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회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영국 방송사에 새로운 획을 그으며 막을 내렸다.
3D 신호로 제작된 남녀 단식 결승전이 BBC HD 채널을 통해 영국 전역에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이번 결승 경기를 3D TV로 시청한 영국인은 13만~14만 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황진우 KBS 기자


영국에서는 지난해 불었던 3차원 영상(3D) TV 바람이 다시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BBC가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을 3D로 생중계하면서 잠잠했던 3DTV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사상 첫 3D 지상파 방송을 계기로 한 가전업체들의 여름 판매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시청자의 2%가 3D 방송 감상

125회 윔블던 테니스 대회(6월 20일~7월 3일)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 자체의 역사뿐 아니라 영국 방송사에도 새로운 획을 그으며 막을 내렸다. 3D 신호로 제작된 남녀 단식 결승전이 BBC HD 채널을 통해 영국 전역에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이는 영국에서 지상파를 통해 송출된 첫 번째 3D 방송이다.

BBC HD는 디지털 수신이 가능한 안테나를 설치한 가구라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채널이다. BBC1과 BBC2만 볼 수 있는 아날로그 TV와 달리 디지털TV로는 BBC HD 채널 등 BBC가 보유한 채널 9개를 더 수신할 수 있는데 바로 이 디지털 TV로만 볼수 있는 지상파 채널인 BBC HD를 통해 윔블던 결승전의 3D 방송이 중계된 것이다. 3D가 아닌 보통의 중계 화면은 BBC1 HD 채널과 BBC1 채널을 통해 송출됐다.

이번 결승 경기를 3D TV로 시청한 영국인은 약 13만~14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해 영국에서 팔린 3D TV가 12만 5,000대라는 조사 결과와 그중 상당수가 음식점과 영국식 선술집 등 다중 이용 시설에 판매된 점을 고려한 추정치다. 보통 남자 단식 결승의 경우 해마다 약 560만 명이 시청하므로 전체 시청 인구의 2% 정도가 올해 결승전을 3D TV로 시청한 셈이다.

바로 이 때문에 BBC가 3D 중계 계획을 발표한 이후 약간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국의 모든 공공 부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라는 예산 감축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고 BBC 역시 전례 없는 긴축 경영을 하고 있는데 많은 제작비를 들여 소수의 3D TV 보유자를 위한 중계방송을 하는 것이 맞는 판단이냐는 주장이었다.

디지털 TV로만 볼 수 있는 지상파 채널인 BBC HD를 통해 윔블던 테니스대회 결승전이 3D로 중계됐다.


3D 제작은 소니, 송출은 BBC

하지만 BBC가 3D 중계를 위해 추가로 들인 제작비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윔블던 테니스의 3D 판권은 소니가 갖고 있는데 소니가 이를 판매할 만한 방송사가 사실상 대회 주관 방송사인 BBC밖에 없었으므로 계약 조건이 BBC에 불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거다. 더욱이 3D 신호 제작을 소니 쪽에서 맡았기 때문에 BBC로서는 3D 방송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추가로 투입할 필요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2D와 3D 방송 모두 BBC의 채널을 통해 중계됐지만 경기 당일 코트 주변에는 중계팀이 두 팀 있었다는 얘기다. 한 팀은 2D 중계를 책임진 BBC 중계팀이었고, 다른 한 팀은 3D 화면을 만들어 BBC에 전달한 소니 쪽의 중계팀이었다.

바로 이 소니 쪽의 중계팀이 앞으로 3년 동안 윔블던 테니스의 3D 화면 제작을 담당할 영국의 3D 방송 전문 프로덕션 CAN이다. CAN은 2007년 이후 각종 국제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 공연 등의 3D 방송을 성공적으로 제작해 낸 회사로 이번 윔블던 대회 결승전에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CAN이 이번 결승전에서 동원한 3D 전용 카메라는 5대로 모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3D 중계에서도 사용 됐던 소니 제품이다.

여기서 소니가 윔블던 테니스의 3D 판권을 확보한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3D 카메라와 3D TV를 생산하는 소니 입장에선 3D TV 붐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그러한 붐 조성을 위한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BBC를 통한 결승전의 3D 중계방송은 어쩌면 소니 스스로를 위해 필요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소니는 윔블던의 3D 방송 제작을 위해 영국의 벤처기업인 ‘호크아이’ 사까지 인수했다. 호크아이는 코트 주변에 카메라를 여러 대 배치해 테니스공이 라인 밖에 떨어졌는지 안에 떨어졌는지를 정밀하게 다시 보여 주는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다. 소니가 이번 윔블던 대회 3D 구현에 얼마만큼 큰 비중을 두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윔블던 테니스 3D 판권을 전 세계적으로 행사할수 있는 소니는 이번 대회에서 확보한 3D 화면을 자사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블루레이 3D’에서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임 산업에서도 3D 붐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소니는 스포츠 경기의 3D 판권을 영화 배급망으로까지 확대시켰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600여 개의 3D 상영관에서 남자 단식 준결승전과 남녀 단식 결승전이 유료로 상영됐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스포츠 중계 사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수익 모델이다.


