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현경보
SBS 여론조사 전문기자


4월 18일자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분당을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 보도를 보면 그 내용이 정반대다. 중앙일보에서는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같은 날 한겨레에서는 강재섭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섰다. 두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는 유권자들은 정말 혼란스러울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 여론조사 보도가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개표 결과와 커다란 차이를 보이기때 문이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여론을 호도하고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이유다.


일부에선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대두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4•27재 •보선에서도 언론이 보도한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들이 실제 개표 결과와 큰 격차를 보였다. 6•2 지방선거에서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던 선거판세가 실제로는 한나라당 참패로 끝났다.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빼고는 모든 여론조사 결과들이 엉터리였다는 비난 속에 ‘여론조사 무용론’ 까지 나왔다.

최근 치러진 4 •27 재 •보선에서도 선거 일주일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보도 들이선거결과 예측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강원지사 선거에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최대 20% 포인트 격차로 민주당 최문순 후보에 앞서는 것으로 언론이 보도했지 만, 실제개표에서는 최문순 후보가 4.5% 포인트 차 이로 승리했다. 또한 4월 18일자 중앙일보와 한겨레신문의 분당을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 보도를 보면 그 내용이 정반대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손학규(43.8%) 후보가 단순 지지도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35.4%) 후보에 앞서는 것으로 보도했는데,같은 날 한겨레신문에서는 강재섭(43.0%) 후보 지지율이 손학규(38.8%) 후보보다 높게 나왔다. 두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는 유권자들은 정말 혼란스러울 것이다. 도대체 왜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선거 여론조사는 과학이라고 하는데 더이상 믿을 수 없 는 것인가? 선거여론조사로 표심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4·27 재보선 투표가 실시되기 전 4월 18일자에 보도된 중앙일보(사진 오른쪽)와 한겨레의 여론조사 결과 해설 기사. 분당을의 여론조사 결과가 반대로 나타났다.

전화 조사 표본 대표성에 문제

언론이 보도하는 선거 여론조사의 결과가 실제 개표 결과와 차이를 보이는 까닭은 대체로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여론조사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선거여론조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화 조사 방법의 경우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대표성의 문제’ 가 있기 때문에 잘못된 조사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확한 여론조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데, 최근 들어 표본의대표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전화 조사를 할 때 KT 전화번호부
에 등재된 가구 가운데 조사대상 가구 표본을 추출해 왔다.

이는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의 전화번호들이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전화번호들을 대표할 수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의 전화번호들이 우리나라 전체가구 전화번호의 50%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3년 사이에 인터넷 전화 가입이 급증하고, 전화번호부에 전화번호를 등재하지 않는 가구들이 계속 늘어나고있기 때문이다.이런 환경에서기존 전화번호부에등재된 가구들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가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없다.

이럴 경우 조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흥미롭게도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가구에 사는 사람들은 혼자이거나 40대 이하 연령층에 화이트칼라 계층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전화 조사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가 근래들어 급격히 일어났다면, 빗나간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개표 결과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여론조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론조사 발표 시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에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선거일의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 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 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조항(제108조 1 항)을 두고 있다.


선거 7일 전 여론조사 결과는 한계

다시 말해 선거 6일 전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각 사이에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에서 보도하는 선거 여론조사 결 과들은 선거 일주일 이전에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개표 결과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선거를 일주일 남기고 막판 변수들이 숱하게 발생해 후보들의 지지도가 급변할 수도 있는데, 일주일 전 여론조사결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 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따라서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조항이 유지되는 현실에서 선거 일주일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개표 결과를 비교하는 것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논리다.

셋째는 여론조사 보도방식 때문에 선거여론조사와 실제개표 결과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후보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 에서 A후보 45%, B후보 35%, 무응답 20%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이런경우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개표 결과를 비교할 경우 두 가지 전제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여론조사에서는 무응답자가 있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기권자는 있지만 무응답자는 없다. 다른 하나는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들 가운데 누가 선거일에 실제로 투표하러 갈 사람인지 확인할 수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선거여론조사 보도에서는 단순히 A후보(45%)가 B후보(35%) 를 10% 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무응답자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는다. 이럴경우 A후보(45%)와 B후보(35%)의 단순 지지도를 실제개표 결과와 비교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두 후보의 지지도 합이100%도 안 되는데 실제 개표 결과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실제 개표 결과와 비교하기 위해서는 20%의 무응답자들이 실제 선거에서A후보와 B후보가운데 어느 후보에게 투표를 할지 분류해 주거나, 아니면 무응답자를 제외하고 A후보(45%)와 B후보(35%)의 지지도를 100%로 환산해 비교하는게 타당하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응답자들 가운데 실제로 투표하러갈 사람을 가려내 투표 의사가 있는 응답자들의 후보 지지도를 산출해야 실제 개표 결과에 접근할 수 있다는 논리가 타당해보인다. 따라서 적극 투표층의 후보 지지도 보도를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된다.

그동안 선거 여론조사 보도에서 공정성과 ‘경마 식 보도’의 문제점들이 주로 지적돼 왔다. 이 글은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에서 부각된 여론조사 보도의정확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여론조사
의 정확성은 선거여론조사 보도의 존재 가치를 지탱해 주는 기반이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선거여론조사 보도에서 공정성이나 경마식 보도의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신문사나 방송사들이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 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 일주일 전에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개표 결과와 격차를 보일 수밖에없는데, 선거가 끝나고 나면 “또 빗나간 여론조사”라고 매도당할 일이 불 보듯뻔하기 때문이다.


선거 여론조사 안 하는 언론 늘어


지난 4•27 재 •보선에서도 SBS와 MBC, 그리고 조선일보 등 많은 언론사들은 선거전에후보 지지도 등을 파악하는 여론조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 물론 KBS,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사들이후보 지지도 중심의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보도했지만, 많은 비용을 들인 선거 여론조사가 비난의 화살이 되어 되돌아왔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신문사와 방송사의 책임있는 선거여론조사 보도는 크게 위축될 수밖 에 없다. 그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한 선거여론 조사 결과들만 인터넷 매체들을 중심으로 반복 인용되면서 확산될 가능성이더욱 높아진다.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전화 조사든, 인터넷 조사든, ARS 조사든 여러 가지 조사 방법을 이용한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공존하는 것 은 좋은일이지만,비용이적게들기때문에인터넷 조사나 ARS 조사가 무책임하게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 이대로는 안 된다. 6•2 지방 선거 이후 선거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국민들의신 뢰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언론 입장에서는 여론조사가 부정확했기 때문이지, 보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확한 선거여론조 사 보도로 신뢰를 잃는 것은 여론조사 자체가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언론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는 조사의 정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 없는지 충분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그대로 보도한다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또한 선거 여론조사 보도 금지 조항을 폐기하거나 개정 하기 위한 언론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길일 뿐 아니라 선거 막판까지 유권자들에게 선거 정보를 충실히전달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후보들의 단순 지지도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실제 선거결과와 비교할 수 있도록 후보들의 예상 지지도를 분석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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