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풀 3D 드라마 ‘액션 판타지-스마트액션 3D’

김형준 KBS 3D콘텐츠제작단 PD

새로운 영상 표현 기법은 언제나 연출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MTV 뮤직비디오, 슈퍼슬로모션(홍콩누아르), 스텝 프린팅(왕자웨이 영화), 타임 슬라이스(매트릭스), HD 6㎜(현재 유행하는 대부분의 TV 정보 프로그램), 레드 카메라(추노), NLE 편집, VFX 등과 같은 새로운 기법들은 다양한 표현 수단을 제공해 주었다. 이를 잘 활용한 연출자들은 히트작을 넘어 새로운 장르를 열고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아 왔다.


고민하지 않고 무모한 도전 시작

방송 영상을 연출하는 나 역시 언제나 새로운 영상기법들을 민감하게 주목하고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프로그램에 도입해 멋진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갈망을 지녀 왔다. 이러한 내게 제임스 카메론이 보여준 3D 영상은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강한 자극이었다. 아바타가 촉발한 3D 열풍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고 여기에 가장 크게 올인한 집단은 글로벌 가전 사들이었다. 삼성과 LG는 3D TV를 시장에 쏟아냈고 소니는 3D용 카메라와 부대 장비들을 선보였다. 대한민국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3D 관련 홍보 전략과 제작 지원 정책들을 황급히 풀어 놓았다. KBS는 3D 프로젝트팀을 신설해 새로운 트렌드에 재빨리 발을 걸쳐 놓았다. 방송사 피디로서 조금은 무모한 갈망을 품고 있던 내게는 참으로 좋은 기회였다. 잠시의 고민도 없이 프로젝트팀에 합류해 3D라는, 어찌 보면 무모한 세계에 덜컥 뛰어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3D 영상이 구현되는 원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인간이 두 개의 눈으로 입체감을 느끼듯 3D 촬영은 두 대의 카메라가 필요하다. 영상의 입체감의 정도를 통상 입체값이라고 부르는데 이 값은 두 카메라 사이의 거리(IOD), 두 카메라 겨냥선 사이의 각도(Convergence, θ), 렌즈의 초점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 카메라와 주피사체, 원경, 근경 사이의 거리들이 조합돼 시청자가 느끼는 입체감을 만들어 낸다. 촬영 현장에서는 위의 변수들을 모두 일일이 측정해 아이패드(입체값 계산을 도와주는 앱이 있음)에 입력해 입체값을 도출한다. 연출자는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모든 컷들의 입체값이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콘텐츠를 설계해야 한다.


시각피로 최소화가 3D의 최대 관건

만일 컷이 바뀔 때마다 입체값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으면 ‘시각피로’라는 것이 발생한다. 한마디로 보는 사람이 눈이 아프거나 어지럼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내용에 관계없이 화면 설계상의 결함으로 시청자가 피로감을 느낀다면 굳이 3D로 콘텐츠를 제작할 이유가 없어진다. 더욱이 짧은 클립 영상이 아닌, 일정 길이 이상의 완결된 콘텐츠의 경우에는 완벽하게 입체값을 통제해 ‘시각피로’를 최소화하는 것이 3D 제작의 임계점(Critical point)인 것이다.



