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언론은 상황을 자세히 전달했지만 자체 취재한 것이 아니라 도쿄전력과
정부 발표에 의존한 것이었다. 향후 어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있다
.



채성혜 일본 학습원여자대학 강사


종전 후 사상 최대의 국가 위기라고까지 일컬어지는 3·11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진 발생 후 3개월간에 걸친 신문과 방송의 보도 내용에 대해 향후 지속적으로 검증해 가야 할 문제들에 대한 논의 또한 열기를 띠고 있다.


보도 내용 번복 등으로 불신 자초

특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고 피해와 피난 상황, 수도권까지 확산된 위기의식을 미디어는 어떻게 보도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발표에 의존하며 극히 신중함을 보이는 신문과 방송의 자율적 규제, 내부 취재 행태, 과학저널리즘과 전문기자 부재에 대한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다. 본고에서는 원전 보도를 둘러싼 미디어의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대지진의 충격을 실감할 시간도 없이 3·11 지진 발생 다음 날인 3월 12일에는 일본 후쿠시마에 있는 도쿄전력의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14일에는 3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발생했다. 15일에는 4호기에서도 폭발로 인한 건물의 파손 및 화재가 발생했다. 게다가 2호기에 생긴 틈을 외부에서 냉각시켜야 했지만, 위험 때문에 내부 상태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
에 직면해 불안감이 가중됐다.

원전 사고 발생 후 일본 내 미디어는 그런 상황을 보도했지만, 내용은 미디어가 자체 취재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도쿄전력과 정부가 발표한 것이었다. 정부는 국민의 불안과 혼란에 의한 패닉을 방지하려고 극단적인 정보는 발표하지 않았다. 미디어 또한 그러한 정부 발표를 전하는 정도였다. 이에 대해 미디어 관계자들은 “언론이 안전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원전의 위험도와 상황을 사실 그대로 전해야 오히려 국민들이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도쿄전력을 적극 취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전에 대한 취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보도 내용을 번복하는 혼란이 있었고, 이 때문에 국민의 미디어 불신은 가중됐다. 또한 자율 규제와 취재 통제로 보도에 극히 신중한 국내 미디어보다 해외 언론의 원전 보도를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미디어의 자체 취재력 부족과 정부 발표 의존, 자율적 규제에 대해서는 사실을 정확하고도 신속하게 전하는 체제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 위기관리가 파탄에 이르면 정부 발표에 의존하고 있는 미디어의 불신감도 연동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TV 방송의 원전 보도 사례로 ‘저널리즘’(아사히신문사) 6월 호에 게재된 TBS 보도집행위원 가네히라 시게노리의 ‘원전과 TV 방송의 위험한 관계를 직시해야 한다’는 논고를 소개한다.


TV 방송 보도 문제점 7가지

먼저 TV 방송의 원전 보도 문제점으로 일곱 가지를 들고 있다. ①이번 원전 사고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TV는 전했는가, 미디어 자체의 문제는 없었는가, 당초 ‘레벨 4’라는 원자력의 안전・보안원의 발표를 추종하는 발표 저널리즘의 의문점은 없었는가 ②사고 해설 전문가 및 학자를 선정하는 데 ‘추진파’에 대한 편향성은 없었는가, ‘반대파’ ‘비판파’에 대한 배제와 회피의 편향성은 없었는가 ③원전으로부터의 거리를 기준으로 그려진 구획(원전으로부터 몇 ㎞)을 설정한 자율적 취재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각 미디어에서 설정한 취재기자의 원전 피해선의 기준은 타당했는가, 측정기를 지참하고 근접 거리까지 원전 취재를 시도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④‘풍문피해’의 발생에 대해 TV는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패닉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과다하게 안전성을 강조하지는 않았는가, 안전성을 강조할 때 근거를 언급했는가 ⑤정책화되고 있었던 원전 추진에 대해 TV가 해 온 역할을 검증하는 자
성적인 관점은 있었는가, 전력회사의 은폐 체제와 정보 컨트롤에 대해 비판적인 시점이 확보돼 있었는가 ⑥TV의 과거 원전 보도의 역사를 공유할 수 있었는가, 원전 보도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에 얼마나 대항했는가, 스폰서인 전력회사를 상대화하는 시점은 확보돼 있었는가 ⑦TV에 한하지 않고, 기업 미디어에 대한 과학부 기자, 전문기자의 원전에 관한 시점, 입장이 비판적으로 검증된 적이 있었는가, 무엇보다도 TV는 원전 전문기자를 양성해 왔는가, 기자가 추진파와 밀착된 구조는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상기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이 지적되고 있다.

1) TV에서 결여된 원전 보도의 중대성

위에서 지적된 문제점 ①, ②에 관해 언급하자면 TV는 원전 사고의 중대성을 전하는 보도가 결여돼 있었다. 초기 단계에서는 쓰나미와 피해 지역의 상황을 전하는 데 급급했고, 정작 원전 보도에 대해서도 TV에 출연한 전문가와 연구자, 학자들은 안전성을 주장하는 데 동원됐다. 출연한 전문가, 학자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직함을 알릴 뿐 특별한 전문성과는 무관하기조차 하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미디어는 정부 당국의 발표를 기다린다는 생각이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원자력 사업을 진행하는 데
‘관료-정부-업계-학계-보도’라는 원자력 패밀리 팬타곤의 강고한 구조가 형성돼 있어 아무런 긴장감도 없이 상호 체크 기능이 부재한 상황을 미디어 관계자는 인식해야 한다.

