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지금은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전성 시대다. 영국이 바로 이 열기의 원조다.
프로그램 타이틀과 진행형식은 물론 로고와 무대 디자인, 카메라 워크와 음향 효과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도 영국의 ‘갓 탤런트’나 ‘엑스팩터’를 그대로 구현한다.


황진우 KBS 기자


무대에 오르기 전 남자와 여자는 그저 평범했다. 아니, 평범하지 않고 볼품없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자신감 없어 보이는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과 눈치 없어 보이는 시골 아줌마, 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보기에는 그들은 정말 너무 볼품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는 우호적이지 않던 심사위원과 관객, 천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깊은 감동과 전율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젓고 눈물짓게 했다. 퇴근 후 남몰래 강가에서 부르고 빨래를 널며 뒤뜰에서 부르던 노래를 무대에서 평소처럼 한 번 불렀을 뿐인데 말이다. 무대에 오를 때는 평범했으나 무대에선 비범했으며 내려온 후 세계적인 스타가 된 폴 포츠와 수전 보일, 영국은 지금 제2의 폴 포츠와 수전 보일에 대한 기대로 들썩거리고 있다. 그들을 배출한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의 다섯 번째 시리즈가 지난 4월 시작됐기 때문이다.


종합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2007년 여름 첫 시리즈가 방송된 이후 해마다 여름이나 봄에 한 달 반 정도 되는 기간동안 영국의 지상파 채널인 ITV 1을 통해 방송돼 왔다. 주 1회, 토요일 저녁에 편성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노래와 코미디, 춤과 마술, 묘기 등 장르를 망라한다. 쉽게 말해 ‘장기자랑 경연대회’인 것이다.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이었던 2007년 우승자 폴 포츠가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로 변신했고 넉넉한 인심의 시골 아줌마였던 2009년 준우승자 수전 보일이 유명 팝 가수의 꿈을 이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영국 전역에서 해마다 9만 명 정도가 오디션에 지원하고 우승자는 상금 10만 파운드, 우리 돈 1억 7,800만 원(환율 1,780원)과 영국 여왕을 포함한 왕실 식구들 앞에서 공연할 기회를 갖게 된다.

지난 4월 16일 토요일 2011년 시리즈의 첫 회가 방송됐다. 황금 시간대인 8시 20분부터 9시 50분까지 방송됐는데 시청 점유율 41%로 약 99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간대 BBC1의 시청 점유율을 2배 넘는 차이로 압도했다.

올해부터 ITV를 1시간 늦게 송출해 주는 위성・케이블 채널인 ITV+1이 송출되고 있는데 이 채널로 본 시청자 49만 5,000명까지 포함하면 첫 방송을 시청한 영국 시청자는 약 1,040만 명에 이른다. 이는 이 프로그램이 2009년부터 유지해 온 첫 방송 시청자 1,000만 명 기록의 흐름을 이어 가는 것이다. 2009년 시리즈의 첫 방송은 1,030만 명, 2010년의 첫 방송은 1,060만 명이 시청했다. 우승자가 확정되는 마지막 방송은 보통 1,400만 명 정도가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출 ‘사이먼 코웰’, 주연 ‘사이먼 코웰’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얘기할 때 사이먼 코웰을 빼놓을 수 없다.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연출자이면서 오디션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사실상의 주연 아닌 주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출연자들을 앞에 세워 두고 퍼붓는 악명 높은 독설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 중의 하나다. 음반 제작자이자 TV 프로덕션의 대표인 사이먼 코웰은 브리튼스 갓 탤런트와 더불어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팩터’(The X factor) 또한 탄생시켰으며 이 프로그램에서도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악명 높은 독설을 선보인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보다 3년 먼저인 2004년부터 시작한 엑스팩터는 해마다 가을에 방송되는데 브리튼스 갓 탤런트와 마찬가지로 ITV에서 토요일 저녁에 방송된다.

영국의 미디어 비평가들이 사이먼 코웰을 ‘토요일 밤의 예능 황제’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시청 인구가 1,000만을 넘는 2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제작과 방송을 진두지휘하는 데다 직접 심사위원 자격으로 방송에 출연해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도전자들의 생사를 판정하니 가히 황제라 부를 법하다.

이뿐 아니다. 사이먼 코웰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미국 방송사상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선 2002년부터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우리나라에도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독설을 퍼붓는 모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영국의 한 잡지가 뽑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세계 TV산업과 연예계의 실력자다.

