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S 결합상품이 방송산업에 미치는 영향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


케이블 TV 업계가 위성방송과 IPTV를 결합한 상품인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결합상품을 바라보는 경제학계의 논의를 소개하고, 다음에 시장지배적 통신사업자가 결합상품을 제공할 경우 외국에서는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를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OTS 상품에 대해 간략한 평가를 했다.

기업이 결합판매를 하는 동기는 효율성의 제고, 가격 차별화, 가격 규제의 회피, 독점시장의 지배력 전이, 후발 사업자에 대한 대응 등이 있다. 결합판매를 하게 되면 생산비용의 절감, 거래비용의 절감, 기술혁신에 의한 제품 통합, 정보 비대칭하의 품질관리 등으로 효율성이 높아지게 되고 그것이 가격하락 및 품질향상으로 이어지면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독점적 기업이 결합판매를 이용해 가격 차별을 함으로써 소비자 잉여를 흡수하고, 가격 규제를 피하거나 다른 인접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시키면 기존의 독점력은 더욱 강화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


‘지렛대 이론’ 싸고 경제학계 의견 갈려

대부분 결합상품의 약정과 연계돼 판매되는 국내 통신방송 서비스 결합상품의 경우 소비자는 통합 고지서 및 통합 애프터서비스 등 수요 측 범위의 경제를 누릴 수 있지만, 다른 사업자로의 전환 비용이 커져 한 사업자에게 고착되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독점적 기업의 이윤을 증가시키는 결합판매라 하더라도 그것이 소비자 잉여와 전체적인 사회후생에 미치는 영향은 수요의 가격탄력성, 소비자의 지불의사액 분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결합판매 그 자체가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지, 단선적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결합판매에 대한 경제학에서의 연구는 결합판매가 소비자(또는 사회) 후생을 증대시키는지를 분석하는 접근과 결합판매가 시장 독점력을 전이시키는지에 대한 접근으로 대별된다.

결합판매에 대한 초기 연구에서는 한 시장에서 독점력을 보유한 기업이 결합판매를 통해 다른 시장에서 경쟁기업의 판매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이론을 지렛대 이론이라고 부르는데,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미국 대법원에서 결합판매에 대해 엄한 처벌을 하게 한 근거가 됐다. 미국 연방법원은 1936년 IBM 사건에서 처음으로 반독점법에 따라 결합판매의 위법성을 판결한 바 있고, 1936년부터 1977년까지 결합판매는 당연히 위법으로 취급되었다.

포스너(1976)와 보크(1978)로 대표되는 시카고 학파는 전통적인 지렛대 이론을 비판했다. 이들은 1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기업이 자신의 상품을 결합 판매하여 완전 경쟁적인 2시장을 독점할 수 있으나, 이윤은 증가하지 않음을 보였다. 이들은 결합판매가 반경쟁적인 독점화가 아닌 전체 상품의 품질 향상 등 친경쟁적인 기술적 이유나 차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규제 당국이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윈스턴(1990)은 시카고학파의 이론은 규모에 대한 수익 불변인 경우에만 성립하고 규모의 경제가 존재해 과점이 되면 성립하지 않음을 보였다. 한 시장의 독점 기업은 그와 결합된 경쟁시장에서 규모의 경제가 있는 경우 독점력을 전이시켜 경쟁자의 판매량을 감소시킬 수 있고, 결국 결합된 상품시장까지도 독점할 수 있음을 보였다. 캘턴과 왈드맨(1998)은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을 모형화해 끼워팔기가 독점 기업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더 우수한 부상품과 주상품의 출현을 차단하므로 소비자 잉여와 전체 사회 잉여는 감소하게 되므로 반경쟁적인 행위라 볼 수 있음을 보였다.


결합 서비스에 대한 외국의 규제 사례

미국에서는 필수 설비인 시내전화 부문에 대한 지배력이 경쟁시장으로 전이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초기에는 진입금지 또는 구조분리(+진입금지) 방안을 채택함으로써 수직결합 기업의 경쟁 제한적 결합판매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 1996년 통신법 개정 이후에도 경쟁 사업자에 대해 비차별적 방식으로 독점적 시내전화 서비스 요소를 분리제공하거나 재판매 형태로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시내전화 사업자가 경쟁적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거나 이를 결합하는 경우에도 경쟁 제한적 결합판매의 가능성을 낮추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김희수·김남심,2005). 결합 서비스와 관련된 규제 정책에서 미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또는 필수 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자신의 독점적 통신 서비스와 다른 사업자의 경쟁적인 통신 서비스로 구성된 결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만 규제를 가한다.

