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서울대 ‘2010 국민 생활시간 조사’

송종현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한국방송(KBS)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공동으로 수행한 ‘2010년 국민 생활시간 조사’ 보고서가발간됐다. 1981년 첫 번째 조사를 실시한 이래 아홉번째 결실이다. KBS 국민 생활시간 조사는 지난 30년간 우리 국민들의 미디어 이용과 생활상의 변화는 물론 제반 사회 영역에서 진행된 발전의 면모를 풍부한 시계열 자료를 통해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KBS 국민 생활시간 조사는 일반적인 미디어 이용 조사와 달리, 국민 개인이 하루 24시간을 어떤 행동을 하며 지내는지 시간대별로 구분해 직접 기입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즉 미디어 이용 행동만 조사하는 게 아니라 수면이나 식사, 일과 학업, 이동, 교제, 레저활동 같은 일반 행동에 소비하는 시간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2010년 국민 생활시간 조사’는 다단계 유층확률 표집 방법을 통해 추출된 전국(제주도 포함)의 만 10세 이상 응답자 3,500명(유효 피조사자는 3,428명)을 대상으로, 2010년 10월 16일(토)부터 18일(월)까지 3일간 실시했다. 응답자들이 조사 기간 동안 24시간을 15분 단위로 구분한 기입 용지에 자신의 일반 행동과 미디어 이용 행동, 재택 시간을 직접 기입토록 했다.


미디어 이용 평일 3시간 46분으로 늘어

분석 과정에서 도출된 자료는 크게 ‘시간량 조사’와 ‘시간대 조사’로 구분된다. 시간량 조사에서는 개인의 하루 24시간이 어떤 행동으로 구성되고, 각 행동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비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시간대 조사는 하루의 특정 시점에 특정 행동을 하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을 알아보기 위해 분석하였다. 전체 분석 결과 중 미디어 이용 행동과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주요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미디어 이용 행동은 인쇄미디어(신문, 잡지·만화, 책), 지상파방송(TV, 라디오), 유료방송(케이블, 위성, IPTV, DMB), 인터넷, 휴대전화, 그리고 독립미디어(음악 듣기, 동영상 보기, 극장 영화 보기, 컴퓨터게임)로 구분된다.

이들 미디어 전체 이용 시간은 평일의 경우 3시간 46분, 토요일 4시간 29분, 일요일 5시간으로, 지난번 조사인 2005년에 비해 평일(22분), 토요일(17분), 일요일(12분) 모두 다소 증가했다.

그러나 개별 미디어별로 증감 내역을 살펴보면 몇가지 눈에 띄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의 미디어 환경 변화와 경쟁 구도를 반영하듯 지상파방송 이용 시간이 가장 많이 감소한 반면 유료방송 이용 시간은 증가했다. 무엇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이용 시간의 증가가 괄목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편 컴퓨터게임을 제외한 독립미디어와 인쇄미디어 이용 시간은 변동이 없거나 1~2분 수준에서 소폭의 증감만을 보이고 있다.

국민 생활시간 조사의 시계열 자료를 살펴보면 지상파 TV 이용 시간의 감소는 1995년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일의 경우 지상파 TV는 1995년(2시간 23분)과 2000년(2시간 24분)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케이블 TV가 정착되고, 위성방송이 확장되기 시작한 2005년에는 2시간 9분으로 감소했고, 2010년에는 1시간 46분까지 하락했다. 특히 주말에는 감소폭이 더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에 유료방송의 이용 시간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상파 TV 이용 행태와 관련해 또 다른 특징은 중복시청과 단일시청 방식에서 발견된다. 구체적으로 다른 행동을 하며 지상파 TV를 시청하는 중복시청은 평일의 경우 2005년(41분)과 2010년(40분)에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온전히 지상파 TV만 시청하는 단일시청은 2005년(1시간 28분)에 비해 2010년(1시간 6분)에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라디오 청취 시간 가장 많이 줄어

비율적으로 볼 때 전체 미디어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이용 시간이 감소한 것은 지상파 라디오다. 전국민 전체 평균 시간이 평일 9분, 토요일 8분, 일요일 4분으로, 2005년과 비교할 때, 평일(-9분), 토요일(-10분), 일요일(-8분) 모두 큰 비율로 감소했다. 하위집단별로 살펴보면 여성보다 남성의 감소량이 더 많았고, 30~50대 집단의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라디오 이용 시간이 크게 감소한 원인을 직접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차량 운전자가 라디오의 주 청취 집단인 점을 감안할 때, DMB 기능을 탑재한 차량용 내비게이션의 확산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

한편 유료방송 이용 시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케이블 TV라 할 수 있으며(평일 7분, 토요일 11분, 일요일 10분 증가), 2005년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IPTV와 DMB가 1분(평일)에서 3분(일요일) 정도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의 경우에는 2005년에 비해 변동이 없거나 1분(토요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케이블 TV 이용 전체 평균 시간은 앞서 본 대로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행위자 평균 시간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체 평균 시간이 증가한 것은 행위자 비율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케이블 TV 시청 인구가 증가했으나, 시청자당 이용 시간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인쇄미디어는 전체적으로 토요일(-1분)을 제외하고는 변동이 없었지만, 신문만을 별도로 살펴보면, 평일과 토요일은 2005년에 비해 각각 2분, 1분씩 증가하고, 일요일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시간 외에도 행위자 평균 시간 또한 평일(6분),토요일(5분), 일요일(11분) 모두 증가했으며, 하루 15분 이상 신문을 읽는 행위자 비율에서도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다소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연령별로 볼 때 여전히 40대 이상 집단의 신문 열독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20대 이하에서는 전체 평균 시간 2분 이하의 이용량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이용 시간 증가 를 보인 미디어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라 할 수 있다.

이 두 미디어의 경우 전체 평균 시간뿐 아니라 행위자 비율과 행위자 평균 시간 또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 빅뱅’ 단계 진입… 경쟁 심화 예고

특히 휴대전화는 2005년 조사 시점만 해도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 이용이 주된 용도였으나, 최근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라 휴대전화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한편 인터넷 기능별로 이용 시간을 비교해 보면 정보검색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시간이 가장 많았고, 오락, 커뮤니케이션, 쇼핑 및 전자거래의 순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의 결과는 우리 사회의 미디어 지형이 매우 빠른 속도로 팽창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미디어 빅뱅’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빅뱅의 시대는 결국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원을 포섭하기 위한 경쟁의 심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미디어만 존재하는’ 상황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일상에서 벌어지는 무수히 많은 행동의 선택 가능성 중에서 개인의 시간을 획득하고 공유하기 위한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시작됐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생활의 공유’라는 관점에서 미디어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inhana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