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 사이트 전면 유료화의 의미와 파장, 성공가능성

김익현 아이뉴스24 글로벌리서치센터장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예고한 대로 사이트 전면 유료화를 단행했다. 지난 3월 17일 캐나다에서 테이프를 끊은 뒤 28일부터는 전 세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유료화 장벽을 쳤다. 뉴욕타임스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던 많은 언론사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유료화’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단 셈이다.
물론 뉴욕타임스 이전에도 사이트 전면 유료화를 단행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유료 모델을 운영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되, 모든 콘텐츠를 구독하려는 독자들은 유료 가입하도록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온라인 가입자들에게 19.96달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고급 경제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뉴욕타임스 같은 종합 일간지가 무료로 제공하던 디지털 뉴스를 전면 유료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뉴욕타임스는 이미 칼럼 등을 대상으로 한 차례 유료화 정책을 도입했다가 실패한 이력도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섣부른 칼럼 섹션 유료화 때문에 허핑턴포스트 같은 블로그 기반 뉴스 사이트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다. 자칫하면 이번 전면 유료화가 또 다른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롭게 시도되는 뉴욕타임스의 전면 유료화에 남다른 관심이 쏠리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무료 정책 절묘하게 결합

뉴욕타임스의 유료 모델은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일단 어떤 독자든 한 달에 20건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다. 독자들이 뉴욕타임스 사이트에서 21번째 기사를 보는 순간부터 요금을 부과한다. 요금 체계는 크게 세 가지 모델로 구성돼 있다. 우선 뉴욕타임스닷컴 사이트와 휴대폰 앱만 이용하는 고객들은 4주에 15달러(1년 가입 땐 195달러)를 내면 된다. 웹사이트와 아이패드 앱을 이용할 경우 20달러(연 260달러), 웹과 휴대폰, 아이패드를 같이 이용할 경우 월 35달러(연 455달러)를 부과한다.

하지만 이번 모델의 핵심은 가격 정책이 아니다. 유료와 무료 모델을 절묘하게 결합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전면 유료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SNS)나 구글 같은 검색 엔진을 통해 들어올 수 있도록 옆문을 상당히 넓게 개방해 놓은 것이다. 구글 검색 엔진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링크를 통해 접속할 경우 20건 이후에도 계속 볼 수 있도록 했다. 종이신문 독자들은 계속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정책을 통해 ‘충성 독자’와 ‘뜨내기 독자’를 구분함으로써 ‘유료 수익’과 ‘트래픽’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측은 “월 3,000만에 달하는 온라인 구독자 중 85%는 한 달에 20건까지 읽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유료화하더라도 독자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란 계산인 셈이다.

이런 정책을 쓰는 것이 뉴욕타임스뿐만이 아니다. ‘뜨내기 독자’와 ‘충성 독자’를 구분하는 정책을 쓰고 있는 대표적인 언론사로는 미국의 중소 언론사인 호놀룰루 시빌 비트(Honoluly Civil Beat)를 꼽을 수 있다. 호놀룰루 시빌 비트는 사이트를 처음 방문한 독자들에게 무료로 기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자주 방문하게 되면 유료 구독하라는 ‘권고’를 보내 준다. 빈번하게 방문하는 독자들은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1번째 기사부터 표출되는 유료 구독 권고 화면.


전문가들, 찬반양론 팽팽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충성 독자’와 ‘뜨내기 독자’ 구분 정책을 쓰면서도 나름대로 정교한 모델을 만들어 냈다. 구글 검색 엔진을 통한 구독은 하루에 5건으로 제한한 반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는 이런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이처럼 페이스북 같은 SNS를 ‘우대’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는 미국 언론사 중 페이스북 페이지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뉴욕타임스는 미국 10대 언론사 중 유일하게 발행부수보다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가 더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스북 팬이 4월 현재 24만 명가량으로 발행 부수의 11%를 조금 웃도는 반면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 팬이 120만 명을 상회하면서 발행부수의 140%에 육박한다. 그만큼 SNS 전략을 잘 수행해 왔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가 왜 이처럼 복잡한 모델을 도입하면서까지 ‘사이트 전면 유료화’란 카드를 빼들었을까? 물론 상황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광고 매출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을 포함한 뉴욕타임스 미디어 그룹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전년에 비해 2.1% 감소한 7억 8,040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뉴욕타임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신문 시장 전체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퓨리서치가 미국신문협회와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신문들의 광고 수입은 258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6.3%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 전체 광고 시장은 6.5% 성장했다. 그만큼 미국 신문사들의 영업 상황이 안 좋았다는 얘기다. 광고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무료 정책을 고수할 경우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무료 구독+광고 수입’이란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아서 슐즈버거 뉴욕타임스 회장 역시 이런 부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면 유료화 시행에 맞춰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론으로서 사명을 계속하고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이번 정책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게 뉴욕타임스 측의 설명이다.

