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동형 기자들
객관보도의 적, 피동형과 익명 표현을 고발한다

김지영 / 효형출판



‘서울말은 끝만 올리면 된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꼭지 ‘서울메이트’가 풍자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집 앞에 널짜 줄게요’도 서울말이 된다. 이런 언어 비틀기는 개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접하는, 그래서 이 책 필자 표현으로 ‘국민의 국어 교과서’인 신문과 방송 기사에도 넘쳐난다. 어법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피동형이 그것이다. 가령 ‘하다를 되다로 바꾸면 피동형이 된다’는 듯 ‘판단한다’를 ‘판단된다’로 표현한다. 판단만큼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것이 없다. 그러나 피동형이 자연스럽게 보일 만큼 자주 쓰고 있다. ‘피동형 기자들’은 한국 기사에서 오용되고 남용되는 피동형 문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 책이다.

필자에 따르면 신군부의 언론 통제로 피동형 문장이 만개했다. ‘권력을 미화 혹은 정당화’하면서 기자는 글 뒤에 숨었다는 것이다. ‘풀이되어진다’, ‘생각되어진다’와 같은 기괴한 이중피동 표현을 쓰기도 한다. 기사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 위해 혹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추측성 보도를 할 때 피동형을 많이 사용한다. ‘알려졌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익명취재원이 많은 기사에 피동형도 많다는 필자의 분석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습관적으로 피동형을 쓰는 사례도 적지 않다. 피동형 문체는 피동적 의식과 삶의 표상이다. 책의 제목이 ‘피동형 기사’가 아니라 ‘피동형 기자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다양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피동형을 쓰지 않은 좋은 글들도 소개했다. 피동형에 대한 어문학자들의 논의도 정리했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경향신문 편집국장과 편집인 등 30년 기자 생활을 거쳐 지금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일하는 필자의 경험, 언론 윤리의 핵심인 진실성과 객관 보도에 대한 강한 애착, 그리고 국어와 그에 담긴 문화가 훼손당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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