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책 혁명이 출판 산업에 미칠 영향

이중호 북센 미래사업본부 본부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자책을 둘러싼 각종 이슈가 신문이나 방송을 막론하고 주요 뉴스의 소재가 되면서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5월 19일 인터넷 기사는 “아마존의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을 앞서기 시작하면서 4월 1일부터 평균 100권의 종이책을 팔 때마다 105권의 전자책이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전자책 판매가 종이책을 추월할 것으로 봤지만 이렇게 빨리 이런 일이 일어날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인터넷을 통해 종이책을 판매한 지 16년, 킨들 전자책을 판매한 지는 4년밖에 안 된 것을 감안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전자책 산업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렇듯 미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전자책 붐이 다른 나라에서도 같이 나타나고 있을까? 영미권 국가들과 다른 지역 국가들은 아직까지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전자책 시장 점유율과 관련해 올 2월 국제출판협회(IPA)가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표1>에서 보듯이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는 아직 전체 도서 시장에서 전자책은 0.5~1.5%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 전 세계 전자책 시장 60% 장악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기존 출판 산업 보호를 위한 국가별 정책적인 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의 경우는 대부분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책도 종이책과 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과 달리 단말기나 콘텐츠의 가격이 아직까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자책 시장의 76%, 전 세계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아마존 전자책 서비스의 성공 모델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어떻게 성공하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2007년 말 킨들을 출시하면서 기존에 운영해 왔던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 판매 채널과 출판사로부터 방대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무선 네트워크(3G) 기능이 탑재된 저가의 킨들 전용 단말기와 전자책을 대폭 할인(신간 0.99~9.99달러)해 공급하는 ‘단말기 연계형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온라인 서점 사업에 이어 전자책 시장도 매우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있다.


전자책 유통 선순환 구조로 성공 일궈

아마존은 전자책의 지나친 할인 판매, 비표준화된 전자책 포맷(.azw) 사용 등으로 출판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수천만 대의 단말기를 판매했다. 100여 국가에 글로벌 전자책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자체 단말기인 킨들뿐만 아니라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윈도 모바일 등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모든 플랫폼과 단말기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통해 전자책 이용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함으로써 <그림1>과 같이 미국 전자책 유통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



아마존의 전자책 서비스 성공은 매출 실적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6월 9일 시티그룹은 아마존은 킨들 단말기와 전자책 판매로 2010년에 25억 달러(약 2조 7,038억 원), 올해는 38억 달러(4조 1,097억 원)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아마존의 단말기와 전자책 매출은 2011년에 2배 가까이 증가한 61억 달러(6조 5,972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판매된 킨들 단말기는 800만 대이고 올해는 1,750만 대, 2012년에는 2,625만 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자책 판매량은 2010년 1억 2,365만 권에 이어 올해는 3억 1,369만 권, 2012년에는 7억 5,150만 권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을 포함한 미국 전자책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달리 국내의 전자출판 산업 환경은 해외의 긍정적 시장 예측과 다소 차이가 있다. 국내 출판계에서는 디지털 저작권의 보호, 유통업체의 투명한 정산, 단말기와 콘텐츠의 비호환성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전자출판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국내 시장에 대한 부정적 예측과 <그림2, 3>에서 보듯이 2010년 11월 프랑스 Bain+Company의 글로벌 전자책 시장 전망을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에 전자책이 전체 출판시장의 20~25% 정도를 점유하고, 태블릿과 전자책 단말기 보급률도 2012년까지 미국이나 프랑스보다 높은 11%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출판사들, 전자책 제작에 소극적

국내 전자출판 산업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많은 디지털 콘텐츠의 확보와 다양한 유통 채널을 구축하는 일이다. 특히 독자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의 전자책 콘텐츠의 현황을 살펴보면 5년 전부터 전자책 사업을 시작한 K서점의 경우 약 7만 종의 전자책을 보유했다고 말하지만 모바일 단말기로 활용되기 힘든 PDF 포맷의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실제 단말기나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전자책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펍(Epub, electronic publication) 콘텐츠는 1만 5,000~2만 종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기타 주요 인터넷 전자책 서점들도 K서점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물론 국내 전자책 종수가 부족한 데는 유통업체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자출판에 대한 국내 출판사들의 소극적인 자세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저작물의 30%, 베스트셀러의 60% 정도가 해외 저작물인 관계로 신간과 베스트셀러들의 대부분이 전자책으로 제작되기 힘든 상황이다. 아직도 일부 국내 출판사는 종이책 판매 저하를 우려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전자책으로 제작하길 꺼린다. <표2>는 개인적으로 미국의 전자책 현황과 국내 현황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한 것이다. 아직은 국내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환경이 미흡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텍스트에서 탈피 오디오·비디오 접목