하지만 지난 4월 중순부터 방송되고 있는 올해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는 사이먼 코웰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는 우승자를 뽑는 마지막 방송에만 심사위원 자격으로 등장할 예정인데 이는 현재 미국에서 엑스팩터 미국판 촬영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이 때문에 올해의 아메리칸 아이돌 심사위원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미국판 엑스팩터는 올 9월 루퍼트 머독의 방송사인 폭스TV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온 세계 흔드는 오디션 열기,
원조는 영국

세계적으로 지금은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전성 시대다. 영국과 미국은 물론 유럽과 남미, 아시아 어느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TV 산업이 발달해 있고 대중문화가 평균 이상으로 진화해 있는 나라라면 어김없이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방송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성공 스토리도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영국이 바로 이 열기의 원조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갓 탤런트’나 ‘엑스팩터’의 형식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타이틀과 진행형식은 물론 로고와 무대 디자인, 카메라 워크와 음향 효과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도 영국의 ‘갓 탤런트’나 ‘엑스팩터’를 그대로 구현한다. 물론 각국의 문화적인 차이와 현지 사정 때문에 변하는 약간의 차이는 있다.

갓 탤런트 시리즈의 경우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의 방송사에서 구입해서 쓰고 있다. 가까운 중국에서도 지난해 상하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Dragon TV가 ‘차이나즈 갓 탤런트’를 처음 방송했는데 사상 최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우승자는 양팔 없는 청년 류웨이였는데 그가 열 발가락으로 만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13억 중국인들을 눈물짓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CJ E&M이 자사의 연예 전문 채널인 tvN을 통해 올 6월 ‘코리아 갓 탤런트’를 방송할 계획이다.

엑스팩터 역시 전 세계 30여 개국의 방송사에서 라이선스를 구입해 쓰고 있는데 올해에는 미국과 중국이 그 대열에 가세했다. 두 나라 모두 영국의 사이먼 코웰 제작팀이 직접 현지에 파견돼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영국의 엑스팩터와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이 자주 비교되는데 사실 아메리칸 아이돌을 비롯한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방송되고 있거나 방송됐던 ‘아이돌’ 시리즈도 2001년 영국의 ITV에서 첫 방송을 한 ‘팝 아이돌’을 모태로 한 방송이다. 팝 아이돌은 엑스팩터의 전신이다.

결국 간단히 말하면 갓 탤런트와 엑스팩터는 버거킹, 맥도널드 같은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두 프로그램의 판권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미디어 그룹 RTL의 자회사인 ‘프리맨틀 미디어’와 사이먼 코웰의 ‘시코TV’가 갖고 있는데 이들의 세계 시장 진출 전략은 ‘프랜차이즈’다. 목 좋은 가게를 소유하고 있는 점주와 협상해 가게 인테리어에서부터 제품 조리와 운영까지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수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점주의 경우 초기 비용을 지불하지만 스스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고 평균 이상의 수익도 보장받을 수 있다. 각국의 방송사들이 앞다퉈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는 이유, 전 세계적인 오디션 열풍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들썩이는 영국, 한편에선 비판의 목소리

브리튼스 갓 탤런트가 시작되면서 영국인들은 또다시 오디션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다. 타블로이드 신문의 1면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가 차지했다. 학교와 직장에서 사람들은 시청 후기를 공유하며 제2의 폴 포츠와 수전 보일의 탄생을 기대한다. 출연자들은 늘 내 곁에 있던 친구, 나와 다름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발 한발 우승을 향해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에게도 남아 있는 이루지 못한 꿈을 만지작거리는 게 영국인들의 새로운 감정 배출구가 됐다. 긴장감과 반전이 넘치는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갓 탤런트는 아주 촌스러우나 실은 비범한 노래 실력을 가진 사람, 그저 그런 댄서, 그리고 춤추는 강아지가 전부”여서 볼 게 없다는 비판이다.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심리학자는 갓 탤런트를 ‘이상한 쇼’라고 꼬집으면서 재능만큼 중요한 출연자들의 결함, 단점 등이 도외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람이란 부족한 점을 고치고 발전시켜 나가는 존재인데 너무 지나치게 재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을 ‘살아남을 것이냐, 탈락할 것이냐’ 하는 상황에다 밀어 넣고 그것을 즐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연출 방식을 비판하기도 한다.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분명히 재능 없어 보이는 참가자들인데도 일부러 희망에 부풀게 만든다는 거다. 지원하기 전 초상권에 대한 자유 사용에 동의하게 하는 서약서도 단골 비판 거리다.


*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영국 서레이대에서 연수 중이다.

Posted by inhana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