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 지역 취재 실태와 개선 방안

김재명
성공회대 겸임교수


외국의 주요 언론사들, 이를테면 미국 CNN이나 뉴욕타임스, 영국 BBC와 로이터(Reuters) 같은  언론사들은 그들
나름의 매뉴얼을 구축해놓고 해마다 문제점을 보완해가면서 업데이트 작업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저
언론사들은 취재기자를 위험지역에 파견하기에 앞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숙지시키는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역사는 피로 기록된다는 말이 있듯이 인류사는 전쟁사라고 한다. 현대전쟁의 기록자는 기자이다. 빠른 교통수단, 위성통신, 그리고 총 대신 컴퓨터라는 첨단장비로 무장한 기자들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고객(독자, 시청자)들에게 총성과 폭음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디어 업계의 무한경쟁은 분쟁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경우 기자들은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분쟁의 한복판으로 남들보다 한 발 가까이 다가서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기자들이 귀한 목숨을 잃거나 몸을 다치는 궂은일을 겪는다.

취재기자 위협하는 현대전쟁의 특성

그렇다면 21세기의 세계에서는 기자들이 취재를 떠나야 할 전쟁이 얼마만큼 벌어지고 있을까. 전쟁과 군비・군사 분야 연구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싱크 탱크인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해마다 발표하는 <군비・군축・국제안보 연감> 2010년판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교전 쌍방 합쳐 1년 동안에 1,000명 넘는 희생자’를 낳은 전쟁이 해마다 15개 넘게 벌어지고 있다(2009년 17개, 2008년 16개, 2007년 14개, 2006년 17개, 2005년 17개, 2004년 19개, 2003년 19개, 2002년 21개, 2001년 24개, 2000년 25개). SIPRI 전쟁 통계로 미뤄보면, 앞으로 몇 년 동안에도 1,000명 이상의 희생을 낳는 전쟁들이 해마다 15개 안팎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전쟁들을 모두 취재하자면 미디어의 전쟁취재 부서는 매우 큰 조직이 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쟁 취재는 선택적,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력도 부족하고 그만큼 위험도가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는 현대전쟁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21세기의 전쟁들은 국가끼리의 국제전보다는 주로 한 국가 안에서 이질적인 정치군사 집단들끼리 벌이는 내전의 양상을 보인다. 2003년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인 것이나, 남아시아의 인도-파키스탄 두 나라가 영유권을 둘러싸고 만성적인 분쟁을 벌여온 카슈미르, 그리고 이스라엘의 식민통치에 맞서 싸우는 팔레스타인의 경우를 빼면 대부분이 내전이다.

국제전이라 하더라도 교전세력이 두 지역으로 확실하게 나뉘어져 대치전선에서 전투를 벌이기보다는 도시게릴라전의 혼전 양상이 많다. 장거리 공격무기가 발달돼 전방과 후방을 가릴 것 없이 무차별 공습을 해댐으로써 전투원 사상자보다는 민간인 사상자가 더 많은 것도 현대전쟁의 한 특징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전반기 전세계 분쟁지역에서 죽은 희생자 550만 명 가운데 75%가량이 비전투원이다. 21세기 전쟁의 한 특징인 폭탄테러 공격도 빼놓을 수 없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등 분쟁지역 곳곳에서는 폭탄테러가 한 때는 거의 일상적으로 벌어져 왔다.

이러한 현대전쟁의 특성(국제전보다는 내전, 정규전보다는 게릴라전, 무차별 공습과 테러, 민간인 사상비율 증가)은 로마시대나 중세시대의 고전적인 전쟁에 견주어 취재기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를 크게 높이는 요인들로 작용한다. 전선이 따로 없는 전쟁에서는 어디서 총알이 날아들지 모른다. 지나는 길에 바로 옆에서 폭탄차량이 터질 수 있다. 취재장비를 든 기자가 무기를 든 적으로 오인돼 총알세례를 받은 일도 흔하다. 현대전쟁의 게릴라전 성격과 테러전술, 공습 등은 전쟁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해마다 40명 이상 희생
국제뉴스안전협회(The International News Safety Institute, 약칭 INSI)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들어 취재 중 사망한 기자는 전세계적으로 22명에 이른다. INSI는 기자의 취재여건이 날로 악화되는 현실을 우려한 국제기자연맹(IFJ)과 국제기자협회(IPI)가 함께 손을 잡고 지난 2003년에 출범시킨 조직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INSI는 위험지역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교환, 교육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펴고 있다. 취재기자의 안전을 목표로 지난 1981년에 출범한 또 다른 조직이 기자보호위원회(The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약칭 CPJ)이다. CPJ는 2011년 들어와 죽은 기자 숫자를 16명으로 집계하고 있다(앞서 INSI의 집계에는 기자뿐 아니라 스태프 요원들까지 포함시킨 것이라 희생자 숫자가 6명 더 많다).

