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게임 형식으로까지 진화하는 현실에서 텍스트와 비디오, 통계와 그래픽에 사용되는 수치 데이터 등
수많은 조각 정보들을 잘 엮는 데이터 에디터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언론계의 시각이다.
또한 이들의 작업을 조율하는 취재기자의 역할 변화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영 YTN 기자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5년 세계신문협회총회(WAN·World Association of Newspaper)와 세계편집인협회총회(WEF·World Editors Forum)가 서울에서 열린다. 당시 총회에서는 모블로그(Moblog)라는 뉴미디어 취재 보도 시연회가 선보인다.

신문 산업, 저널리즘과 관련한 다양한 발표 내용과 총회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핸드폰을 활용해 사진과 동영상도 찍고 기사도 작성해 블로그에 실시간으로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모블로그는 모바일(Mobile)과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당시 시연회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 들어선 미래 저널리즘 실험실인 ‘뉴스플레스’(Newsplex) 소장이 주도한 것이다. 필자는 당시 2년이 넘는 인터넷 자회사 경험 덕분에 신문총회에서 방송기자인데도 불구하고 교수 두 분과 지금은 기자가 된 대학원생 등과 함께 서툰 영어로 기사도 쓰고 편집도 하는 영
광을 누렸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이 낳은 결과물이라 여긴다.


미국은 스토리텔링 개발에서 앞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면 필자를 비롯한 시연회 참가자들 모두 왜 우리나라 언론은 이런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서비스였는데도 말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경우에도 한국에서는 이보다 앞서 토종 서비스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바로 일촌 맺기로 유명한 싸이월드와 초등학교 동창 모임 유행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던 아이러브스쿨이다. 최근 스마트폰의 확산과 맞물려 지금은 언론사 모두가 앞을 다투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하려 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과거에는 왜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지 않았을까. 그렇다 보니 축적된 경험을 쌓지 못한 나머지 지금도 대다수 언론사는 여전히 같은 내용을 윈도만 바꿔 내보내는 데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신문과 방송(TV와 라디오), 윈도가 달라지면 당연히 스토리텔링이 달라져야 하는 것처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윈도에는 인터넷만의 속성,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우리 언론은 다른 나라보다 뛰어난 정보기술(IT) 환경에도 불구하고 새 잔에 새 술을 담는 스토리텔링 모델을 개발하지 못했을까? 반면 미국의 언론은 어떻게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제한된 IT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선도하고 있는 것일까? 나아가 미국 언론은 탐사보도와는 별반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인터넷을 오히려 탐사보도에 한층 더 적합한 도구로, 새로운 스토리텔링 도구로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 기자들의 최대 콘퍼런스인 IRE(Investigative Reporter and Editor) 콘퍼런스와 NICAR(National Institute for Computer Assisted Reporting) 콘퍼런스를 통해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해마다 6월 초순 3박 4일 동안 적게는 100여 개에서 많게는 130여 개 세션이 열리는 IRE 콘퍼런스에서는 각종 취재기법을 중심으로 취재기자, 편집기자, 사진(촬영)기자, 관리자 등 보도국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노하우가 공개된다. 특히 미디어 환경이 급변한 최근 10년, 지난 2002년부터 올해까지 열린 세션들의 내용과 발표자의 구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면, 특히 보도국이나 편집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짚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서 언급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속속 등장하게 된 배경도 알게 된다.

구글이 제공하는 데이터 매니징 툴.


