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지상파TV 디지털방송 전면 시행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일본의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이 2011년 7월 24일 24시를 끝으로 종료됐다. 1953년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을 시작으로 지난 60년간 방송을 지속해 온 일본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의 역사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일본은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에서는 가장 먼저 지상파 TV의 아날로그 방송을 전면 디지털화한 국가가 됐다.


7월 24일부터 전면 디지털방송 전환

일본이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의 디지털화 추진을 위해 준비한 기간은 장장 10년이 넘는다.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지상파TV 방송의 디지털화 계획을 발표했다. 2001년 7월 전파법 개정을 통해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의 종료 기한을 2011년 7월 24일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2003년 12월부터 대도시권의 디지털 지상파TV 방송을 시작으로 2006년 12월부터는 디지털 지상파TV 방송 대상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종료를 위해 일본 지상파 방송사들은 2011년 7월 24일 12시부터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의 화면을 청색으로 바꾸고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의 종료 및 디지털
전환 상담 창구의 연락처가 적힌 고지 자막을 내보냈다. 그리고 당일 밤 12시부터는 아날로그 지상파 TV 방송의 화면 송출이 전면 중단됐다. 한편 동일본 대지진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의 3개 현은 예외적으로 디지털 전환 일정이 내년 3월 말까지 연기됐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 당일엔 민원 쇄도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과 일본 정부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 홍보 CF 및 프로그램, 홍보 자막 고지 등과 같은 방법으로 디지털 전환에 관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 3년 전, 2년 전, 1년 전, 6개월 전 등과 같이 시기별로 홍보 로드맵에 따라 홍보 활동의 강도를 높여 갔다. 디지털 전환 6개월 전부터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디지털 전환 홍보 자막을 상시적으로 노출시키고, 방송 프로그램의 시작과 종료 시에는 안내 자막을 방송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했다.

일본 정부 역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 중계소 등의 디지털 전환, 디지털 전환 상담 콜센터 운영, 공청망 개선, 난시청 해소 사업 등을 위해 약 3,600억 엔의 국고를 지원했다.

특히 일본 총무성은 정부 각 부처, 방송사, 가전사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전환 추진의 전체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원활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실효적인 정책을 수행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준비를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7월 24일 자정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 종료에 따른 혼란도 적지 않았다.

“디지털 튜너가 매진돼 살 수 없었다”, “디지털 튜너 접속 및 설정법을 모르겠다”며 디지털 전환을 담당하는 일본 총무성의 디지털콜센터에 디지털 전환 당일인 7월 24일에만 약 12만 4,000건의 민원 전화가 쇄도했다. 디지털 전환 이전인 2011년 5월 일평균 상담 전화가 약 6,000건, 6월 평균 약 1만 건, 7월 평균 약 2만 4,000건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상담 전화는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뒤 점차 줄어들어 7월 25일 6만 9,000건, 7월 26일 3만 건, 8월 1일에는 8,000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의 종료에 따른 상담 전화는 일본 총무성의 디지털콜센터 이외에도 지상파 방송사로 직접 걸려 온 것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증가한다. 디지털 전환 당일과 그 다음 날까지 NHK에만 약 4만 6,000건, 민방 각사에도 2만 1,700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상담 전화의 대부분은 디지털 TV 수신기와 리모컨 조작 방법, 디지털 튜너의 품절 등과 같은 내용이었지만 그중 일부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종료에 대한 항의도 포함돼 있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안테나 공사 수요가 몰려 공사가 지연되거나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을 앞두고는 저렴한 가격의 디지털 튜너가 조기 품절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 총무성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자 급기야 디지털 전환 당일인 7월 24일 아날로그 지상파TV를 시청할 수 있는 디지털 튜너의 일반 시청자 무상 대여라는 지원 정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지상파TV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를 알리는 일본 TV방송사들의 안내 화면.

디지털 난민 발생 등 초기 혼란도

일본 정부는 시청자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전역에 1,600개의 지상파 디지털 임시 상담 코너를 설치했다. 이러한 상담 코너는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이후에도 한 달간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전화 문의에 대응하기 위한 지상파 디지털콜센터를 7월 말까지 24시간 대응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튜너 대여 사업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지상파 디지털 난민’이라 불리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종료로 인해 TV를 시청할 수 없게 되는 가구의 발생이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 수신을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디지털 TV와 UHF 안테나가 필요하다. VHF 대응 안테나를 설치한 가구는 새롭게 UHF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으면 디지털 지상파 방송 수신이 불가능하다.