영국에서는 결합상품 규제는 사후규제 방식으로서 당연 위법이 아닌 합리성의 원칙에 따라 사안별로 폐해와 효율성 증대 효과를 고려해 위법성을 판정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만 문제 삼는 비대칭 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사업자의 결합판매 허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시장에서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반경쟁적 효과 여부는 네 가지 기준에 따라 사례별로 평가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판단 기준은 결합상품의 할인율이 개별상품의 할인율보다 현격히 높은지다. 오프콤이 2004년에 BT의 불공정 행위를 판정할 때 이용한 판정 기준은 ‘수직 통합된 지배적 사업자와 효율성이 동일한 경쟁 사업자가 지배적 사업자에게 필수요소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서도 하류 상품(결합상품)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였다. 캐나다에서는 시장지배적 통신 사업자가 결합상품을 제공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CTRC는 1994년 결합 서비스 요금의 사전 인가와사후 규제를 할 때 경쟁 제한적 요금을 검정하는 기준으로 원가검정 기준을 제시했다. 경쟁이 도입된 부문에서 기존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 설정 시 관련 비용을 빠짐없이 반영해 경쟁사에 비해 부당한 우위를 갖지 못하도록 서비스의 요금 수준과 관련 비용을 검정한다. 원가검정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다음을 만족해야 한다.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 서비스 요금 ≧ 지배적 사업자 자신이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실제로 부담하는 필수 설비의 투입 비용 + 최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가로 투입된 증분 비용’ 독일에서는 시장지배적인 통신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결합판매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결합상품의 가격이 투입된 자본의 적절한 이자를 포함해 장기의 추가 비용을 커버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의 전기통신사업법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합판매를 사전적으로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한편 일본에서는 기간 통신사업자인 NTT East와 NTT West가 방송시장에 진입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의 공영방송사인 NHK도 통신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OTS 상품이 사회후생을 증가시키는가

여기서는 OTS 상품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에 대해 간략히 검토해 본다. 우선 OTS 상품을 통해 공급자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이 편익 일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료방송 이용자는 가격에 비해 편익이 큰 서비스에 가입할 것이고, OTS 가입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OTS 가입자는 2009년 8월 약 5,000가구였으나 2011년 4월 90만 가구로 증가하는 등 매월 평균 4만 5,000가구가 증가했다. 한편 동일한 시기에 케이블 TV의 가입자 수는 감소했다. 케이블 TV 가입자 수는 2009년 9월 1,536만 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해 2011년 12월 1,508만 가구로 이 기간에 월평균 1만 가구씩 감소했다. 다음으로 OTS 상품을 통해 KT가 통신시장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유료방송 시장으로 전이시키거나 내부 보조를 통해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OTS 상품이 위성방송과 IPTV를 결합하였기 때문에 문제라는 비판도 있지만, OTS 상품의 불공정 경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방송 서비스를 결합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통신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KT가 통신 서비스에 방송 서비스를 결합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OTS 가입자는 IPTV와 위성방송만을 결합한 상품보다는 여기에 인터넷과 유선전화를 포함한 상품을 주로 구매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사업자가 결합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시장지배력 전이, 내부 보조 등의 불공정한 행위가 일어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KT의 시내전화 시장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91.6%, 가입자 수 기준 89.9%로 비경쟁적인 상황으로 추정된다. KT는 시내전화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되는데, OTS 상품을 원가이하(자사 또는 경쟁 사업자의 원가)로 제공하거나, 내부 보조를 통해 유료방송을 지원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을 현재로서는 유보할 수밖에 없다.

OTS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는 케이블 TV 업계는 KT의 비용으로 OTS 상품의 판촉 활동을 하고 있고, OTS 상품의 가격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한다. 특히 스카이라이프의 Sky On, Sky Green 상품 가격이 2,000원을 추가하여 IPTV 선택형 상품(별도 판매 시 6,000원)을 제공하는 것은 30%를 초과한 할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스카이라이프는 OTS 상품의 요금 수준을 정부가 적정한 것으로 판단해 승인했고, 케이블 TV가 제공하는 유사한 결합상품의 가격이 OTS 상품보다 저렴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OTS 상품 논란에 대해 필자가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결합상품이 활성화돼 소비자의 편익을 높여야 한다. 둘째, 외국의 경우와 같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결합상품을 제공할 경우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지를 감시할 있는 권한을 정부가 보유해야 하고, 이에 필요한 근거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 현재 방송법에는 결합 서비스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 전기통신사업법의 경우 시행령에서 결합 서비스를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두고 있다.

셋째, 케이블 TV사가 VoIP 또는 회선 재판매 제도를 이용해 유선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VoIP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가격이 접속료보다 낮아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신회사는 방송 서비스, 인터넷, 유선전화를 묶어 판매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선전화를 묶은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통신회사와 케이블 TV사가 경쟁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선전화의 재판매 또는 mVoIP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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