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입 취재 시 주의할 점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정책연구팀장·변호사


사고인가, 살인인가?

한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만삭 의사 부인 사망 사건’1)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의문이다. 현재 위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기사를 살펴보니 시체에 대한 감정 소견을 놓고 검찰 측 증인인 우리나라 법의학자와 피고인 측 증인인 외국 법의학자가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부디 재판을 통해 진실이 드러나 범죄를 저지른 자가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기 바랄 뿐이다.

뜬금없이 ‘만삭 의사 부인 사망 사건’을 들먹이는 것은 위 사건의 핵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다. 지난 2월 7일 한 방송에서는 뉴스 시간에 위 사건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의사 부인이 사망한 장소로 보이는 욕실 장면을 내보냈다. 화면에 잡힌 욕실의 상태는 지극히 평범했고, 여느 집 욕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기자는 어떻게 사건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까?

의문은 뜻밖의 변수에 의해 풀렸다. 방송이 나간후 한 임신부가 뉴스에 대한 정정 보도를 청구하겠다며 언론중재위원회를 찾았다. 정정 보도를 구하는 이유인즉 방송에 나간 욕실은 사건 현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신의 집 욕실이라는 것이다.

그랬다. 뉴스에 나온 욕실은 사건 현장이 아니었다. 욕실 장면을 촬영할 당시 사건 현장은 출입이 통제돼 접근이 불가능했다. 마침 인근에 이삿짐을 푸는 집이 있었고 기자는 인부들에게만 양해를 구하고 그 욕실로 들어가 촬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청인은 바로 이웃집 안주인이었고 공교롭게도 임신부였다. 같은 임신부가 이웃에서 사망했으니 그렇지 않아도 언짢은 상태였는데, 방송에 자신의 집 욕실이 사건 현장인 것처럼 나왔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그렇다면 이웃집 안주인이 중재위원회에 신청한 정정 보도 청구 건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건을 맡은 담당 중재부는 화면에 노출된 장면만으로 보도에 나온 욕실이 신청인 집의 그것임을 알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신청인의 정정 보도 청구는 기각되었다. 결국 위 사건은 언론사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다소 장황하게 설명한 위 사건에는 기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된 습관 내지는 관행이 나타나 있다. 의사 부인이 자신의 집 욕실에서 사고로 죽었든, 피살되었든 사건 현장인 욕실의 모습을 찍어 자료 화면으로 내보내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과잉 친절이라 생각한다. 물론 현장 상황에 비추어 뭔가 의혹을 제기할 필요성이 있다면 내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저 관련 보도를 하며 텅 빈 화면을 채우기 위해서 였다면 문제가 있다. 하물며 사건 현장도 아닌데 굳이 같은 구조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웃집 욕실을 찍어 내보낼 이유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이웃집 안주인의 정정 보도 청구는 위에서 밝힌 것처럼 기각되었지만, 사실 기자의 행위에 법적 문제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기자가 이웃집 욕실 촬영시 그 집 주인의 승낙을 받고 들어간 것이 아니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인부들의 동의는 법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취재 시 기자들이 범하기 쉬운 잘못 중 하나가 바로 이 ‘주거침입’이다. 주거침입은 현행법상 엄연한 형사처벌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거침입은 특히 잠입 취재 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주거침입의 몇 가지 사례들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사례1) 충북 어느 마을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도는 흉가가 있다. 그곳은 본래 목장으로 사용되었으나, 언제부터인가 버려져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모 방송사 흉가체험 프로그램 제작진은 귀신이 나온다고 알려진 그 목장에 잠입, 취재에 성공했다. 방송에서는 해당 가옥에 대해 철저히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그래서 해당 장소가 어디에 소재한, 누구의 가옥인지를 식별할 수 없게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가옥의 주인은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해 자신의 집 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해당 방송사는 손해배상에 응해야 할까?

전형적인 주거침입의 사례다. 우리 형법의 주거침입에 관한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319조 ①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주거침입의 객체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먼저 ‘주거’란 의식주와 같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장소를 의미한다. 일반 가옥이나 아파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관리하는 건조물’은 주거용 이외의 건물로서 반드시 관리되고 있어야 한다. 즉 타인이 함부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외부인의 침입이 불가능할 정도일 필요까지는 없다. 이에 따라 빈집, 폐쇄된 별장, 공장, 창고, 극장, 관공서의 청사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고 적용 범위 또한 가장 넓다. ‘점유하는 방실’은 어떤 건물 중에서 한 구획을 의미하는데 점포, 사무실, 연구실, 호텔방, 여관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위 사례에서 문제가 된 건물, 즉 한때 목장으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방치되어 허물어져 가는 가옥은 어디에 해당될까? 현재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으므로 ‘관리하는 건조물’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진은 주인 없는 건물인 줄 알았다고 항변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항변이 통하려면 적어도 해당 건물의 지번을 확인하여 소유자가 누구인지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노력 정도는 했어야 한다. 아니면 관할 관청이나 마을주민들에게라도 그러한 사실을 확인했어야 했다.