뉴욕타임스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니먼저널리즘연구소(www.niemanlab.org)가 뉴욕타임스 유료화 시행에 앞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나름대로 정교한 모델”이란 평가와 “말도 안 되는 조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섣불리 판단하기 힘든 사안이란 얘기다.

‘저널리즘 온라인’ 공동 창업자인 스티븐 브릴은 뉴욕타임스의 이번 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머지않은 장래에 뉴욕타임스가 연 1억 달러가량의 유료 구독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TBD의 커뮤니티 운영 책임자인 스티브 버트리는 “트위터, 구글 등을 통해 기사를 볼 수 있는데 누가 유료로 가입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의 인터랙티브 테크놀로지 책임 편집자인 조너선 스트레이는 좀 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광고 수입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선 열렬 구독자 중 38%가량이 유료 모델에 가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통상적인 전면 유료화 모델에선 쉽지 않다는 것이 조너선 스트레이의 주장이다.

쉽지 않지만 그래도 당위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저널리즘 스쿨의 제네바 오버홀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뉴욕타임스의 유료화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긴 하지만 저널리즘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재정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유료화 발표 화면.


조심스러운 실험, 과연 성공할까

언론사들의 디지털 뉴스 유료화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나 다름없었다. 수익 모델 다변화를 위해 단행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한 발 앞서’ 유료화 장벽을 치고 나선 언론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체재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잘못했다간 무료 독자들을 기반으로 한 광고 수입 모델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역시 몇 년 전 칼럼 섹션 등을 유료화했다가 호된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타임스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고 나선 셈이다. 무료 독자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선에서 절충하긴 했지만, 뉴욕타임스의 유료화 선언은 공짜가 주류를 이루는 미디어 시장에선 쉽지 않은 결단이다. 하지만 ‘15%의 충성 독자’와 ‘85%의 뜨내기 독자’란 정교한 계산법이 맞아떨어질 경우 의외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과연 뉴욕타임스의 복잡한 계산법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지난 2주간 사이트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섣불리 실패라고 단언하긴 힘든 것으로 판단된다. 웹 트래픽 측정 전문회사인 히트와이즈가 뉴욕타임스의 사이트 유료화 이전 12일과 이후 12일을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유료화 이후 뉴욕타임스 방문객 수는 최저 5%에서 최고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페이지뷰는 요일에 따라 11~30% 감소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도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에서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트 실버는 “매우 고무적인 수치”라고 분석했다. 이 정도 수치만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뉴욕타임스의 유료화 정책은 성공이란 것이 그의 분석이다. 경제 전문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노아 데이비스 역시 독자 이탈이 생각보다는 적다고 평가했다. 물론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IT 전문 인터넷 뉴스 매체인 기가옴의 매슈 잉그램은 “15%의 독자들이 이탈했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테크더트 운영자인 마이크 매스닉 역시 “엄청난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뉴욕타임스의 유료화 정책은 ‘뜨내기’와 ‘충성 독자’를 철저하게 구분함으로써 트래픽과 유료 구독 수입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 그동안 공을 들였던 SNS 독자들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 내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2주 동안의 결과만으로는 이번 정책의 성패를 섣불리 판단하긴 힘들지만,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그리 나쁘진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뉴욕타임스 측이 유료 구독자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알아야만 할 것 같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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