구글 등 기자 상대 다양한 서비스 선봬

무엇보다 내용 면에서는 특정 분야의 취재기법 중심에서 웹을 비롯한 다양한 뉴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다룬 스토리텔링 기법 중심으로의 이동이 눈에 띈다. 당연히 발표자들 역시 취재기자가 대다 수였던 과거와 달리 그래픽 기자나 조사기자, 개발자, 데이터 에디터 등으로 대상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기자들이 사용하는 웹툴(Web-Tool)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사업자들의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기자 출신들이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선을 보이는가 하면1) 사업화하는 사례까지 등장해 이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2) 일부 매체의 경우 자신들이 개발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보도라는 공익의 목적을 위해 다른 기자나 언론사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구글의 경우 IRE와 NICAR 콘퍼런스 참가 기자, 언론사를 대상으로 자신들이 개발한 서비스를 소개하고 교육을 하는가 하면3) 최근에는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웹툴에 대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보도국이 이들 사업체가 만든 지도 프로그램이나 그
래픽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기사 안에 회사 로고가 들어가는 만큼 홍보 효과가 크다는 게 이들의 속내다. 최근에는 기자와 언론사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반영, 개발해 주겠다는 의사까지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 밖에 타블로 퍼블릭과 같은 프리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을 이용하는 중소 언론사가 늘면서 이들과 같은 전문 업체들의 발표도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핸들링하기 어렵고 상당수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사업자의 서버 등에 장애가 생겼을 때 기사 페이지가 제대로 표출이 안 되는 등 안정성의 문제, 어렵사리 획득한 취재 정보, 정보 공개를 통해 획득한 자료를 이들 사업자에게 고스란히 제공해야 등의 문제가 있지만 전문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거나 개발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이들 프리웨어 사용은 늘어나고 있다.

매년 2월 하순에 개최되는 NICAR는 탐사보도 기자, 취재기자가 중심이 된 IRE 콘퍼런스와 달리 조사기자와 개발자, 데이터 에디터 등이 중심이 돼 상대적으로 한층 더 기술적인 내용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역시 적게는 80여 개에서 많게는 100여 개 세션이 마련되는데 해마다 IRE 콘퍼런스 참가자들의 절반에 가까운 400~450여 명이 참가한다.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의 장점을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NICAR 콘퍼런스에서는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 특히 개발자 중심의 발표와 세션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조사, 개발, 데이터 전문가들 약진

두 콘퍼런스의 세션 변화를 요약해 보면 과거 취재 기자, 탐사기자 중심에서 벗어나 이들의 지원자 역할에 그쳤던 조사, 개발, 데이터 등의 전문가 참여와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일부 언론사의 경우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에서 나아가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기사가 독자인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우리 동네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고 딱딱해지기 쉬운 탐사보도 기사에 재미까지 가미한, 제한적이지만 흡사 게임과 같은 요소까지 첨가해 독자와 시청자를 끌어들이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다양한 실험을 허용하는 문화적 차이점도 작용했겠지만 기자들이 서로 이와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노하우를 담은 팁시트와 이들 노하우를 활용한 실제 보도 사례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필요한 기자와 언론사에 이를 제공하는 등 장(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IRE의 공이 크다고 하겠다.

IRE는 개별 언론사가 대응하기 힘든 탐사보도 프로젝트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시대가 변하고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이제 온라인 저널리즘과 데이터베이스 저널리즘을 아우르는 인터랙티브,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웹 애플리케이션까지 고민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 산업이 중심이 된, 경영진이 중심이 된 여타 콘퍼런스와 달리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기자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보도국 내지 편집국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를 기자들 스스로가 서로의 고민을 성토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척박한 한국의 현실에 비춰 볼 때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인터넷 정신에 걸맞은 공유와 소통을 통해 돌파구를 개척해 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홈페이지는 물론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과 같은 뉴미디어에 맞춘 스토리텔링을 통해 개별 탐사보도물을 판매하는 경우도 눈에 띤다.4) 99센트에서 1달러 99센트까지, 우리로 따진다면 1,000원 2,000원에 개별 기사를 파는 것이다.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해 얼마나 수익을 낼 것인가는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이 같은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필자의 눈에는 신선하게 보였다. 우리의 경우 국내 시장에 제한되긴 하지만 한국판 아마존에 해당하는 예스24나 알라딘과 같은 시장은 이미 활성화돼 있지만 이렇다 할 시도를 하지 못하
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일들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데이터 에디터의 역할과 취재기자의 프로젝트 매니저 기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이곳 미국 언론사 기자들의 시각이다.

