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사용 시 주의할 점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정책연구팀장, 변호사


일선 방송기자가 기사 아이템을 발제하면 데스크가 묻는 말은 거의 비슷하다. “그림은?” 사회부는 요즘 하나가 추가됐다. “CCTV 있어?”

지난 6월 1일 자 기자협회보 1면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최근 문제가 된 MBC의 각목 살인 사건 보도로 인해 CCTV 영상 사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방송에서의 CCTV 영상 사용 자체를 규제할 근거는 없다. CCTV 영상이 어떤 장면을 담고 있는가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그 내용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먼저 리얼함이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CCTV 영상은 다소 거칠다. 화면이 뚝뚝 끊기고 색감도 형편없다. 그러나 CCTV가 담고 있는 장면은 현장의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그것은 연출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다. CCTV가 가진 이런 특성으로 인해 시청자는 해당 장면이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욱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이번 논란의 중심인 MBC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방송법 제100조에 의거, ‘시청자에 대한 사및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라는 다소 무거운 제재 조치를 받았다. 가족 시청 시간대에 지나치게
폭력적인 범죄 장면(처남이 매형을 각목으로 살해하는 모습)을 내보냄으로써 시청자는 물론 사회 일반에 큰 충격을 주었다는 것이 결정의 이유라고 한다.보다 폭력적이며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TV 드라마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지만, CCTV 영상의 리얼함에 비할 바는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CCTV 영상 사용은 초상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 몇 해 전 지하철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유족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자신의 남편은 실족사했을 뿐인데 방송에서 자살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때도 CCTV 영상이 나갔다. 방송 화면에는 한 남성이 비틀거리다 선로로 추락하는 장면과 직후 지하철이 역내로 진입하는 모습, 주변에 서 있던 시민이 끔찍해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CCTV에 찍힌 남자가 실족사한 것인지, 자살한 것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
으나 보도 내용의 진위를 떠나 해당 장면을 내보내는 것 자체로 망인의 초상권과 유족의 추모 감정을 침해할 수 있다. 어느 누가 가족의 사망 장면을, 그것도 반복적으로 목격하고 싶겠는가?

요즘 곳곳에 CCTV가 있다. 엘리베이터, 골목길, 마트, 편의점, 도로, 심지어 목욕탕 탈의실에서까지 CCTV가 돌아간다. CCTV에 찍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만간 이 CCTV로 인한 초상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 침해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초상이나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권리는 당사자 본인에게 있으니 애초 CCTV에 의한 촬영은 초상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 나아가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을 언론사가 공개하는 것은 2차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
요하다.

이상의 두 가지 경우에서 언론사는 모자이크 처리라는 비교적 간편한 기술적 조치를 통해 법 위반의 논란을 어느 정도 피해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CCTV 영상 사용의 문제는 ‘과연 CCTV 촬영 목적과 무관한 방송사가 해당 영상을 공표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해 보다 어려워진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이라고도 불리는 CCTV(closed circuit television)는 특정 수신자에게만 영상을 전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영상을 전송하는 것이 일반적인 TV라면, CCTV는 특정 수신자 외에는 임의로 수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에서 CCTV 영상을 내보내게 되면 특정 수신자가 아닌 일반에 공개하는 셈이 된다. 다시 말해 그것은 더 이상 CCTV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CCTV 영상 공개에 따른 법적인 문제점이 깊이 있게 다뤄지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일본 도쿄지방법원에서 최근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비록 외국의 하급심 판례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 사건 경위

가. 범행의 공개

2007년 3월 17일 일본 요코하마 시내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한다. 절도범은 당시 매스컴에 빈번하게 등장하곤 했던 저명한 A였다. A는 캔커피 등을 사기 위해 편의
점에 들어갔다가 우리나라 돈으로 5만 원 정도 하는 물건을 훔치고 말았다.

A의 절도 범행은 마침 편의점 내에 설치되어 있던 CCTV에 포착되었다. 범행이 일어난 편의점 내부에는 무려 16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편의점 측은 A를 절도죄로 고소하는 한편 A의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동영상 파일을 후지TV 기자에게 넘겼다. 기자가 건네받은 CCTV 동영상 파일에는 범행 당일 A가 편의점 내에서 한 일련의 행동이 모두 담겨 있었다. A가 경찰에 긴급 체포된 당일 저녁 후지TV는 편의점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CCTV 영상과 함께 ‘A의 절도 사건’ 편을 내보냈다. 문제의 영상에는 A를 특정할 수 있는 형태로 A의 편의점 내에서의 거동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나. 소송 경과