CPJ가 집계한 16명의 희생자 가운데는 중동 아랍시민혁명 진통에 따른 유혈사태를 취재하다가 죽은 기자들도 포함돼 있다. 리비아에서는 지난 4월 20일 미수라타 지역에서 2명의 프리랜서 기자가, 3월 13일엔 벵가지 부근에서 알자지라 방송사 기자가, 3월 19일엔 벵가지에서 리비아 알-후라 TV 기자가 각각 죽임을 당했다. 민주화 유혈시위가 벌어졌던 이집트와 예멘, 튀니지에서 각기 1명씩, 그리고 바레인에서 2명의 기자가 유혈사태 취재 중에 순직했다. 이라크에서도 올해 들어 3명의 기자가 죽임을 당했다. 

올해엔 특히 중동지역이 민주화의 몸살을 앓으면서 기자들의 희생을 강요했지만, 지구촌의 만성적인 분쟁지역들은 늘 언론인들의 목숨을 노려왔다. CPJ에 따르면, 옛소련이 무너지고 동서냉전이 막을 내린 직후인 1992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죽임을 당한 기자는 모두 861명에 이른다. 1년에 평균 40명 이상이 희생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자들이 죽은 곳은 이라크로 149명에 이른다. 이라크는 제1차 걸프전쟁(1990년)과 제2차 걸프전쟁(2003년), 그리고 뒤이은 혼란 속에 전세계 메이저 언론사들이 저마다 특파원들을 보내면서 많은 희생자를 냈다.

지난 2003년에 국제기자연맹(IFJ)에서 펴낸 ‘언론인을 위한 생존 가이드’(A Survival Guide for Journalists),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장에 선 기자, 위험지역 취재 가이드’란 이름으로 번역 소개했다.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 그런 게 있나?”
이라크 다음으로는 이슬람 분리주의자들과의 교전으로 몸살을 앓아온 필리핀(71명)을 비롯해, 알제리아(60명), 러시아(52명), 콜롬비아(43명), 파키스탄(35명), 소말리아(34명), 인도(27명), 멕시코(25명), 아프가니스탄(22명), 터키(20명), 보스니아(19명) 스리랑카(18명), 르완다(17명), 시에라리온(16명), 이스라엘-팔레스타인(10명), 앙골라(10명) 순이다. 위의 지역들은 대부분 내전 또는 국제전을 벌였거나 지금도 진행 중인 곳들이고, 멕시코는 ‘마약과의 전쟁’,  콜롬비아는 마약전쟁과 내전이 복합적으로 얽힌 분쟁지역이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현대전쟁은 내전이 대부분이고 전선이 분명치 않은 도시게릴라전쟁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취재기자들의 안전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람 목숨이 하늘에 달렸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다고 분쟁지역 취재를 떠나는 기자들의 목숨을 운명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능한 대로 안전망을 구축해 놓고 그 범위 안에서 취재활동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망’이란 위험지역의 취재과정에서 생겨날지 모를 비상사태를 막으려면 어떤 점들을 유의해야 하는가, 실제로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기본 지침을 가리킨다. 이른바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이다.

외국의 주요 언론사들, 이를테면 미국 CNN이나 뉴욕타임스, 영국 BBC와 로이터(Reuters) 같은  언론사들은 그들 나름의 매뉴얼을 구축해놓고 해마다 문제점을 보완해가면서 업데이트 작업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메이저 언론사들은 취재기자를 위험지역에 파견하기 앞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숙지시키는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CNN은 분쟁지역에 파견된 이력을 대상으로 적지적응훈련(Hostile Environment Training)을 실시한다. 피교육자는 1주일 이상 이어지는 교육과정에서 파병되는 군인들이 받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현지적응훈련을 받는다. 영국 BBC도 1주일의 교육과정을 실시하는데, 기자들은 안전장비와 무기에 대한 기본지식은 물론이고 납치됐을 때의 행동 지침 등을 교육받는다. 로이터도 CNN, BBC와 마찬가지로 안전교육을 의무로 규정해, 업무에 쫓겨 교육을 받지 못한 기자는 아예 분쟁지역 파견대상에서 뺀다고 못 박고 있다.

국내언론사 가운데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운용하는 국내 언론사는 거의 없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몇몇 언론사의 중견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 그런 게 있나요?”라고 되레 묻는다. 신문사는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의 불모지대이고, 그나마 방송사 가운데 KBS가 느슨한 형태의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을 가동 중이다.

