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렙 논의 경과와 과제


미디어렙의 논의는 코바코 출범과 함께 나타난 과제였다. 미디어렙 제도는 국가가 법률적으로 강제하는 형태의
특수성을 지니고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본격적 문제 제기는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다. 논란 끝에
200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코바코의 독점 체제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1980년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지상파 방송의 광고 판매 영업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8년 11월 27일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공중파 방송광고를 독점하는 것은 시장질서 및 경쟁 촉진에 위배된다”는 위헌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로 인해 28년간 지속돼 온 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 판매는 종지부를 찍게 되었지만, 국회에서
의 미디어렙 관련 법안 처리 지연으로 인해 코바코 독점 체제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미디어렙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의 평행선은 여전하다.
지난 8월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의 즉각 처리를 요구했지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자리는 비어 있다.



미디어렙 논란 어떻게 진행돼 왔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법률 개정 시한이 2009년 12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렙 관련 법률이 마련되지 못하자 제2기 방송통신위원회도 올해 초 출범을 맞아 미디어렙 경쟁체제 조기 구축을 밝힌 바 있으나, 지금까지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8월 임시국회에서조차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올해 말 방송 개시가 예상되는 종합편성 채널이 사실상 아무 제한 없이 직접 광고 영업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자사 미디어렙 설립에 박차를 가해 온 SBS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MBC 역시 입법이 지연됨에 따라 SBS와 종편이 직접 영업을 시작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디어렙에 대한 논의는 코바코 출범과 함께 나타난 과제였다. 우리나라의 미디어렙 제도는 국가가 법률적으로 강제하는 형태의 특수성을 지니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점 미디어렙에 대한 본격적 문제 제기는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방송개혁위원회·규제개혁위원회가 미디어렙 제도의 경쟁체제 도입을 천명하면서 논의가 증폭됐다.

이러한 분위기하에 2000년 1월에는 통합방송법 제73조 5항에 “지상파 방송 사업자는 한국방송광고공사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물 이외에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둠으로써, 국내에서도 복수미디어렙 제도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방송법 시행령 제59조 5항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라 함은 방송광고 판매 대행을 위하여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출자한 회사를 말한다”고 규정해 코바코와 코바코가 출자한 회사만이 방송광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사실상 독점 체제를 공고히 해 주었다.

2000년 들어 미디어렙 논의의 주체는 정부 기관이었다. 전년도에 출범한 방송개혁위원회가 코바코 독점체제 폐지와 한시적인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제도의 도입을 건의했고,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제한경쟁 체제를 골자로 한 ‘방송광고판매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하게 된다.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와 완전 경쟁체제 도입 방안에 대한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반발 등으로 입법화는 보류됐다.

2005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미디어렙 제도에 대한 논의는 국회가 중심이 된다. 문화관광부가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제한적 경쟁체제 도입 후, 완전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단계적 이행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에 대한 입법화를 두고 정당 간 큰 차이를 나타냈다. 즉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손봉숙 의원은 완전 경쟁체제 도입을, 야당인 한나라당의 정병국 의원은 3년간의 한시적 제한 경쟁체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신문사와 시민단체 등이 코바코 체제 유지를 강력히 주장함으로써 미디어렙 논의는 또다시 합의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논의 과정 끝에 200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코바코의 독점영업 대행체제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헌재 결정 이후 여야의원 및 방통위가 내놓은 미디어렙 법안의 경우 대체로 미디어렙의 개수나 방송사의 참여 지분 비중, MBC를 공영과 민영방송 중 어떤 쪽으로 봐야 할지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여야 간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각기 다른 입장이어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2010년 말 종합 편성 채널 허가를 받은 4개의 종편 채널이 가세하면서 미디어렙 법률 제정에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미디어렙 제도에 대한 논의 사항

