취재 태도는 삼가야 한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보았듯이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는 인간의 오감으로는 직접 감지할 수 없는 방사능 위협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자력 사고는 사태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외부 방출, 주민의 피난, 혹은 옥내 피난 권고라고 하는 정보는 될 수 있는 한 실시간으로 전하게 했다. 특히 피난이나 옥내 피난이 권고된 구역(방호대책구역)에 들어가서 취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한다. 사고시설 주변의 취재는 포켓 방사선 측량계를 휴대하는 등 충분히 안전에 주의하게 한다.

1999년 이바라키 현 도카이무라(東海村)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이 시행되어, 원자력에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총리대신이 ‘원자력긴급사태’를 선언하고 국가가 주도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또 원자력 시설 부지에서 방사선량이 일정 기준치를 넘어서는 사태가 발생하면 국가나 자치단체는 경계태세에 들어가고, 즉시 슈퍼임포즈로 속보를 내보낸다. 또 이상 사태가 점점 확대되어서 ‘원자력긴급사태’가 선언되면, 총리대신이나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해서 ‘긴급대책 구역’이나 ‘옥내 대피’ ‘음식물 섭취 제한’ 등 필요한 조치, 주의사항 등을 전한다.

보도, 방재, 부흥 기능 균형 있게

재난방송은 피해 상황이나 재난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단순한 ‘보도의 기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공포나 불안 등으로부터 혼란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진정시키는 대피정보나 안부정보, 생활정보 등을 전달하는 ‘방재의 기능’도 있다. 또 재난 발생의 문제점들을 추적 보도한다든가 복구나 부흥 등 새로운 건설을 꾀하는 ‘부흥의 기능’이 있다.

그런데 재난방송은 <그림>과 같이 3개의 기능 영역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재난발생 당시는 사람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당황하고 흥분하여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과 같이 재난방송은 ①보도의 기능(1단계) ②방재의 기능(2단계) ③부흥의 기능(3단계) 순으로 단계별로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재난방송의 순서가 단계를 뛰어넘어 뒤바뀌는 경우가 있다. 재난방송에서 이 세 가지의 기능은 균형 있게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다.

2007년 태안반도 ‘허베이 스피릿호 원유유출 사건’은 균형 잃은 재난보도였다. 이 사건의 경우는 NGO들이 기름을 닦는 장면인 ③부흥의 기능(복구정보)만 너무 보도한 나머지 피해 당사자인 어민들의 피해대책이나 생계자금지원 등에 관해서는 소극적인 재난보도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균형 잃은 재난보도는 아직까지도 피해 보상이나 배상 문제가 미해결로 남는 원인을 제공했다.

24시간 재난방송 시스템 구축 시급

KBS는 우선 보도국 내에 일본의 재난・기상센터와 같은 독립된 재난방송 전담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24시간 언제라도 재난방송을 할 수 있는 재난방송 시스템 신설이 시급한 과제다. 재난방송의 노하우는 전문 인력 양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장・단기적인 계획으로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최소한이라도 3교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10여 명 내외의 기본적인 재난방송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재난방송과 관련된 예산도 확보돼야 한다. 평소에도 사원들에 대한 정기적 재난방송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NHK를 보면 방재의 역량은 재난 전문가들로 구성된 방재 교육과 훈련에서 나온다.

정부도 KBS에 대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지만, KBS 또한 지금까지의 대응 자세에서 벗어나 ‘재난방송 선진화’를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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