KBS는 지난 1999년 히말라야 캉첸중가 봉(해발 8,586m) 등반을 취재하던 기자가 숨진 사건이  계기가 돼 회사와 노동조합이 협의를 거쳐 2000년에 만든 ‘위험지역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면서 이 매뉴얼은 계속 업데이트 됐고 분량도 제법 많아졌다. 인쇄된 책의 형태가 아니라, 컴퓨터의 파일 형태다. KBS 직원은 사내 전산망에 접속해 관련 부분을 찾아볼 수 있지만, 외부에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KBS의 ‘가이드라인’은 △취재 준비단계부터 △취재단계 △취재 후 정리단계 등 3부분으로 나눠 각 단계별 준수사항과 행동요령, 그리고 위험지역의 비상연락망과 장비 목록, 응급처치 요령 등을 명시해 놓았다. ‘가이드라인’은 위험지역을 3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1급 위험지역은 전쟁이나 폭동, 해발 5,000m 이상 산악지대와 오지•열대림•남북극 지역으로, △2급 위험지역은 방사능 유출사고나 지진발생•화산폭발 지역으로, △3급 위험지역은 일반적인 자연재해 지역 등이다. 등급에 따라 위험수당이나 만약의 사고에 대한 대응방식도 달리하고 있다.
 
1급 위험지역 취재의 경우, KBS 가이드라인은 팀원을 구성하는 단계에서 출장 명을 일방적으로 내리는 하향식이 아니라, 당사자가 위험지역 취재를 할 뜻이 있는지 먼저 묻도록 한다. 아울러 출장기간도 20일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비상연락용 위성전화를 비롯한 통신장비가 제공된다. 안전장치의 일환으로 높은 수준의 보험에 들고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제응급의료서비스(International SOS)에 가입하는 것도 명시돼 있다.

MBC는 KBS와 마찬가지로 지난 2000년부터 ‘재난 방송 취재 가이드라인’을 운용해왔지만, KBS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형태다. 그동안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개인적으로 위험지역 취재 노하우를 알려주고 교육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 일어난 일본 쓰나미와 원자력발전소 위기가 터지자, 현지에 파견된 일선취재 기자들은 당혹감을 느꼈고 위험지역 취재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MBC 노동조합에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 시급하다’는 글을 MBC 보도국 내부망에 띄운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MBC 노조는 이 글에서 “국내 언론사들은 기자들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현장에 투입하는 취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각 언론사들은 재난보도 현장에 기자들을 파견하기 전에 안전대책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문화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BC는 현재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몇몇 뜻있는 기자들이 초안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형태도 매뉴얼이란 형태로 할 것인지, 아니면 회사에 대한 건의안 정도로 할 것인지는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로이터의 매뉴얼,
“어떤 기사도 생명보다 가치 낮다”

한국의 언론사들도 외신에 의존하던 과거와는 달리 위험지역 취재를 위해 기자를 보내는 일들이 훨씬 많아졌다. 특히 2000년대 들어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동티모르, 레바논 등지에 한국군 파병이 이뤄진 뒤 위험지역 취재는 봇물을 이루었다. 그 무렵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9개 언론사 기자들에게 영국의 사설 안전교육기관(센추리온 리스크 어세스먼트 서비스)에서 위험지역 취재연수를 받도록 후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국내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은 낯익은 용어가 아니다. 개개의 위험지역이 지닌 특성이 다른 만큼 아무리 정교하게 매뉴얼을 작성한다고 해서 위험을 모두 피해나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자 개인의 경험과 행운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국의 로이터(Reuters) 통신사가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의 일환으로 펴낸 ‘저널리즘 핸드북’은 국내언론사들도 참조할만한 일반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 이 핸드북은 ‘(외부의) 위협들, 위험한 상황과 사건들의 대처 방안’(Dealing with threats, dangerous situations and incidents)이란 제목 아래, 기자가 위험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경우 도움이 될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이를테면, 정치적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에게 납치돼 인질로 잡혔을 경우의 대처방안 등이다. 또한 이 핸드북은 로이터 기자를 위험에 빠뜨려 뭔가 이득을 얻으려는 위험세력에게 언론사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목적도 지녔다. 핸드북의 주요내용을 일부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언론인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기사나 사진도 생명보다 가치가 높을 수 없다. 어떤 언론인도 위험한 임무를 거부했다고 징벌을 받아선 안 된다.

△위험지역에서 혼자 움직이지 말고 차량을 타고 갈 때도 그 지역의 어느 곳이 위험한 지를 잘 아는 현지 운전기사와 함께 움직여라.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취재 차량(press car)임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해두라. 정규군 부대와 함께 있지 않는 한 군용 차량을 타고 여행하지 말라.