전자신문으로 비디오를 보고 디지털 TV를 통해 신문을 읽는 시대, 모든 것이 웹의 성격을 띠고 인터랙티브한 요소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기사가 게임 형식으로까지 진화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텍스트와 비디오, 각종 통계와 그래픽에 사용되는 수치 데이터 등 수많은 조각 정보들을 얼마나 잘 엮어서 조직하고 운영할지가 중요한 만큼 데이터 에디터의 역할 폭과 깊이도 넓어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그래픽 전문가, 개발자의 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작업을 핸들링하고 조율할 취재기자의 역할 변화 역시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부서・직종 간 장벽 높아

선거개표 방송을 수차례 경험한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100% 수긍이 가는 지적들이다. 우리는 왜 IRE와 같은 조직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일까? 서로의 단점을 보충해 주고 서로의 장점을 배워 나가는 장이 없는 것일까? 굳이 매체별·언론사별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시도는 뒤로하고서라도 개별 언론사 안에서조차 직종 간 장벽을 허무는 시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취재기자는 그래픽이나 개발, 데이터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반대로 그래픽, 개발, 데이터 전문가들은 취재보도의 참여가 제한되면서 취재 보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직종 간의 경계, 울타리를 높여 놓은 우리 언론들의 폐쇄적인 조직 구조가 상상력을 제한하고 다양한 시도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이들 미국 언론사, 보도국의 변화를 제외하고서라도 필자 개인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그래픽, 개발, 데이터 전문가들의 프로젝트 초기 참여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다른 일반 보도와 달리 선거개표 방송의 경우 이들 인력이 초기부터 업무에 참여하는데, 수차례 경험을 통해 지난 대선과 총선의 경우 이들의 역할과 권한을 과거 선거개표 방송 때보다 강화함으로써 훨씬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인터넷 자회사에서 익힌 웹에 대한 지식과 경험, 탐사보도를 통해 익힌 엑셀과 억세스, GIS(Giographical Information System), SPSS과 SAS(통계 프로그램),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등 소프트웨어를 직접 활용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 것도 이들 인력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어지도록 만들었다.

여전히 한국 언론의 경우 기사를 쓰고 사진과 동영상도 찍는 역할을 강조하는 등 서로 다른 매체의 역할을 익히는 데 집중하는 반면 IRE를 통해 본 이곳 미국 매체들의 상당수는 취재기자의 그래픽, 개발, 데이터 전문가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반대로 그래픽과 개발, 데이터 전문가들의 경우 취재기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 뉴스룸과 같은 온·오프 통합 운영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발로 뛰고 오감으로 확인하는 전통적인 취재 본연의 기능은 기본이라는 의견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시대와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자의 역할과 기능에도 변화가 생기는 만큼 변화에 따른 고통이 따르지만 언론사 경영진은 물론 기자들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올해 IRE 콘퍼런스에서 한 발표자는 시민 저널리즘이 일반화하고 퍼스널 미디어가 붐을 이루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위키리크스가 언론사에 정보를 먼저 제공한 것은 여전히 언론사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중요하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며 기자와 언론사의 역할과 기능도 별반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은 시장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언론사, 기자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란 점에 참석자들은 이견이 없었다.


<주>

1)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조사기자 출신으로 데이터 에디터로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사라 코언이 개발에 참여한 연대기 정리 웹툴(사라 코언은 IRE 이사진이자 지금은 사립 명문 듀크대학 저널리즘 교수로 재직 중이다).
https://github.com/FlowingMedia/TimeFlow/wiki/

2) 스캐너 없이 웹을 통해 이미지 문서를 올리면 서버에서 이들 문서를 스캔해 핵심 텍스트를 추출하고 기초적인 콘텐츠 분석까지 가능하도록 한 웹툴. 뉴욕타임스 출신의 기자가 개발을 주도했는데 팀 간 공유는 물론 다른 웹사이트로의 표출도 가능하다(아직 한글은 적용되지 않는다). http://www.documentcloud.org/home

3) 구글이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 매니징 툴, 스프레드시트 형태로 수치 등의 데이터를 웹에 올리면 다양한 형태의 그래픽 구현이 가능하다.
http://www.google.com/publicdata/home

4) 전자책인 킨들에서 탐사보도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사들로 최하 가격은 99센트다.
http://www.amazon.com/b?ie=UTF8&node=2486013011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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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애가중매 2011.08.07 0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들렸다가 댓글남기고 갑니다. 자주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