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들의 이동 현황

김성후 기자협회보 기자

종편에 기자들을 대거 뺏긴 방송사는 MBN·YTN·한국경제TV 등 케이블방송과 OBS, 지역 지상파,
지역 민방 등이다. 이들 방송사에선 5~6명에서 많게는 20명이 넘는 기자들이 종편에 영입됐다.
특정 방송사는 보도국 인력의 4분의 1이 일거에 빠져나가면서 보도국 운영에 파행을 빚기도 했다.


#1. 춘천MBC가 경력 기자를 찾고 있다. 5년 이하 경력자가 대상이다. 9월 23일 원서를 마감했는데 27명이 서류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MBC는 1명을 뽑아 11월부터 실전에 배치할 예정이다. 춘천MBC가 경력 공채에 나선 것은 여기자 1명이 중앙일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인 jTBC로 이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춘천MBC의 한 기자는 “2007년에 신입으로 들어온 막내 기자가 종편으로 옮기면서 생긴 결원을 채우는 것”이라며 “종편이 지역MBC 보도국까지 영향을 줄지 몰랐다”고 말했다.

#2. 매일경제와 MBN은 8월 말 조선일보와 조선일보 종편 TV조선에 자사 출신 기자 채용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매경은 이 공문에서 “본사의 성장 노하우가 체득된 핵심 인력을 빼가는 것은 넒은 의미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본사 기자에 대한 채용을 즉각 중단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식 공문을 통해 인력 빼가기에 항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매일경제와 MBN의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언론계는 해석하고 있다.

춘천MBC가 이례적으로 경력 충원에 나서고, 매일경제가 인력 이탈에 항의한 데서 보듯 종편이 촉발한 기자들의 이동 규모는 말 그대로 ‘엑소더스’수준이다. 올 상반기에만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종편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종편으로 인력이 빠져나간 방송사나 중앙일간지, 경제지가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개국이 임박한 종편들이 막바지 경력 기자 확보에 나서는
양상이다. 기자들의 이직 러시가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언론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OBS·MBN·YTN 인력 유출 직격탄

종편에 기자들을 대거 뺏긴 방송사는 MBN·YTN·한국경제TV 등 케이블방송과 OBS, 지역 지상파, 지역 민방 등이다. 방송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인정받은 방송사 기자들은 종편의 영입 1순위 대상이다.

이런 까닭에 이들 방송사에선 5~6명에서 많게는 20명이 넘는 기자들이 종편에 영입됐다. 특정 방송사는 보도국 인력의 4분의 1이 일거에 빠져나가면서 보도국 운영에 파행을 빚기도 했다.

OBS 노조가 8월 17일 낸 노보에 따르면 보도국 취재기자 12명이 종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8월 말에도 취재기자 3~4명이 동아일보 종편 채널A 등으로 이직했다. OBS 보도국 안에선 “앞으로도 최소 5~6명 정도가 더 빠져나갈 것”이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인력 유출의 직격탄을 맞은 MBN은 장대환 회장이 직접 기자들과 만나 처우 개선을 약속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YTN도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TV조선과 채널A 등으로 기자 4명과 앵커 2명이 이탈한 YTN은 9월 중순 차장급 기자 3명이 채널A, jTBC 등으로 추가로 빠졌
다. YTN 노조는 올 들어 종편 등 타 언론사로 옮긴 인력은 기자를 포함해 21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자들의 이직은 종편에서 비전을 찾고자 하는욕구, 상대적으로 많은 연봉, 기존 직장에 대한 실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종편사는 전 직장보다 20% 정도 임금을 인상해 주는 조건으로 경력 기자들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을 선택한 한 기자는 “기자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하던차에 종편에서 제안이 왔다”고 했고 또 다른 기자는 “기자로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전 직장의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MBN·OBS·YTN·한국경제TV 등은 보도국 핵심 인력인 3~7년차 기자들이 대거 빠지면서 충격이 적잖다. 더 큰 문제는 추가 인력 이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종편 보도국은 전체 인력의 50~60% 정도만 채운 상태로 수습기자를 제외하고 각 사별로 많게는 20명 안팎의 경력 기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6월 경력 공채에서 15명 안팎을 선발한 jTBC는 9월 말 2차 경력 공채에 들어갔다. 상반기에 경력 공채를 실시한 TV조선과 채널A는 스카우트 형태로 경력 기자들을 계속 충원하고 있다. 인력 유출의 격랑에 휩쓸린 MBN·OBS·YTN 등은 추가 이탈을 막느라 고심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묘책은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 또 나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당근책을 내놓으면서 뒤숭숭한 보도국 분위기를 수습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MBN의 경우 월 50만 원이던 취재보조비를 100만 원으로 파격 인상했다. 일선에서 차장까지 해당하며 부장급은 적용여부를 검토 중이다. 편집· 교열부 등 내근 부서는 20만 원을 인상했다.