1) 미디어렙 제도에 대한 기본적 입장 차이

2008년 헌재 결정 이후 학계에서도 코바코 체제 개편과 관련해 서로 다른 입장이 팽팽히 맞서 왔다. 종합해 보면 미디어렙을 도입하는 데 완전경쟁론과 제한경쟁론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의 문제다. 완전경쟁론은 미디어렙 선택권을 방송사에 부여해 방송광고 판매를 최대한 시장논리에 맡기자는 것이며, 제한경쟁론은 방송광고 판매에 시장경쟁을 도입하되 국가나 시민사회가 방송광고 판매시장에 일정 수준 개입 및 조정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2) 미디어렙 법안의 주요 쟁점

2008년 말 헌재 결정 이후 새로운 미디어렙 제도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본격화됐다.

<표>와 같이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제일 먼저 1공영 다민영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안은 공영 미디어렙이 KBS와 EBS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MBC와 SBS는 각자 자회사 형태의 민영 미디어렙을 소유하게 하는 것으로 사실상 1사 1렙 제도 도입을 의미한다. 이어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1공영 1민영의 제한적 경쟁 미디어렙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1개의 민영 미디어렙이 SBS의 광고 판매만을 대행하고 나머지 지상파 방송사(KBS, MBC, EBS)들은 공영 미디어렙에 묶이는 유형이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도 1공영 1민영 체제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MBC의 경우 일단 공영 미디어렙에서 대행하고, 3년 후 재검토라는 유예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1공영 다민영을 지향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1공영 1민영을 지향하고 공·민영 미디어렙 간의 교차 판매를 허용하면서 종편 및 보도전문 채널의 직접 광고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미디어렙의 업무 영역에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종편과 보도전문 채널을 포함시키고 미디어렙 간 교차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1공영 다민영을 기조로 하고 있지만 업무 영역은 지상파로 한정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도 2009년 12월 1공영 다민영 형태의 미디어렙 도입 방안을 정부 안으로 확정한 바 있다.


7개 발의 법안의 주요 특성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6개 미디어렙 법안과 방통위안 등 7개 법안의 특성을 주요 쟁점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경쟁 유형에 대한 논의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6개 안과 방통위 안을 종합해보면 코바코 조직을 개편해 하나의 공영 미디어렙을 둔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주요 쟁점은 민영 미디어렙 사업자 수를 하나로 제한할지에 있다.

제한경쟁론의 시각에서는 방송광고 시장이 완전경쟁체제가 되면 사실상 방송사와 광고주 간에 직거래가 이루어져 양자 간의 유착, 방송의 상업화와 같은 폐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김창수 의원 안). 다민영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1공영 1민영 체제로는 방송광고의 완전 독점체제 해소와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한선교·전병헌·이정현 의원 안, 방통위 안). 중간 안으로 일단 1공영 1민영으로 출발한 뒤 추후 시장여건 등을 감안해 사업자를 확대하자는 방안도 나와 있다(진성호 의원 안). 또한 1공영 1민영으로하면서 두 개의 미디어렙이 공영과 민영방송에 교차 판매하도록 허용해 각 영역에서의 독점을 방지하고 경쟁을 유도하자는 제안도 있다(이용경 의원 안).

(2) 소유 지분에 대한 논의

주요 논점은 미디어렙 소유 지분 취득 시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와 참여 가능 사업자의 지분 한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다.

먼저 지분 참여와 관련한 핵심 대상은 대기업과 신문사 및 뉴스통신사,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 등이다. 대기업의 경우 전면 금지(한선교, 전병헌 의원 안)하자는 법안도 있으나 대부분 10% 선에서 지분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신문사와 통신사는 금지(전병헌 의원 안)와 10% 한도의 지분 소유(김창수, 진성호 의원 안)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특이한 제안은 지상파의 지분 참여를 3년간 금지하고 신문사와 통신사는 10% 한도에서 허용하자는 법안(진성호 의원 안)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1인 지분 한도 규정인데, 최대 51%(한선교 의원 안)부터 최소 20%(이용경 의원 안) 사이에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방통위는 “최대 주주의 지분 51%는 너무 지나치다”는 점을 들어 현행 방송법에서 적용하고 있는 40%를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놓고 있다.

