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IOC 더반 총회’

최원명 강원도민일보 사진부 기자




7월 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시 상공.

2018 평창 유치 대표단과 취재진을 태운 전세기가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7시간이 지났다. 더반은 권투 선수 홍수환이 생애 첫 세계 챔피언이 된 땅이자 한국 축구가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궈낸 곳이다. 한국과는 묘한 인연이 얽힌 ‘약속의 땅’으로 다가왔다.

다음 날 아침. 해안 도시인 더반 시가지에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취재 준비를 마치고 유치위 운영본부로 가 보니 당일 일정이 적혀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공식 행사는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다. 각 후보 도시의 준비 과정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 당연히 취재에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현지 시간 기준으로 오전에 마감을 해야했기 때문에 아침에 서두르지 않으면 그날 마감이 힘들었다. 이런 와중에 김연아 선수의 공식 기자회견이 잡혔다.

‘피겨 여왕’답게 김연아의 인기는 대단했다. 김연아는 경쟁 후보 도시인 독일 뮌헨이 내세운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를 압도하며 평창 유치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도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3일째 되던 날부터 후보 도시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취재 일정 또한 바빠졌다. 처음으로 총회장인 국제컨벤션센터(ICC)에 들러 프레스센터에서 전송 테스트도 해 보고 행사장 구조도 파악했다. 사진기자라면 새로운 취재 환경에서 통과의례로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이었다.

역시 비공개로 진행된 평창 대표단의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을 취재하고 동료 기자와 둘만 ICC에 남게 됐다. 마감도 하고, 이후 일정도 있던 터라 서둘러야만 했다.

후배 기자에게 평창 유치위원들이 묵는 호텔이 가까이 있으니 시내 구경 삼아 걸어가자고 했다. 후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내가 임신 9개월인데 애기얼굴은 봐야 되지 않겠냐”며 말끝을 흐렸다. 웃음이 나올 법도 했지만 그만큼 현지 사정이 좋지 않았다.



현지 도착 전부터 치안 문제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었다. 특히 총을 소지하는 지역이라 불안감은 더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평창은 뮌헨, 안시에 이어 마지막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후보 도시 중 마지막으로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평창 대표단은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입장부터 퇴장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이어 개최지 선정을 위한 IOC 위원들의 투표가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자단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초조와 긴장의 시간. 갑자기 프레스센터에 있던 일부 한국 기자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투표가 1차에서 결론이 난 것이다. 1차에서 과반수 득표가 가능했던 후보 도시로는 평창이 가장 유력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프레스센터에 있던 기자들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발표 시간에 맞춰 미리 구성된 풀기자단이 발표장으로 들어갔다. 한국 기자단은 옆, 외신 통신사 기자단은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노 플래시’라는 말이 강조됐다. 한국 기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몇 번의 소통 끝에 발표 직후 플래시 촬영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잠시 후 태극기를 손에 든 평창 대표단이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손에 미세한 떨림을 느끼던 순간,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입에서 “평창”이라는 짧고 또렷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한국 대표단은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고, 동시에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한국 기자들은 어느새 외신 통신사가 있던 자리까지 점령하며 열띤 취재를 벌였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 기자들의 취재 열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순간 ‘마감’이라는 두 글자가 머리를 스쳤다. 아직 식지 않은 현장을 뒤로하고 프레스센터로 달렸다.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그렇게 긴장의 6일이 흘러갔다. 남아공 더반은 대한민국 특히 강원 도민들에게는 ‘약속의 땅’으로 남았다. 그렇게 각인됐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것 또한 행운이었다. 유치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열띤 취재를 벌였던 기자단. 그들에게도 행운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평창의 환희와 함께.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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