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 ‘누에도 이제는 컬러 시대’

임열수 경인일보 사진부 차장


사양길로 접어들던 양잠 산업이 최근 제2의 전성기
를 맞아 컬러누에 사육은 물론 동충하초 등 기능성 제품 생산으로 신성장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컬러누에에 대한 기술 개발은 천연 컬러실크 생산을 가능케 해 섬유 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위해 컬러누에, 얼룩말누에, 흑표범누에 등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매년 10여 종의 품종을 육성해 잠업기관 및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지난 5월 13일부터 50여 일간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수원 망포동 청사에서 황금누에를 비롯한 다양한 색상을 지닌 누에의 일생을 기록했다.

사실 매년 5~6월 농진청에서 컬러누에에 대한 포토 행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누에의 일생에 대해 좀 더 깊이 전 과정을 앵글에 담아 보고 싶은 마음에 1년 전부터 올 5월을 기다려 왔다.



메인 사진은 한 컷에 다양한 컬러의 색을 나타내며 집을 짓는 누에고치의 건축술에 초점을 맞췄다. 49일 만에 몸무게가 1만 배나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을 하는 누에는 알 껍질을 갉아 먹고 나온 개미누에가 뽕잎을 먹기 시작해 자라는 동안 네 번의 잠을 잔다. 한 번 잠을 잘 때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어 두살누에(2령), 세살누에(3령), 네살누에(4령), 다섯살누에(5령)가 된다.

놀라운 사실은 개미누에가 다섯살누에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25일 정도인데 성장하는 과정이 눈에 보일 정도다. 4령 누에가 되면 먹성도 좋아져 뽕잎을 갉아 먹는 사각사각 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 소리와도 비슷하다. 다 자란 다섯살누에는 뽕잎 먹기를 멈춘다. 머리를 세우고 이리저리 저으며 자기만의 개성 있는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이때 누에가 고치를 짓도록 만들어진 기구인 섶에 5령 때 특수 인공염료 사료를 먹여 키운 주홍색, 하늘색, 분홍색 등의 색깔을 지닌 컬러누에와 자연 사육된 황금빛의 황금누에, 연녹잠(녹색), 백옥잠(흰색) 누에들이 한데 어우러져 각각의 색으로 실을 토해 내며 화려한 색깔로 집을 짓는 장면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다 지어진 누에고치는 비단실을 뽑기도 하고 번식을 위해 활용하기도 하는데 삶은 누에고치에서 뽑을 수 있는 명주실의 길이는 1,000~1,500m나 된 다. 누에고치를 짓고 난 후 실을 뽑지 않고 그대로 두면 암수 누에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나와 짝짓기를 시작하는데 먹지도 않고 꽁무니를 마주 대고 몇 시간씩 짝짓기에만 열중한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 누에나방은 지름 약 1㎜의 500여 개 알을 낳고 며칠 사이 죽고 만다. 이로써 누에의 신비로운 일생도 막을 내린다.



누에의 성장과정에 맞춰 취재를 하다 보니 낮에 시간이 날 때마다 들렀다. 퇴근 후에도 야간 촬영을 위해 수시로 누에를 만나러 가다 보니 누에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정이 들 정도였다. 누에들의 삶을 좀더 관찰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별로 몇 마리씩 집에 가져와 키우면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과 아내가 신기해하면서도 징그럽다며 호들갑을 떨어 취재에 애로(?) 사항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다양한 색깔의 누에가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면서 흥미진진한 교육적 효과도 얻었다.

우리나라 양잠 산업은 1970년대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 이후 중국산 제품의 수입과 함께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입는 누에에서 먹는 누에로’의 발상 전환을 통해 누에는 과감한 변신을 시작하고 있다. 이제 양잠 산업이 우리 농업의 활로를 여는 신성장 산업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본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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