(3) 업무 영역에 대한 논의

종편채널 4개와 보도전문 채널 1개가 허용됨에 따라 이들을 미디어렙 업무 영역에 포함할지가 쟁점화 되고 있는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 간 입장 차이가 분명히 나뉘어 있다.

정부 여당은 기존처럼 미디어렙의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지상파로 한정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여당 안들 중에도 초기에는 미디어렙이 지상파 방송 광고만 취급하되 3년 후부터는 종편 채널을 비롯한 보도전문 채널, IPTV, DMB 등 뉴미디어 판매도 대행하게 하자는 입장도 나와 있다(진성호 의원 안).

반면 야당 측은 보도 기능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 채널 모두를 미디어렙 업무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직접 광고영업 중인 기존 보도전문 채널 YTN과 MBN에 대해서는 일정한 유예 기간을 둔다(이용경,
전병헌 의원 안)는 법안도 나와 있다.

이처럼 미디어렙 의무위탁 대상에 대해서는 지상파만 대상(방통위, 한선교, 이정현, 진성호 의원 안)으로 하는 것과 지상파와 종편·보도 PP 모두를 대상(전병헌, 이용경, 김창수 의원 안)으로 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즉 종편의 미디어렙 편입 여부를 두고서는 여야가 확연하게 의견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취약 매체 지원에 대한 논의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 특수방송은 여론 다양성 측면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제안된 7개 안은 거의 모두 취약 매체를 지원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직접적인 지원 방안으로 기존에 시행된 연계 판매의 긍정적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매출의 15% 이상을 취약 매체 연계 판매에 연동하도록 하거나(김창수, 이용경 의원 안), 취약 매체의 최근 3년간 광고 배분 비율과 매출액을 기준으로 광고 할당 규모를 산정하는(전병헌 의원 안) 제안 등이 있다. 이외에도 방통위가 취약 매체를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하게 하는 제안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방송발전기금의 납부 면제(김창수, 진성호, 전병헌 의원 안)부터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의 설치(방통위, 이용경, 전병헌 의원 안), 그리고 취약 매체의 광고 판매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김창수, 이정현 의원 안), 방통위의 종합적 지원계획 수립(진성호 의원 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이 밖에 코바코 자산을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됐다(한선교, 진성호 의원 안).


공공성·광고 시장 확대 두 토끼 잡아야

미디어렙 구조 개편으로 인해 방송광고 판매 시장은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될 것이며, 향후 방송 생태계를 바꿀 정도로 그 파장이 심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디어렙 경쟁 유형과 소유 지분, 그리고 업무 영역 등을 둘러싼 대립이 장기간 지속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현재 국내 방송산업에서 미디어렙 제도 개편이 몰고 올 커다란 파급력과 여러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서 알 수 있듯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논쟁 구도, 종편 채널 도입이라는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디어렙 관련 법안은 국회통과 과정에서 본질이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실제로 8월 임시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 처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여야의 정치적 공방과 미온적 태도로 인해 사실상 9월 정기국회로 또다시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편은 9월부터 광고 영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개국에 앞서 광고 계약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편의 직접영업 시작을 계기로 미디어렙의 무법 상황을 틈타 지상파 방송사들이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하고, 방송광고 판매가 무한 자율경쟁 체제로 돌입한다면 방송산업 생태계는 심각히 훼손되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시청복지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완전경쟁체제를 채택할 경우 제한경쟁론에서 우려한 방송광고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공적 조정 기능의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제한경쟁체제를 선택한다면, 완전경쟁론이 문제시한 방송광고 시장의 효율화와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방송광고 판매제도 개선으로 발생하는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해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데,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방송광고 시장의 주역으로 활동하게 될 미디어렙이 방송의 공공성 실현과 방송광고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입법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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