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명품 매장에 북적이던 일본인과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대신 그 자리를
중국인 관광객들이 메우고 있다. 세계관광기구는 2009년에 60만 명 정도 프랑스를 방문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2020년에는 2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최지선 파리2대학 박사과정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피가로가 중국인 관광객, 비즈니스맨들을 대상으로 한 계간지 ‘파리 시크’(Paris Chic)를 지난 7월 16일 발간했다. 르피가로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파리 시크는 중국어로 발간되는 계간지로 르피가로와 같은 포맷이며 총 32페이지로 구성됐다. 주요 타깃 오디언스를 프랑스, 특히 파리에 여행을 오는 관광객, 사업차 들르게 되는 비즈니스맨들로 설정했다. 따라서 파리에서 가 볼 만한 곳, 미용, 시계, 쇼핑, 맛집 안내 등이 주로 실리는 내용이다. 7월 16일 발간된 첫 번째 파리 시크는 파리의 여름 유행, 쇼핑하기 좋은 곳, 가 볼만한 곳, 명품 등을 소개했다.

무료로 배포되는 파리 시크는 프랑스와 중국 양국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특히 파리의 별 3~5개 이상 600여 개 호텔에 배포되고, 중국에서는 여행사, 공항의 비즈니스센터, ICBC 은행과 중국은행의 VIP 고객들을 위한 프리미엄 클럽에 비치된다. 소비 능력이 좋은 중국인 관광객, 비즈니스맨들에게 노출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파리 시크의 총 발간 부수는 22만 부인데, 이 중 3분의 2인 15만 부는 중국에, 7만 부는 프랑스에 배포된다.


중국 관광객 급증 명품 매장 싹쓸이

르피가로의 편집부 차장 안소피 본 클레는 파리 시크에 대해 “아이디어는 간단했으나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르피가로 기자들의 노하우가 담긴 프로젝트로 르피가로에서 발간하는 르피가로 스코프에서 다루는 내용의 핵심 요점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 수익이 국민 소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프랑스로서는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중국인 관광객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관광기구는 2009년 60만 명 정도 프랑스를 방문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2020년에는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랑스의 명품 매장에 북적이던 일본인 관광객과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대신 그 자리를 중국인 관광객들이 메우고 있다. 그들은 대단한 소비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관광 예산의 60%를 명품 쇼핑에 사용한다. 프랑스 명품을 베껴 짝퉁을 만드는 중국이라고 비난하고, 그러한 중국인들을 항상 고깝게 보던 프랑스인들과 파리의 주요 관광지에 있는 상점들이 이제는 서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인 점원을 고용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르피가로가 지난 7월 16일 처음 발간한 중국어 계간지 ‘파리 시크’의 한 페이지.
파리의 여름 유행, 쇼핑하기 좋은 곳, 가 볼 만한 곳, 명품 등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언론들, 중국에 부정적 입장서 변화

이번 르피가로의 파리 시크 론칭은 프랑스 상점들에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벌이는 노력이 이제 언론사들로까지 확장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피가로의 중국어 계간지 발간은 다루는 내용이 파리에 관한 것으로 한정돼 있고 관광 안내서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더라도 그동안 프랑스발 중국 관련 기사들이 중국에 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다루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프랑스 언론 매체들은 중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올해 초 TF1의 8시 메인 뉴스에서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쓰레기통을 뒤져 수거한 물건들을 길에서 내다 파는 모습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또 TF1이나 프랑스2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들에서는 중국 음식점의 비위생적인 시설을 파헤치고, 간단한 음식을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중국 음식점에 납품되는 음식들이 요식업 신고도 하지 않고 위생 점검도 받지 않은 가정집에서 ‘불법적’으로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다고 고발하
기도 했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짝퉁 물건들에 대한 뉴스 등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내용들을 주로 보도했다. 또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을 다루면서도, 그 이면의 부작용이나 문제점들에 더 주목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주는 방송은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 국한되지 않았다. 심지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상파 민영 채널인 M6의 ‘베이징 익스프레스’는 두 명씩 짝지은 10개 팀이 게임과 미션을 수행하면서 최종 우승을 하면 상금을 받게 되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베이징까지 가는 동안 거치는 중국의 오지 마을들을 보여 주며 낯선 외국인들을 반기는 중국인들에 대해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등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프랑스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불쾌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언론과 방송에 주로 비치는 중국과 중국인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지저분하며 개념이 없는 나라고 사람들이다. 그래서 중국산 물건이라면 짝퉁이거나 품질이 낮은 제품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이 일반적인 프랑스인들에게 만연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프랑스 언론사가 직접 중국어로 된 ‘파리 홍보물’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광고 확대 통한 경영난 타개가 진짜 목적

파리 시크의 발간 목적은 중국 관광객 유치나 중국에서의 프랑스 이미지 개선이라기보다 새로운 잡지시장을 통해 광고 수익을 증대시켜 신문사 경영을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분석도 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부자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 발간을 통해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고, 이를 통한 광고 수익 확대를 노린 것이 파리 시크의 진짜 발간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일간지들이 중국에 관해 부정적 이미지를 보도하는 것과는 별개의 행동인 것이다.

사실 르피가로는 이미 1987년부터 파리 인근을 포함한 파리 지역의 문화와 맛집을 소개하기 위해 60페이지 정도를 할애해 매주 수요일 일간지 르피가로와 함께 르피가로스코프를 발간하고 있다. 추가로 비슷한 내용의 계간지를 중국인만을 타깃으로하여 중국어로 만들기로 한 것을 보면 이러한 분석이 일리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르피가로 편집부 차장 안소피 본 클레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파리 시크에 대한 광고주들의 관심과 요청이 이미 대단하다고 전한다. 중국인 관광객 수의 급격한 증가는 파리 시크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데, 이미 파리 시크 측은 1년 치인 4호까지 기획해 놓았다.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오만하게도 자국의 문화와 취향, 명품을 중국인들에게 ‘교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프랑스에 와서 대대적인 소비를 하고 가는데, 이들에게 좋은 광고가 될 것이라는 반응도 다수를 이룬다.

진짜 목적이 무엇이든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하고, 그로 인해 언론사들이 영어 서비스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는 프랑스에서 유력 일간지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중국어로 서비스하는 무료 계간지를 발간하기로 했다는 것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언론사들의 경영난은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많은 언론사들이 온라인 기사 유료화, 방송 진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011년 3분기 광고 실적이 2.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나날이 줄어드는 광고 수익과 정기 구독자 수 감소 등 언론사들에는 어려움이 휘몰아친다. 이로 인해 프랑스 언론사까지 중국인들을 의식하게 만들고 있다. 씁쓸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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