△취재팀 중에 누군가는 현지 언어에 능통해야 한다. 만약 현지 언어를 모른다면, ‘외국 언론사’, ‘언론인’, ‘친구’ 등과 같은 핵심 언어를 알아두라. 현지의 중요한 깃발과 표식, 소리 신호와 몸짓을 익혀두라.

△카메라 기자는 취재대상에 더욱 다가서야 할 필요가 있지만, 취재경험을 살려 카메라 촬영지점을 잘 잡아야 안전도를 더 높일 수 있다.

△군인들의 사진을 찍기 앞서 그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군인들이 카메라 장비를 무기로 오인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마라.

△무기를 들고 다니지 말고, 무기를 든 저널리스트와도 함께 다니지 말라.

△사람들이 위협적인 태도로 나오는 상황에 부딪히면 차분히 대응하라. 공격적이거나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긴장된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담배나 다른 작은 사치품들을 갖고 다녀라.

△종군기자로 군복을 입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언제나 민간인 복장을 하고 군복을 입지말라. 전투지역에서는 헬멧이나 방탄복을 입어라. 생화학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들어간다면 가스 마스크와 적절한 보호복을 입어야 한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당신의 혈액형과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기록한 자료를 갖고 다녀라. 

△위험지역 취재는 정신적 상처를 입히기 마련이다. 위험지역 취재를 다녀온 다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망설이지 말라. 
국제기자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약칭 IFJ)이 지난 2003년에 펴낸 ‘언론인을 위한 생존 가이드’(A Survival Guide for Journalists)도 위험지역 취재를 떠나는 기자들이 참조할만한 자료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3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장에 선 기자, 위험지역 취재 가이드’란 이름으로 번역 소개한 바 있다. 이 소책자에는 위험지역으로 떠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와 챙겨가야 할 장비들, 일상적 취재활동에서 생길 수 있는 비상상황에서 여러 유용한 정보들이 실려 있다. 총격의 표적이 되는 경우나 무장세력에게 납치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목숨을 건질 수 있는가, 자칫 전투원으로 오인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몸을 다쳤을 때 응급처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이다.

매뉴얼로 위기 대처 능력 키워야
물론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이 만능처방약은 아니다. 매뉴얼을 숙지한다 해도 막상 현장에서 위급상황에 부딪힐 경우 미처 매뉴얼대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지난 2000년 봄 필자가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 취재를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곳에선 다이아몬드 광산을 장악한 반군 혁명연합전선(RUF)이 평화협정을 맺고도 무장해제를 거부한 채로 유엔평화유지군(UNAMSIL)과 대치하고 있었다.

현지에 머물면서 유엔 헬기를 타고 시에라리온 중부의 반군 출몰지역을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 꼭 한 달 뒤에 비극적인 사건이 터졌다. AP통신 소속 스페인 사진기자 미구엘 길 모레노(당시 나이 32세)와 로이터통신의 쿠르트 쇼르크(53) 두 사람이 필자가 갔던 같은 지점에서 시에라리온 반군의 기습공격을 받고 현장에서 숨졌다. 길 모레노는 AP통신이 1848년 창립된 이래 취재 도중 죽은 25명 가운데 하나였다. 아무리 위험지역 취재에 경험이 많은 언론인도 급박한 상황에서 “총격이 벌어질 경우 총알이 관통하는 차 안에 있지 말고 자동차 엔진 부위나 바퀴 뒤에 몸을 낮춰 숨어라”라는 매뉴얼대로 따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급박한 상황이 매뉴얼에 적힌 대로 행동한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그런 매뉴얼을 준비하고 미리 읽고 숙지한 상태의 언론인과 그렇지 못한 언론인과의 위기 대처능력은 크게 다를 것이다.

지난날 우리 기자들이 해외 위험지역에 취재를 떠났다가 안타깝게도 사고를 당하는 일들이 여러 건 생겨났었다. 문제는 안전망을 마련해 위험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내 언론사들이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다. 위험지역 취재를 떠났던 기자에게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길 때마다 기자협회나 언론노조, 그리고 여러 뜻있는 기자들이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지만, 아직껏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현장에 간 외신기자들은 방탄복을 입고 취재를 나왔으나, 국내 언론사 기자들은 방탄복을 입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월 천안함 침몰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국내 기자들은 취재경쟁의 압박 속에 거친 풍랑에 몸을 내맡기는 아찔한 체험을 했다.

그런 일들이 거듭되면서 일선기자들 사이에선 위험지역 취재 관련 가이드라인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올해 초 일본재난 취재를 계기로 국내 언론사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가지고 있다. 특정사가 아닌 범 언론계 차원의 ‘위험지역 취재 가이드라인’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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