다음으로 ③에 관해서는 원전 사고 이후 몇 ㎞라는 동심원 설정은 모니터링에 의한 방사능 측정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실제적인 의미를 갖지 못했다. 도쿄의 주요 미디어는 원전에서 20, 30, 혹은 40㎞ 권내에 대한 취재를 제한,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내부 지침을 정했다. 피해 지역 주민에 대해서는 20, 30㎞ 권내의 자주적인 피난을 권고하는 기준을 설정했는데, 미디어는 그보다 더 광역적인 설정을 했다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응원 취재를 간다고 해도 지역적 감각이 부족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피난이 곤란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이러한 내부 지침은 TV 방송국 자체가 자율적으로 설정한 지침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취재와 보도로 국민의 알 권리에 응하는 미디어의 보도 역할을 잊은 취재 체제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가능하다.


프리랜서 기자는 원전 근접까지 취재

2) NHK의 문제와 전문기자 부족

NHK는 3월 21일 자로 ‘방사선량에 관한 방침’이라는 내부 문서를 작성했다. 후쿠시마 방송국 등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각 본부 관계자에게 보낸 문서 내용은 ‘정부는 현재 원전에서 반경 20㎞ 밖 피난지시와 20~30㎞에서의 건물 내 피난 지시를 변경할 예정은 없습니다. 우리의 취재도 정부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NHK의 원전 재해 취재 매뉴얼은 한 가지 참고 데이터로 생각하고, 취재 계속성의 유무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판단하기로 합니다’라고 하여, 보도기관으로서의 NHK가 ‘정부의 지시’를 상대화하는 시점을 방치하고 있다. 프리랜서 기자가 사고 직후인 3월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근접 거리인 원전 정문까지 가서 취재, 촬영한 점에 대해서는 무모하다는 견해와 동시에 피해 지역에 주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 활동을 자율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보도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과 동일하다는 반론 또한 제기됐다.

저널리스트인 도리고에 슌타로는 “일본의 미디어가 원전 지역에서 경찰의 동행 없이 취재하지 않는 것은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쟁 취재도 위험합니다. 그러나 전쟁 지역에는 기자도 카메라맨도 들어갑니다. 그런데 방사능에 관해서는 왜 전원이 일치하여 자율적인 규제를 합니까? 저는 이 지역을 TV 카메라로 취재하여 몇 군데 보도 프로그램에 방영을 부탁하였습니다만, 방영하겠다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마이니치 신문 4월 18일 자 조간)라며 TV 방송국 취재 태도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지적했다. 일률적인 보도 태도를 취한 기업 미디어의 행동 양식에대한 문제성을 엿볼 수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④‘풍문피해’는 보도의 진실성 및 전파도와 관련해 심리적인 공포심과 상승효과에 의해 발생하는데, 원전 오염은 눈에 보이는 피해가 아니라는 점에서 야채와 어패류의 출하 정지와 축산물의 유통 거부가 발생했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은 통상물의 몇 배라는 사실뿐이다. “이 정도라면 건강에 유해할 정도는 아니고 안전하다”고 전문가를 통해 메시지를 발신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는 오히려 시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었다는 점에서 TV 보도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

⑤, ⑥에서 제기된 문제는 TV 보도와 원전의 관계를 직시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중시돼야 할 점이다. TV 방송국의 제작 현장에는 과학부 기자가 적고, 광고 스폰서의 압력도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과학성을 반영한 전문 취재와 보도가 결여돼 있다.

⑦의 전문기자 양성 문제는 보도 현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정확성을 결여한 지식에 의한 코멘트와 해설은 시청자와 독자에게 무책임한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과학적 지식을 가진 전문기자가 부재하다는 현실에서 이는 향후의 과제이기도 하다.


정부와 거리 둔 독자 취재만이 해결책

원전 보도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한 전문용어가 많고 보도 내용이 충분히 전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그 배경에는 미디어의 원전 보도에 대한 취재 행태와 보도 내용에 대한 책임이 깔려 있다. 근본적으로 원전 보도를 하는 신문사와 TV 방송국, 연구자, 정치가, 전문가들은 원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혼란을 거듭하는 정부 발표와 미디어의 보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좀처럼 신뢰를 둘 만한 정확한 보도가 없었다는 지적은 정확한 보도를 공유함으로써 냉정한 보도가 가능하다는 견해라고 볼 수 있다. 원전 피해 상황에 대한 전체 양상, 향후의 예측이 부재한 가운데 유언비어와 소문이 확산될 뿐이라는 것이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보도는 간단하지만, 어떠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미디어의 과학적 보도 자세가 결여됐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5월 22일 개최된 ‘원전 보도를 생각한다’는 심포지엄에서 미디어 관계자와 연구자, 전문가들은 ①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의 정기 취재와 촬영 기회의 실현 ②후쿠시마 제1원전 작업원들에 대한 정기 취재와 촬영 기회의 실현 ③20㎞ ‘경계구역’ 내의 정기 취재와 촬영 기회의 실현을 공동성명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취재 기회는 각 미디어가 개별적으로 도쿄전력과 사업대책통합본부에 요청하는 것이 대전제이지만, 지금까지 후쿠시마의 현지 보도는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들며 도쿄전력의 미디어 취재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는 성명이기도 하다. 도쿄전력이 제공하는 사진과 영상을 통한 간접적인 보도로는 ‘국민의 알 권리’에 응하는 미디어의 기본적인 이념을 실천할 수 없다. 국가와 거리를 둔, 정부 체제와 권력에 대한 저널리즘의 체크가 기능한 독자적 취재만이 보도 상황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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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용형 2011.11.23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빈 수레가 요란하다

  2. 2012.01.05 0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빈 수레가 요란하다

  3. 인형 2012.01.07 0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

  4. 브룩 2012.04.05 1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은 오해였습니다.

  5. 캐롤라인 2012.05.08 18: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변호사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6. 알렉사 2012.05.10 2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