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 읽기의 힘 알린 리더스 콘서트

윤정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읽기문화진흥팀

“어린 시절 놀러 간 친구 집에서 방을 가득 채운 책을 본 뒤, 독서는 내 갈망의 대상이 됐다.” 리더스 콘서트 첫 강연자로 나선 박경철 씨의 말이다. 박경철 씨처럼 우리 사회 많은 리더(Leader)들은 읽기를 즐기는 리더(Reader)이기도 하다. 리더스 콘서트는 이 점에 착안, 명사들의 입을 통해 읽기의 힘을 20대에게 전하고자 시작됐다.

왜 하필 20대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스무 살은 입시 논술과 이별하면서 동시에 신문 읽기와도 이별하는 나이다. 실제로 2010년 만 18~74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신문열독률 조사 결과, 29세 이하의 열독률은 43.0%로 전체 평균 열독률 52.6%에 비해 낮았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0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또 대학생들은 학점 관리, 자격증 취득 등 취업 경쟁에 뛰어들면서 읽기에 투자하는 시간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여기에 명사 강의가 열리면 수천 명의 대학생이 몰리는 요즘 분위기도 한 몫 했다. 리더스 콘서트는 멘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을 향해 88만원 세대의 꼬리표를 단 고단한 삶에 읽기가 위로이자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이번 릴레이 특강은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진행됐다. 강연자로는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씨,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 영화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청춘의 멘토로 떠오른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참여했다. 4개 대학을 돌면서 진행된 리더스 콘서트에는 젊은 청중 1,500여 명이 참가해 명사들의 읽기 철학에 귀를 기울였다.


시골의사 박경철, 영화 ‘방자전’ 김대우 감독, 김난도 서울대 교수,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멘토가 필요한 20대,

명사들의 읽기 철학을 엿보다

사실 누구나 읽기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읽기가 무엇인지는 말하기 어렵다. 읽기 습관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명사들의 이야기에서 잘 읽는 법을 찾아보았다.

먼저 ‘골고루 읽기’다. 좋아하는 글뿐만 아니라 필요한 글도 읽으라는 조언이다. 이를 위해 명사들은 인터넷 뉴스가 아닌 종이신문 읽기를 권했다. 포털 사이트에는 정보가 중요도 구분 없이 표출된다. 흥미 위주의 가벼운 기사만 보고 정작 중요한 정보는 놓치기 쉬운 환경이다. 이를 두고 김난도 교수는 ‘자기 주도적 검색’의 위험이라고 표현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바람직하지만, 뉴스를 자기 주도적으로 보게 되면, 배우들의 열애기사는 줄줄 꿰면서 중국의 금리 변동이 취업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읽는 만큼 생각하기’다. 앞서 종이신문을 읽으라는 말이 반드시 ‘종이로 된 신문’을 읽으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지면보기 등 종이신문을 그대로 디지털 기기에 옮겨 담은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핵심은 개별 뉴스를 넘어 신문의 편집을 보는 것이다. 왜 어떤 기사는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왜 A와 B 기사는 같은 면에 실리는지, 신문을 보면서 이면의 의미를 생각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박경철 씨는 ‘숙독은 책을 덮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두 배, 세 배의 시간을 들여 책이 제시한 화두를 붙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명사들이 말하는 ‘읽기’는 ‘생각하기’가 뒤따라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업이다.


읽기를 사랑하는 방법!

읽고, 생각하고, 익숙해지기

끝으로 ‘읽기를 사랑하기’다. 물론 읽기를 사랑하기가 결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김난도 교수는 신문이 재미없다는 학생들에게 ‘신문에 익숙해지기’를 제안했다. 할머니가 스마트폰이 손에 익지 않아서 재미없는 것처럼, 젊었을 때부터 신문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재미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신문 특유의 어법, 특성과 친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역시 꾸준히 신문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분야를 섭렵하는 데 필요한 최소 연습 시간이라는 ‘1만 시간의 법칙’은 읽기에도 적용된다.

무언가를 사랑한 시간은 그 사람의 구석구석에 새겨지기 마련이다. 서경덕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신문 스크랩을 배웠다. 30대 후반이 된 지금, 그에게는 150권이 넘는 신문 스크랩북이 남았다. 세계를 누비며 한국을 홍보하는 서경덕 표 ‘미친 실천력’의 바탕이다. 김대우 감독은 읽기가 영화 작업에 어떻게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책의 내용이 아니라, 그 책을 혹은 읽기를 사랑했던 시간이 나를 키우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좋아하는 책은 500번도 넘게 읽을 만큼 마음을 쏟았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 이지성 씨는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이 ‘마음’을 아는 것이라고 보았다. 읽기가 활자 너머에 있는 누군가의 마음과 만나는 일이라면, 신문이나 책은 가장 싼 값으로 수많은 마음을 만날 수 있는 통로다. 올 하반기 릴레이 특강은 9~10월 독서주간 동안 지역의 젊은 청중들을 찾아간다. 리더스 콘서트의 메시지가 많은 청춘들의 마음에 가닿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리더스 콘서트 강연 후기는 블로그 ‘다독다독(http://www.dadoc.or.kr)’에서 볼 수 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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