위 사례에서 해당 언론사는 신청인에게 손해배상금 300만 원을 지급했다. 신청인의 주장처럼 집값 하락에 따른 배상이 아니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주거권자의 동의 없이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합의서에는 손해배상에 관한 조항 이외에도 이 사건으로 인한 형사고소 등의 추가적인 문제 제기를 포기한다는 부제소 조항도 포함되었다.

주거침입과 관련해 경범죄처벌법에서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지 아니하고 또한 지키지 아니하는 집 또는 그 울타리 안이나 건조물·배·자동차 안에 정당한 이유 없이 숨어 들어간 사람에 대해서는 1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례2) 모 정당의 최고위원, 상임고문 등을 역임한 정치인 A 씨가 동료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댄 사실이 발각되었다. 이에 따라 해당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A 씨가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서 측근들과 함께 모인다는 첩보를 입수한 기자가 해당 아파트로 달려갔다. 그러나 대표의 아파트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이에 기자는 맞은편 아파트로 올라갔다. 그리고 망원렌즈를 이용, A 씨의 거실에서 당 수뇌부가 회동 중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주거침입죄는 주거의 평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주거침입죄가 성립되려면 반드시 신체의 일부가 주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즉 집 밖에서 돌을 던지거나, 창문으로 들여다보거나, 벽에 귀를 대고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훔쳐 들었다 해도 이로써 주거의 평안이 깨졌을 수는 있어도 주거침입은 아니다. 또 신체의 일부만 들어가면 되므로 몰래 들어가든, 공공연히 들어가든, 열린 문으로 혹은 담을 넘어 들어가든 관계없다.

위 사례에서 기자는 해당 사진 취재로 특종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자의 사진 촬영으로 심히 불쾌할 뿐만 아니라 주거침입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거 평안이 심히 훼손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효과라는 측면에서는 신체의 일부가 들어왔는가, 들어오지 않았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법원 판결에 따르면 위의 경우에는 주거침입이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 위 사건에 대한 재판을 맡은 법원에서도 주거침입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거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는 해당 비밀회동 자체를 사생활로 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회의 장면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라고까지 했다.
이 사건 사진에서 원고가 그 측근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은 비록 그 장소가 원고의 자택 거실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사생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이것이 원고의 사생활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정치자금 지원에 대한 의혹을 받는 상태에서 그 측근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 보도에 위법성이 없다.’(서울지방법원 2002.12.6. 선고 200가합13985 판결)

그런데 이 일이 만일 유럽에서 일어났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을 포함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는 ‘사진 촬영으로 인한 고도의 사적 생활 영역 침해’란 형법상의 죄가 있다. 즉 주거 또는 시계로부터 특별히 보호되는 공간에 있는 자를 권한 없이 사진 촬영하거나 이를 중계(방송)하여 고도의 사적인 생활 영역을 침해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심지어 해당 규정은 권한 없이 사적인 영역에 대해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행위도 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사생활의 내용을 공개했다거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생활 장면을 찍어서 공표했다는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과는 별개로 형사처벌을 하고 있지는 않다. 사례에서 제시한 사건이 유럽에서 발생했다면 어쩌면 형사적인 논란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기자들은 잠입 취재 시 타인의 주거에 침입 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지난 2009년 계룡대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유흥주점 실태를 취재하여 보도한 것과 관련해 법원은 기자의 초소침입죄를 인정했다. 당시 언론계에서는 법원 판결에 대한 부정적인 논평을 쏟아냈다. 처벌을 받은 취재기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상황이 되면 자신은 또다시 같은 방법으로 취재를 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주거침입을 취재를 위해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부수적인 문제로 보는 기자의 시각에 타당한 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주거침입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은 방법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취재가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사건 내용 자체가 고도의 공적 관심사여야 한다. 종종 문제 되는 주거침입의 사례 중에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불필요한 주거침입은 자제돼야 한다고 본다. 불철주야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를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이 불가피하게 침해할 수밖에 없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잘 가려서
선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주>
1) 대부분의 관련 기사에서는 ‘의사 부인 사망 사건’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포털에서 검색해 보니 ‘의사 부인 살인 사건’이라고 표시한 기사도 적지만 발견된다. 현재 남편이 유력한 범인으로 몰려 재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의사 부인 살인 사건’이라고 표시하는 것은 자칫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대부분의 기사에서 쓰고 있는 것처럼 발생한 결과만을 객관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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