통상 시각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완벽하게 그림을 설계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3D 촬영 현장에는 연출자에게 2D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난제들이 널려 있다. 가장 큰 난제는 촬영 시스템이 2D에 비해 엄청나게 무겁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3D 촬영은 여러 가지 유닛들이 결합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촬영한다. <그림2>는 간략하게 정리한 시스템 구조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대의 카메라가 하나로 묶여 연동되도록 제어하는 장치인 리그다. 사람의 두 눈이 각각 따로 놀면 제대로 사물을 볼 수 없듯이 3D 촬영에서 리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속된말로 ‘눈알이 터지는 영상’이 만들어진다. 가격 또한 상당히 고가인데 문제는 이 리그 위에 카메라를 놓고 제어가 되도록 세팅하는 작업이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고 까다롭다는 점이다. 2010년 대구 육상 3D 중계 때는 이 부분을 아예 미국 스태프들이 와서 했다. 다행히 이번 스마트액션 촬영 때는 본사 스태프가 직접 시도했는데 첫 세팅 때 12시간 걸렸다. 또한 이런 세팅은 렌즈를 교환할 때마다 다시 해야 한다. 물론 계속 경험을 쌓아 나가면 시간은 단축시킬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 3D 촬영이다. 또한 깊은 심도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감까지 디테일하게 살아나는 3D 고유의 특성이 촬영을 까다롭게 만든다. 앵글에 조금씩 걸리는 날파리 등을 비롯해 2D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대역 연기자, 의상 및 분장의 작은 흠결, 더블액션, 시선의 불일치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쉽사리 “오케이”를 외칠 수 없게 만든다.

풀(full) 3D TV 드라마 ‘스마트액션’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스마트폰으로 격투 게임을 하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촬영 시 줌렌즈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연출자의 속을 태운다. 이유는 두 개의 렌즈가 동일한 정도로 주밍되도록 컨트롤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촬영을 단렌즈로 했고 렌즈를 바꿀 때마다 장비 세팅을 다시 해야 했다.

가장 연출자의 속을 태우는 것은 모든 장애 요인들이 촬영 소요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고 애물단지 장비들은 모두 하루 단위로 청구되는 임차 장비들이었다는 점이었다.

아이템을 선정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여기에 적합한 장비와 시스템을 선택해 제작비를 산정하는 기존의 기획 방식과 달리 스마트액션은 주어진 장비와 제작비를 놓고 여기에 아이템과 이야기를 맞추어 가는 방식으로 기획했다. 먼저 사전에 완벽하게 화면을 설계하고 몰아서 촬영할 수 있는 드라마로 장르를 선택했다. 최소한의 장소 이동으로 촬영을 끝낼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선택했다. 또한 주피사체와 배경의 거리를 통제하기 쉬운 크로마키 촬영이 많이 들어가도록 이야기를 만들었다.



시각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컷 분할보다는 롱테이크가 효과적인 동선을 설계했다. 마지막으로 비록 실험작이지만 적어도 상대적으로 3D에 관심이 많은 젊은 마니아층만이라도 기꺼이 안경을 쓰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라도 찾아서 볼만한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스마트액션’이다. 스마트액션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격투 게임에 관한 이야기이다.

게임에 빠진 한 남자가 현실과 게임 속을 오가며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는다. 휴양지와 크로마 세트 두 군데서 모든 촬영이 이루어졌고 롱테이크에서도 충분한 박진감을 느끼도록 병장기 격투 액션이 비주얼의 주종을 이루도록 했다. 실사 촬영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입체감들을 표현하기 위해 3D 컴퓨터 그래픽에 많은 리소스를 투여했다. 그래서 클립 영상이 아닌, 완결된 40분짜리 풀 3D 콘텐츠를 시청자들이 피로감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제작할 수 있을지를 실험했다. 다행히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INPUT 2011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공식 초청
상영까지 마칠 수 있었다.



여전히 불확실한 3D의 미래 그러나…

“첫 시도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어”라는 말로 스스로와 함께 고생한 동료들을 위안하고 있지만 썩 만족스러운 작품은 못 된다. 아울러 3D 시기상조론 등과 같은 비관적인 전망들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고, 나아가 안경을 쓰지 않고도 3D를 즐길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정작 “수용자들이 이러한 형태의 콘텐츠들을 좋아해 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D가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불모지’이기 때문이다. 불모지는 언제나 많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 요사이 프로그램 제작에 종사하는 많은 동료들이 창작 의욕을 잃어 가는 모습을 보았다. 3D라는 불모지와 불모지를 향한 작은 노력들이 동료들에게 좋은 영감이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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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deira plastica 2012.02.17 0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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