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 웹브라우저로만 구동 ‘웹앱’ 출시

류현정 조선경제i 연결지성센터 기자

‘독자들이여, 즉시 FT 웹앱으로 바꿔 타라’

지난 6월 7일 세계적인 경제 권위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발표는 콧대 높은 애플을 긴장시켰다. 오피니언 리더를 충성 독자로 보유한 파이낸셜타임스가 애플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웹브라우저로만 구동하는 새 뉴스 앱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앱이라는 의미에서 웹앱(web app)이라고 부른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 7월 초 기준 애플 운용체제(iOS)를 기반으로 한 앱 수는 무려 42만 5,000개, 그동안 전 세계 아이폰, 아이패드 이용자들이 앱을 다운로드한 건수는 150억 건에 달한다.


단말기 종류 상관없이 구동 가능

최근 애플이 발표한 실적은 앱스토어가 초히트작이었다는 점을 다시 입증해 보였다. 2011년 2분기 매출은 286억 달러,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3억 7,000만 달러, 73억 800만 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82%, 순이익은 124% 급증한 것이다. 한 분기에만 7조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한 데는 앱스토어의 공헌이 크다.

애플은 앱스토어 내 유료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판매비용의 30%를 가져간다. 또 신문, 잡지 등 콘텐츠 앱은 구독료의 30%를 운영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 간다.


웹앱 매력, N스크린 시대에 더 커져

당연히 애플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장터를 거치지 않은 웹앱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 보통 앱이라면 잘 나가는 애플은 미동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플은 ‘성인용 콘텐츠라 안 된다’, ‘애플 차세대 비즈니스에 방해된다’며 앱스토어에 앱 등록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스가 웹앱을 내놓는 것은 중소형 개발사가 내놓은 앱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애플은 앱스토어와 관련한 정책 일부를 바꾸며 민감하게 대응했다. 애플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앱스토어가 아닌 경쟁업체 앱스토어에서 더 싼 가격에 콘텐츠를 팔면 해당 콘텐츠를 퇴출시켜 왔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웹앱 형태의 뉴스 앱을 발표한 후 약관에서 이 조항을 슬그머니 지웠다. 콘텐츠 업체를 달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기존 앱(보통 네이티브 앱이라고 표현한다)은 각 OS와 단말기에 맞게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단말기에 설치해 구동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아이폰, 아이패드, 갤럭시S, 갤럭시탭,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 새로운 단말기 버전이 나올 때마다 이에 맞는 앱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OS 버전은 물론 스크린 크기에 따라 미세 조정을 해야 한다.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든다.

단말기 종류는 계속 늘어난다. 요즘 IT 업계에선 ‘N스크린’(Nscreen·다화면)이라는 말을 쓴다. 디스플레이 창, 즉 스크린 수가 셀 수 없다. 그야말로 N개다. 각종 앱을 깔아 즐길 수 있는 스마트TV도 나왔다. 디지털 사진첩도, 상대방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화상전화기도 새로운 스크린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웹앱이다. 한 번 웹앱을 개발해 놓으면, 단말기 종류에 관계없이 인터넷만 연결돼있으면 구동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겨냥한 것이 바로 N스크린 시대다. 모바일 웹브라우저에 인터넷 주소(app.ft.com)를 입력하면 스마트폰부터 스마트TV에 이르기까지 웹브라우저가 작동하는 모든 기기에서 파이낸셜타임스 뉴스 앱을 구동시킬 수 있다.

게다가 애플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는 신문 보기 서비스이기 때문에 애플에 수수료 30%를 낼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일반 PC 등 한 번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양한 스크린에서 즐길 수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웹앱 구독료는 표준형이 연간 233.48파운드, 프리미엄형이 337.48파운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웹앱을 내놓은 첫 번째 메이저언론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웹앱을 출시한 지 2주일 만에 20만 명이 파이낸셜타임스 웹앱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개발한 웹앱.