이와 관련해 A는 편의점 측을 상대로 55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편의점 측이 해당 점포 내에서 자신의 거동을 CCTV로 촬영하고, 나아가 그 동영상 파일을 방송사에 제공한 것은 초상권 및 프라이버시권 침해라는 주장이었다. A는 CCTV 영상을 보도한 후지TV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A가 사망하여 유족에 의해 나머지 소송이 수행되었으나, 법원은 초상권 및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도쿄지법 2010년 9월 27일 선고 2008-13227 판결). 위 사건은 A 측의 항소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 판결의 요지

1. (CCTV 촬영의 위법성에 관해) CCTV를 설치하여 편의점 내부를 촬영하는 목적은 절도나 강도 등의 범죄 발생에 대처함과 동시에 절도 등의 범죄 발생을 예방하는 데에 있다. 또 절도 등의 범죄가 발생한 경우 CCTV 영상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 이상에 의하면 … 편의점 내의 모습을 촬영하여 이를 녹화하는 행위는 그 목적에 있어서 정당성이 있으며, 필요성도 인정된다.

촬영 방법을 보면 CCTV는 고정되어 있어 특정 고객을 추적하여 촬영하는 일은 없다. 피고 ○○사는 편의점 내외 10곳 정도에 감시 카메라가 작동 중임을 알리는 벽보를 게시하고 있
고, 카메라의 대부분이 고객들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계산대 옆에는 감시 카메라의 영상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편의점 주위에는 다른 상점이 있어 CCTV에 의해
촬영되는 것이 싫으면 다른 점포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사실에 의하면 편의점에 들어오는 고객은 CCTV에 의해 촬영되는 것을 승낙한 것으로 추정할 여지가 있어
CCTV의 촬영 방법은 상당성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피고 ○○사가 CCTV로 A를 촬영한 것은 사회생활상 수인한도를 넘는 것이 아니며, 초상과 관련된 인격적 이익 및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 불
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

2. (CCTV 영상 제공의 위법성에 관해) 피고 ○○사가 편의점에 CCTV를 설치한 목적은 절도나 강도 등의 범죄 발생에 대한 대처와 함께 절도 등의 범죄 발생을 예방하는 데 있는바, 피고 ○○사가 후지TV에 CCTV 동영상 파일을 제공한 목적은 상기 설치 목적 등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 피고 ○○사가 후지TV에 동영상 파일을 제공한 것은 편의점 경영에 중대한 지장을 주는 절도의 증가에 경종을 울리는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려는 것으로, 그러한 의미에서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겠으며, 이러한 점에서 CCTV의 설치 목적 등에 간접적으로나마 따르는 것이라고 하겠다.


◉ 기사 쓰기 적용

기자가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으려면 대부분 다른 기관이나 사람의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경찰과 소방본부는 CCTV 영상 확보와 제공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기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받아 쓰는 것에는 주의할 측면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CCTV에 의한 촬영 문제의 합법성이 제대로 정리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제시한 일본 도쿄지법 판례는 편의점 내에서의 CCTV 촬영이 일단은 초상권을 침해하지만 공익적 측면도 존재한다는 전제하에서 목적의 정당성, 필요성, 방법의 상당성 등으로 CCTV 촬영의 적법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CCTV 촬영 방법의 상당성과 관련하여 편의점 내에서 감시 카메라가 설치·작동 중이라는 사실을 고지했는지,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이 그러한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CCTV에 의한 촬영을 원치 않는 손님이라면 다른 점포를 이용할 수 있었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사정을 검토한 후에야 ‘이와 같은 사실에 의하면 편의점에 들어오는 고객은 CCTV에 의해 촬영되는 것을 승낙한 것으로 추정할 여지가 있어 CCTV의 촬영 방법은 상당성을 갖고 있다’고 판시했다. 말하자면 CCTV가 아무리 유용하고 필요한 장치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CCTV가 방범 등의 용도에 매우 유용한 장치인 것은 틀림이 없다. 동시에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다. 아무리 유용한 것이라고 해도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선택권을 배제하는 것은 성숙한 사회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 판결에서는 CCTV 촬영 방법까지 고려하여 해당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촬영에 대한 승낙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본 후에야 CCTV에 의한 촬영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이 판결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방송에서의 CCTV 영상 사용 문제와 관련해 언론사에 유리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편의점 측이 방송사에 CCTV 동영상 파일을 제공한 것은 범죄 발생에 경종을 울리는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려는 것으로, 그러한 의미에서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판례에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사건 당사자가 저명한 인사라는 점이다. 판결문에서는 이 점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만일 절도범이 평범한 시민이었다고 해도 절도 범행을 담은 CCTV 영상 공개가 적법하다고 했을지 의문이다. 사견으로는 공인의 범행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CCTV 영상공개 시 범행의 주체가 누구인지 일반인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모자이크 처리가 됐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MBC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방송에서 CCTV 영상을 내보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CCTV 방영에 의한 2차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자이크 처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나아가 공익적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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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mk 2013.03.25 0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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