최근 디지털 시대의 독자들은 종이책과 다른 좀 더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출판 콘텐츠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일부 글로벌 대형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단순한 텍스트 기반의 전자책이 아닌 오디오, 비디오 등과 같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과 독자가 직접 단말기를 통해 인터랙티브한 기능을 경험할 수 있는 ‘Enhanced eBook’을 제작하게 됐다. 이를 앱 형태로 개발해 애플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에 등록, 출판사가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애플스토어에 가장 많이 등록된 앱은 주로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앱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림4>에서 보듯이 전자책 관련 앱이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앱보다 더 많이 등록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앱북의 판매량을 보더라도 올 1월 7일 자 글로벌 전자책 정보 사이트 텔레리드(Teleread)에 따르면 “디즈니출판사의 경우 토이스토리를 포함한 9개의 모바일 출판 콘텐츠만으로 애플스토어에서 벌써 100만 이상의 앱이 다운로드됐다”고 한다.



이제 애플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에서 디지털 출판 콘텐츠 관련 앱이 가장 영향력 있는 카테고리 중 하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일부 출판사에서 모바일 앱 개발에 대한 비용을 줄이고, 신속한 멀티미디어 출판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EPUB/PDF 전자책을 원천 소스 파일 그대로 사용하면서 간단한 오디오·비디오 기능을 넣어 기존 전자책 리더에서 읽을 수 있게 제작하는 방법이 가능해졌다. 애플의 아이북스(iBooks)와 아마존의 아이패드용 킨들(Kindle for iPad) 등의 전자책 리더 앱에서는 이미 간단한 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 Enhanced eBook이 구현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 5월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에서 이펍를 업그레이드(EPUB3)하면서 멀티미디어 지원 표준화 포맷이 완성돼 모바일 멀티미디어 출판 콘텐츠 제작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장기 전자출판 전략과 인프라 필요

언론 미디어로서 신문은 도서보다 먼저 디지털화와 온라인 서비스가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일부 메이저 신문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 신문사가 종이 신문을 없애고 인터넷 서비스로만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도 종이 매체를 이용한 신문이 있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서비스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신문과 도서는 출판이라는 영역에서는 연관성이 매우 크고 언론이라는 영역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최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신문의 기사 콘텐츠가 전자책으로 변환돼 판매되면서 콘텐츠 영역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가 위키리크스 사건을 심층 취재한 ‘Open Secrets’, 인터넷 신문 프로퍼블리카의 파키스탄 내전과 관련된 기사 ‘Pakistan and the Mumbai Attacks: The Untold Story’ 등이 아마존의 ‘킨들 싱글’로 제작돼 다양한 전자책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기존의 도서는 일반적으로 200~300페이지 정도 분량이 돼야 책으로 제작되고 있으나, 킨들 싱글은 50~100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된 전자책으로 독자들에게 가격이나 콘텐츠 품질 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블로그,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는 물론 TED와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미디어 콘텐츠도 전자책으로 제작되고 있다. 기존에 디지털화된 콘텐츠가 전자책으로 재가공돼 판매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책 혁명은 단순히 기존 출판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콘텐츠의 유통 채널, 콘텐츠의 형식과 가치, 비즈니스 모델 등을 크게 바꿔 놓고 있다. 우리들에게 위기와 새로운 기회를 동시에 주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전자출판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출판 선진국의 사례를 충분히 벤치마킹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단말기와 솔루션 개발에서 나아가 저자와 출판사의 콘텐츠 생산에서 최종 소비자인 독자를 만족시키는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자출판 산업의 전반적 가치사슬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중장기 디지털 출판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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