파이낸셜타임스의 웹앱은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파이낸셜타임스 사이트에 소개된 삼성 갤럭시탭의 웹앱 시연 모습.


차세대 웹 표준 HTML5가 지원군

파이낸셜타임스의 시도는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 근본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다. 롭 그림셔 파이낸셜타임스 국장은 “애플의 온라인 장터인 앱스토어가 최근 신문사들이 겪고 있는 경영 악화를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다”면서 “앞으로 안드로이드, 웹OS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웹앱 전략을 강력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웹앱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차세대 웹 표준 HTML5가 있다. HTML란 ‘Hypertext Mark-up Language’의 약자로 웹페이지를 만들기 위한 문서 규약이다. 문서 크기, 글자색, 글자 모양, 그래픽, 문서이동(하이퍼링크) 등을 정의하는 명령어다. 웹 브라우저는 이 HTML로 작성된 문서를 해석해 사용자에게 보여 준다.

기존 HTML의 표현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동영상을 보여 주기 어렵고 게임 등 복잡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툴로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어도비의 ‘플래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 ‘실버라이트’,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자바’ 등 각종 플러그인 애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해 각광을 받았다. 인터넷 동영상의 90%가 어도비 플래시 기반인 이유다.

또 익스플로러, 크롬, 파이어폭스 등 웹브라우저간 호환성도 부족했다. 익스플로러에서 잘 구동되는 앱도 크롬에선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웹 표준 기구 월드와이드웹(W3C)은 이러한 문제점을 전 세계 개발자들로부터 수렴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규약 HTML5를 내놓았다. 올초 HTML5 초안이 공개됐다. 내년 3월에는 정식 권고안이 마련된다. HTML5는 별도의 플러그인 없이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데 초점을 뒀다. 스마트폰 운영 체제에 상관없이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모바일 환경에도 최적화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 구글의 크롬,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는 전 세계 3대 웹 브라우저다. 이들 브라우저의 최신 버전은 모두 HTML5를 지원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HTML5를 기반으로 뉴스 보기 앱을 개발했다. 웹인데도 네이티브 앱처럼 부드러운 화면 전환이 가능하고 동영상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웹앱 뒤에는 진화를 거듭하는 HTML5가 있다.


세계 언론 “웹의 반격이 시작됐다”

BBC는 파이낸셜타임스 웹앱의 등장을 두고 ‘웹의 반격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새로운 뉴스 보기 앱을 선보인 후 모바일 개발사에는 웹앱을 개발해 달라는 주문이 급증했다. 영국의 최대 모바일 앱 개발사인 무발루는 2개월 사이에 웹앱 개발 의뢰가 평년의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오픈앱마켓(OpenAppMkt.com)이라는 웹앱 전용 장터도 있다. 오픈앱마켓에는 최고 수준의 인기 앱은 없지만, 페이스북 앱 등 기본 앱은 있다. 한 달 다운로드 건수는 10만 건 정도 된다.

텍스트 위주인 신문 보기는 네이티브 앱이든 웹앱이든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래픽이 화려하고 사용자의 참여가 많은 게임 서비스를 웹앱으로 구현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단말기 고유의 특성, 이를테면 나침반이나 가속기기, 카메라 등을 이용하려면 단말기와 OS에 최적화한 개발 툴을 이용한 네이티브 앱이 더 유리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한 번 개발해 놓으면 PC부터 TV까지 서비스할 수 있는 웹앱의 가치가 크다. N스크린 시대가 고도화할수록 웹앱의 매력은 커진다. HTML5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지지 세력도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는 지난 1월 애플과 제휴해 아이패드에 최적화한 뉴스앱 ‘더 데일리’(the daily)를 내놓았다. 아이패드용 첫일간지다. 화려한 그래픽과 최고 수준의 편집이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뉴스코프는 더 데일리 개발에 3,000만 달러(약 360억 원)를 투자했고 올해에도 2,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더 데일리를 아이패드가 아니라 다른 태블릿PC나 TV에서 서비스하려면 다시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 한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너무 불편하고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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