물론 디지털 방송 송신탑 근처에 거주하는 가구라면 실내 안테나로도 수신이 가능하다. 아날로그TV를 소지한 시청자는 아날로그 TV를 디지털로 교체, 기존의 아날로그 TV에 디지털 튜너를 연결, 디지털 지상파TV 방송 수신이 가능한 녹화기(DVD, 블루레이)를 구매해 연결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도 있다.

일본 총무성은 2011년 6월 말 기준으로 99% 이상의 가구가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고 추정했으나 이러한 보급률은 안테나 설치 현황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에 불과하다. 향후 ‘지상파 디지털 난민’이라 불리는 미전환 가구에 대한 대응이 일본 정부의 디지털 전환 성공 여부를 가늠할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인 총무성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안테나가 아직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미대응인 가구를 약 29만 가구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 3분의 2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종료된 7월 24일까지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약 10만 가구는 7월 24일 자정이 지나면 지상파 TV를 시청할 수 없는 ‘지상파 디지털 난민’으로 전락한다는 점에서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지상파 디지털 난민’이 전 가구의 약 2%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전체 약 5,000만 가구 중 ‘지상파 디지털 난민’은 약 1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0.2%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지역은 시청 가능 채널 줄기도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시청자들의 불만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으로 지금까지 봐 왔던 지상파TV 채널을 볼 수 없게 됐다는 불만이 야기되고 있다.

아날로그 방송의 경우에는 전파가 약해도 희미하게나마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방송은TV가 나오든지, 아니면 아예 나오지 않는 두 가지 경우만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에 시청할 수 있었던 일부 채널들을 시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령 일본 중부 지역의 사가 현, 도쿠시마 현은 NHK와 민방 1개만 존재하는 지역이지만 아날로그 지상파TV 방송은 근처의 오사카, 오카야마, 가가와, 효고 등의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10개 채널 정도를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로 이들 인접 지역의 지상파 방송을 더 이상 시청할 수 없게 되면서 이들 지역의 시청자들이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이 NHK 종합 및 교육채널과 지역민방인 시코구방송의 3개 채널로 대폭 줄었다. 이들 지역 시청자들의 민원에 대해 방송행정을 담당하는 일본 총무성은 지상파 방송은 지역면허 제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궁색한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타 업종, 방송 산업 진출 활발해질 듯

그러나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로 인한 파급 효과는 다양하다. 먼저 일본에서도 미국의 디지털 전환에서와 같이 디지털 미전환 가구로 인한 단기적인 시청률 저하 현상이 예상된다. 이러한 경향은 서브TV를 통한 TV 시청이 주를 이루는 젊은 세대와 프라임타임대를 중심으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 제작 현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HD 프로그램 증가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 비용이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비 및 인건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물론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혜택은 고화질·고음질을 제공하는 HD 방송이다. 이외에도 프로그램과 더불어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EPG 및 데이터방송, 멀티캐스팅(MMS) 등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실제로는 이러한 디지털 방송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과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사이멀캐스팅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상당액의 디지털 전환 비용을 치렀지만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회수되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의 주파수를 신규 모바일 방송 등과 같은 신규 서비스에 활용할 방침이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로 신규 방송 서비스가 도입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지상파 방송 중심 일본 방송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면 통신사업자들의 방송사업 진입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통신 이외 타 업종의 방송 진출이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즉 아날로그 방송의 전면적 종료와 완전한 디지털 방송으로의 이행은 방송사업에 타 업종의 사업자들이 파고듦으로써 방송사업과 비관련 타 업종의 본격적인 합종연횡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사들의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최근 일본의 간사이전력이 전화와 디지털 방송 채널을 묶어 패키지로 서비스하는 사업에 나서면서 디지털 방송 시대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등장한 것이 상징적인 사례다.

바야흐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방송사가 통신사와 경쟁하는 시대에서 전력회사와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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