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 지상파 유료 채널인 카날 플뤼스가 ‘카날20’이라는 종합 편성 채널을 신설한다. 카날 플뤼스의 운영 경험과 자본력, 구매력, 구성력 등을 바탕으로 채널을 기획,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날 플뤼스 그룹으로서는 카날20이라는 무료 종합 편성 채널을 신설하는 것이 그다지 큰 위험 부담이 없는 투자이며, 안착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지선 파리2대학 박사과정


프랑스 최대 지상파 유료 채널인 카날 플뤼스(Canal+)가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끝나는 2011년 11월 또는 2012년 상반기에 ‘카날20(Canal 20)’이라는 종합 편성 채널을 신설한다. 카날 플뤼스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 합류 계획이 프랑스 방송계에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 시작 이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온 프랑스 방송계에 큰 지각 변화가 예상된다.


유료 채널의 프로그램 구매력을
기반으로 한 카날20

카날 플뤼스 그룹의 사장 베르트랑 므외(Bertrand Meheut)는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채널을 위해 질적으로 우수한 편집국을 만들 것이다. 엄격한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채널이 될 것”이라고 새로운 채널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카날20은 종합 편성 채널인 만큼 영화, 드라마, 문화 매거진 프로그램, 약간의 스포츠 경기 등을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TPS를 사들이고, 오랑쥐 시네마의 지분 절반을 보유하면서 이미 유료 종합 편성 채널로서 유일하게 군림하고 있는 카날 플뤼스의 운영 경험과 자본력, 프로그램 구매력, 구성력 등을 바탕으로 채널을 기획,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날 플뤼스 그룹으로서는 카날20이라는 무료 종합 편성 채널을 신설하는 것이 그다지 큰 위험 부담이 없는 투자이며, 안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영화와 드라마 프로그램의 경우 이미 카날 플뤼스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날20 역시 이를 많이 이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카날 플뤼스는 영화 구입 비용으로 매년 2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고, 전체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20억 유로를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카날 플뤼스 그룹은 카날20을 위해 5%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다른 디지털 방송사인 TMC, W9, Direct8보다 1억 유로 이상을 웃도는 프로그램 비용이다. 

이러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카날 플뤼스 그룹은 새로운 채널의 첫해 시청자 점유율을 현재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서 가장 시청자 점유율이 높은 채널의 수치인 3%로 예상하고 있으며, 7%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타깃 시청자를 통한
광고시장 확대

한편 기존 유료 채널에 기대어 새롭게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쉽게 진행함으로써 카날 플뤼스의 유료 채널 시청자들이 이탈해 무료 채널로 이동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베르트랑 므외는 “영화와 드라마의 경우 유료 채널인 카날 플뤼스에서 먼저 방영한 후 시간차를 두고 무료 채널에서 방영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며, 스포츠 경기의 경우 같은 경기를 방송하지 않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카날20을 통해 카날 플뤼스의 유료 시청자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르트랑 므외에 따르면 카날20은 만 50세 이하의 주부 시청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다른 무료 채널과 달리 기업인, 기업의 중역, 예술인 등 보다 학력이 높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회경제적 중상위 계층을 주요 타깃 시청자로 고려하고 있다.

카날 플뤼스도 현재 2억 유로의 광고 수익 중 90%를 이들 전문직 종사자 시청자들을 통해 얻고 있다. 므외 사장은 이 타깃 시청자 층은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 좀처럼 타깃으로 삼지 않는 인구 계층인데, 이를 통해 이탈리아의 절반,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프랑스 광고시장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의 광고시장은 상대적으로 타 국가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광고 수익이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15%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카날20의 야심찬 첫걸음과 맞물려 광고시장에서도 이미 700만 가입자를 거느린 카날 플뤼스의 막강한 브랜드를 배경으로 한 지상파 디지털 무료 채널을 반기는 분위기다.

퓌블리시스(Publicis)의 커뮤니케이션・미디어 전략 회사인 제니스옵티미디어의 세바스티앙 다네는 “카날 플뤼스의 새로운 채널에 광고주들이 매우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이 채널의 광고 수익은 약 30억 유로는 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무려 기존 채널 3, 4개의 광고 수익을 합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카날20의 앞날을 전망했다.

한편 카날 플뤼스의 무료 채널 신설로 지상파 민영 채널인 TF1과 M6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미 Direct 8, NRJ 12, Gulli, 프랑스4, BFM TV 등 여러 인기 있는 지상파 디지털 채널로 인해 시청자 점유율 및 광고 수익에 영향을 받고 있는 TF1 그룹과 M6 그룹에게 여느 신생 채널과 달리 영향력 있는 카날20의 등장은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 두 경쟁사들은 겉으로는 냉정을 유지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새로운 채널 계획이 알려진 3월 25일 카날 플뤼스 그룹의 모회사인 비벙디의 주가는 안정세를 유지한 반면, 두 경쟁 그룹의 주가는 각각 3.5%, 1.5% 하락했다.


TF1, M6 등 경쟁사들의 긴장

또한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 텔레비지옹이 2012년에는 카날 플뤼스의 ‘Grand journal’을 벤치마킹하여 버라이어티와 뉴스를 결합한 인포테인먼트 형식의 프로그램을 프랑스2의 저녁 8시 메인 뉴스 앞에 배치해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프라임타임 시청률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계획이 알려졌다. 이는 BFM TV나 i-Télé 등 지상파 디지털 채널들의 급성장에 따른 기존 지상파 채널들의 고심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날20의 등장은 다른 지상파 디지털 채널은 물론 기존 지상파 채널들 역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카날 플뤼스 측은 TF1, M6와는 타깃 시청자가 다른 만큼 영역 침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카날 플뤼스 측은 인터넷 TV에 대항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지상파 디지털 무료 채널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므외 사장은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진출하는 이유로 구글 TV, 애플 TV, 훌루, 넷플릭스와 같은 새로운 주체들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전에 지상파 디지털 영역을 차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프랑스 픽션 제작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데, 새로운 인터넷 주체들이 TV 시장에 진출하면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미국 시리즈물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프랑스에 훨씬 활발하게 미국 드라마의 본격적인 침투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 프레데리크 미테랑은 “카날 플뤼스는 바람을 현실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는 국사원(Conseil d′État)에 카날 플뤼스 그룹이 가지고 있는 ‘보너스’ 채널을 통해 유료 채널이 아닌 새로운 무료 방송 채널 설립이 가능한지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 보너스 채널은 프랑스 정부가 법에 의해 지상파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방송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보상 차원에서 배분한 채널이다.

이러한 정부 당국의 입장에 대해 카날 플뤼스 측은 이미 디지털 방송 전환을 위해 2005년부터 5억 유로를 지출하고 있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채널을 이용하는 것은 정당하고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아직 계획 단계에 있고, 정부 당국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카날 플뤼스의 무료 채널 신설은 벌써 광고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또 프랑스 방송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전망을 불러일으키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11년 하반기에 카날20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양질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채널로서 프랑스 방송계에 지각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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