BskyB, 영국의 3D TV 산업 개척자

이처럼 이번 윔블던 결승전의 3D 방송은 소니가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BBC는 따라가는 모습이었지만 BBC는 BBC대로 오랫동안 3D 방송을 준비해오고 있었다. 우선 2008년 6개국 럭비 경기 대회를 통해 스포츠 3D 중계에 대한 시험 방송을 했고 지난해 2월에도 6개국 럭비 경기 대회 가운데 한 경기를 오데온과 시네월드 등 영국의 대형 멀티플렉스 40곳에서 3D로 시범 중계했다. 이뿐 아니라 ‘지구의 공룡들’과 ‘아프리카 3D’ 등 BBC가 자랑하는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도 3D 프로그램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3D 제작 실험도 활발
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BBC의 3D 담당 부서에서 심혈을 쏟고 있는 실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3D 제작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제한된 세트 안에서 2D와 3D를 동시에 촬영해야 하는 만큼 2D와 3D의 제작 요소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BBC가 현재 3D 제작 실험을 하고 있는 방송은 전 세계 32개국에 ‘스타와 함께 춤을’(Strictly Come Dancing)이라는 제목으로 수출된 프로그램이다.

BBC는 이 방송을 2D와 3D로 동시에 제작하는 실험을 함으로써 TV 세트의 크기와 제작진의 업무 분담 같은 소소한 사항부터 시청자들의 콘텐츠 몰입도까지 다양한 요소에서 나타나는 차이점과 문제점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BBC의 HD와 3D 방송 총책임자인 대니엘라 네이글러는 지난 5월 런던에서 열린 ‘3D TV 월드 포럼 2011’에서 BBC는 3D 영화에 나온 기술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게 아니라 실제 TV 환경에서 3D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3D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3D에 맞는 방송의 형식, 2D와 3D의 관계, 3D 방송의 배급 망 등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BBC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3D 중계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BskyB 쪽으로 향했다. BskyB가 영국에선 3D TV 산업의 개척자로 통하기 때문이다. 위성TV 사업자이면서 10여 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BskyB는 매출액 기준으로 BBC를 뛰어넘는 영국 최대 규모의 방송사인데 지난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3D 전용 채널을 출범시켰다.

사람들은 약간의 시기 어린 반응을 기대했지만 BskyB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sky 3D 채널의 담당자 존 케이시는 이번 BBC의 중계방송을 영국 3DTV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로 평가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3D 방송을 접해야 3D TV 산업의 전반적 시장 크기가 커질 수 있다면서 BBC의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 3D 생중계는 영국 TV 시장의 혁신을 과감하게 선도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sky 3D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뒤 프리미어 축구 경기와 인기 영화의 3D 콘텐츠를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4시간씩 방송하고 있다. 가입자는 약 7만 가구로 아직까지 그 수는 미미한 편이다. 이는 3D TV 자체가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은 데다 콘텐츠가 일부 스포츠 경기와 영화에 한정돼 있고 한달 시청료가 우리 돈 10만 원을 넘는 61파운드로 다소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BBC가 현재 3D 제작 실험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 ‘스타와 함께 춤을’은 전 세계 32개국으로 수출됐다. 사진은 ‘스타와 함께 춤을’의 메인 페이지.


5년 후면 세 집 중 한 집이 3D 시청

지난해 큰 바람이 일었던 것과 달리 3D TV의 중간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는 영국식 선술집인 ‘펍’에서나 볼 수 있는 TV로 인식되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큰 성공 이후 시즌마다 꼬박꼬박 3D 영화가 상영되고 있고 수천만 파운드를 투자한 3D 전용 채널까지 생겼음에도 앞으로 상당 기간 더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언제쯤 3D TV가 주류 시청 패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영국의 한 미디어 조사기관은 그 시기를 앞으로 5년 후인 2016년으로 전망했다. 2016년에 이르면 영국 전체 가구의 3분의 1인 1,100만 가구에 3D TV가 보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난해 팔린 3D TV가 12만 5,000대이므로 5년 사이에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의 미디어 업계와 가전 업계 등은 이번 BBC의 윔블던 결승 3D 중계방송이 기폭제로 작용하길 기대하고 있다. 첫 지상파 3D 방송을 통해 시장에 강한 인상은 남겼으니 남은 건 이제 가격이 아닐까. 3D 방송의 콘텐츠는 차츰차츰 늘어나게 될 수밖에 으므로 3D TV의 가격이 인하되기 시작하면 보급률이 급격히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 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영국 런던대학교 UCL에서 연수중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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