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이 늘고 업무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는 기자들이 늘었다. 기자들 55%는 업무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불규칙한 업무 시간, 과도한 업무 시간을 꼽은 기자들이 각각 38%, 37%에 달했다.
또 89%가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최지선 파리2대학 박사과정


프랑스에서 기자라는 직업의 위상은 우리나라보다 높다. 따라서 기자직을 원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기자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의 이면에, 실제 프랑스 기자들은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나 긍지보다는 ‘불안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받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기자들 심리적 위험 평가 조사

특히 인터넷 도입으로 인해 업무 조건이 바뀌면서 자신들이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빨리 일하게 되며, 피로도는 더 높아지고 직업에 대한 불안감은 커졌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전국기자조합과 직업 위험 평가 전문기관
인 테크놀로지아가 프랑스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기자들은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보조자’로 인식하면서도 그들의 일이 점점 ‘피곤하고 불안정하고 급작스러운 변화를 겪는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와 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테크놀로지아 측은 2010년 6월부터 9월까지 7,000여 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업무 조건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약 1,070명의 기자가 응답을 했다. 또 100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 인터뷰를 통해 그들로부터 업무 조건과 환경 등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지난 6월 초 결과가 발표됐다.

이 조사에 응답한 기자들의 반 이상이 신문사 기자였으며, 인터넷 언론사 기자가 19%, 텔레비전 기자들이 16%, 라디오 기자들이 16%을 차지했다. 또 응답자 수의 3분의 1이 계약직, 프리랜서 기자였다.

조사는 첫째 불안정한 직업으로서의 기자라는 직업 업무 조건, 둘째 기자 업무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 셋째 기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조건이라는 세 가지 큰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뉴미디어 등장이 변화의 근본 원인

이러한 조사 결과 기자들은 크게 ‘독자나 시청자들의 정보 소비 방식’, ‘언론사 수익 구조’, ‘기자가 더이상 정보를 다루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직업적 변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기자라는 직업이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기자들은 이 같은 기자 업무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역시 ‘뉴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정보 소비의 다변화’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뉴미디어의 발달은 언론사 간의 경쟁, 언론사와 새로운 미디어 간의 경쟁 등을 유발하며 언론사의 수익 구조마저 바꾸면서 기자들로
하여금 더욱 빨리, 많이 일을 하도록 만들어 피로감을 느끼게 했다. 독자들의 이탈로 인한 언론사 위기라는 불안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기자들은 업무량이나 업무 속도와 관련해 인터넷의 등장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었다. ‘지난해보다 담당한 업무량이 증가했는가’라는 질문에 약 73%의 기자들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약 59%가 이러한 업무의 과중 원인을 효율성 부족에서 찾았다. 또한 많은 기자들이 지난 5년 동안 언론사들이 겪은 구조조정을 언급했다.

한편 업무량이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약 68%의 기자들은 업무 속도 역시 빨라졌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다양한 방식의 미디어가 등장하고, 특히 인터넷이 눈에 띄게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지속적인 정보 전달이 가능해진 것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인터뷰를 한 기자는 “기자들에게 점점 더 생산성을 높이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라고 요구한다”며 “인터넷, 종이 신문에 모두 기사를 기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기자들은 인터넷과 발달한 휴대전화 덕분에 정보를 찾고 전송하는 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어디서나 언제나 기사를 전송할 수 있다. 이는 이전에 비해 일을 훨씬 쉽게 만들어 주었다. 예전에는 기사를 받아쓰고 전화선을 찾아야 했지만,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모든 것이 간단해졌고 생산성이 높아졌다.”

프랑스 전국기자조합 홈페이지.

직업 위험 평가 전문 기관인 테크놀로지아 홈페이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 팽배

이렇게 업무량이 늘어나고 업무 속도가 빨라지다보니 건강상의 문제와 스트레스, 피로를 호소하는 기자들도 늘어났다. 약 55%의 기자들이 기자 업무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러한 응답자 중 40%가 컴퓨터 모니터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불규칙적인 업무 시간, 과도한 업무 시간을 꼽은 기자들이 각각 38%, 37%에 달했다. 또한 46%의 기자들이 피로를 호소했고, 89%가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테크놀로지아 조사팀은 보고서에서 이러한 기자 업무의 조건, 환경 변화가 기자들에게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안겨 줌으로써 정보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자들의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심도 있는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게 되고 탐사보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보았다. 기자들로 하여금 기자 업무를 힘들게 하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불안정하게 느끼도록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역시 새로운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독자들의 정보 소비 방식 진화’였다.

기자들은 기자들의 직업에 가장 큰 위협을 주는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약 54%가 광고주나 정권의 압력이 아닌 독자들의 진화를 꼽았다. 독자들의 신문에 대한 충성도가 광고 수익과 구독료라는 언론사 수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특히 신문사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비해 뉴미디어로 인한 독자들의 정보 소비 방식 변화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기자들은 더 이상 신문이 정보를 다루고 제공하는 유일한 미디어가 아니며, 이에 따라 정보 역시 같은 방식으로 다뤄지지 않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이로 인해 기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자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박탈감을 느끼고, 속도전이 중요하게 되면서 정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독자 수 감소 및 판매 부수 침체 등 언론사 위기는 기자 직업 자체에 대해 불안감을 일으키게 했다. 조사에 응답한 기자들은 모두 기자증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3분의 1이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기자’라는 명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조사에 응답한 기자들의 43%는 기자 직업과 고용 자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기자직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테크놀로지아 대표 장클로드 델젠은 “기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매우 큰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많은 기자들이 기자라는 직업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2일 열린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사진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하고 있다.
뉴미디어 활성화와 신문 구조조정으로 인해 기자들의 스트레스는 어느 때보다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자직의 사회적 기능 깊이 성찰할 때

이러한 언론사의 위기는 ‘기자들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동반하고 있었다. 이 조사를 진행한 델젠 대표는 자신의 일이 ‘독립적’이라고 평가하는 기자들이 50%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기자들이 직업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위기의식으로 인해 위험을 무릅쓰려 하지 않고, 자기 검열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기자들의 창의성이 줄어들었고, 심지어 어떤 기자들은 다른 기자들이 징계를 받고, 더 나아가 해고까지 되는 것을 본 이후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기사 쓰는 것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 조사를 진행한 테크놀로지아는 보고서에서 기자들의 만족스러운 업무 조건은 양질의 정보가 생산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고, 사람들이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프랑스 기자들의 높은 피로감과 불안감이라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자들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민주주의가 변질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자가 사회적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재평가하고, 창의성이 부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뉴미디어의 발달, 그리고 그로 인한 과도한 경쟁이 낳은 피로감·불안감 등이 한국과 프랑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프랑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들의 직업 인식에 대한 조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사회 역시 민주주의가 정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자들의 사회적 기능과 그에 필요한 조건들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볼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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