우수한 인재를 경쟁사보다 선점하기 위한 영입전에도 불이 붙었다. YTN과 한국경제TV는 경력 기자 전형이 진행 중이고, MBN은 9월 초부터 단계적으로 보도국 인력을 채우고 있다. OBS는 8월 중순 경력 기자 9명을 뽑았다. 방송기자 품귀 상황에서 취재력을 갖춘 신문기자는 채용 1순위다. 실제로 OBS가 뽑은 경력 기자에는 경인 지역 신문사, 머니투데이, 뉴시스, 법률신문 출신 기자들이 포함됐다. OBS는 공채와 별도로 기자 스카우트에 착수했다.




경제지·지방지로 연쇄 영향

종편 대주주인 동아·조선·중앙일보도 편집국 인력 확보에 가세했다. 상당수 편집국 기자들이 종편 보도국으로 파견되거나 이적하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0명, 동아·중앙일보는 각각 30명 안팎의 기자들이 종편에서 일하고 있다. 10월 초 동아는 14명, 중앙은 3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이렇게 발생한 편집국 빈자리는 경력을 스카우트해 보강하고 있다.

지난 6월 경력 기자 5명을 뽑은 동아일보는 9월 중순 경력 기자 3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상반기 3명에 이어 9월 초 매일경제 등에서 경력 기자 3명을 더 채용했다. 중앙일보는 9~10월 중 5명 정도를 충원할 예정이다. 올 들어 중앙일보가 충원한 경력 기자는 취재기자만 15명, 편집·사진기 자를 합하면 20명이 넘는다. 이 와중에 중앙일보 기자 2명이 MBC로 떠났다.

경력 기자와 별도로 수습기자 채용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조선일보가 9월 초 마감한 수습 공채에 1,600명이 넘는 예비 기자들이 몰렸다. 조선은 10월 쯤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지난 7월 수습기자 10명을 뽑은 동아일보는 2차 수습 공채를 시작했다.

채널A 보도국으로 옮긴 기자들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12월에 발령 낼 예정이다. 중앙일보는 수습기자 15명을 편집국에 배치했다.

케이블TV와 종편사 편집국의 경력 수혈은 다른 중앙일간지나 경제지, 지방신문에 영향을 준다. 조중동으로 기자들이 이탈한 헤럴드경제, 한국경제, 이데일리 등이 경력 기자를 경쟁적으로 뽑은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한국경제는 7~8월에만 15명의 경력 기자를 선발했다. YTN과 한국경제TV의 경력 공채도 신문사 기자들의 이동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새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도 기자 이직의 새로운 변수다. 뉴스1은 신문·통신 기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영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종편도 개국 전까지 경력을 충원한다는 방침이어서 연쇄 이동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들의 이동은 ‘종편←MBN·YTN·한국경제TV·OBS←중앙일간지와 경제지’와 ‘조중동 편집국←중앙일간지와 경제지←지역신문 등 마이너 매체’로 이어지는 ‘투 트랙’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종편에 인력을 뺏긴 케이블TV가 중앙일간지 등에서 경력을 수혈하고, 조중동으로 인력이 빠져나간 중앙일간지와 경제지들이 결원을 마이너 매체와 지역신문 기자들로 채우는 형태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은 이직 열기에서벗어나 있다. 지상파 이직 사례는 TV조선 취재에디터로 옮긴 최희준 전 SBS CNBC 보도본부장이 유일하다. 지상파가 임금이나 복지 수준, 근무 환경 등 여러 여건에서 종편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으로 풀 이된다. 지상파 방송사 한 기자는 “몇몇 기자들이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한 3년 부려 먹고 버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종편의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지상파나 지역 민방의 경우 젊은 연차의 기자들이 종편이나 보도전문 채널로 대거 빠져나갔다. 일례로 춘천MBC·KNN·울산방송 기자가jTBC, KBC 기자가 채널A, 원주KBS 기자가 TV조선, 원주MBC 기자가 연합뉴스 보도채널 뉴스Y 등으로 각각 옮겼다. 대부분 10년차 이하의 젊은 기자들이다. 한 지역 민방의 경우 기자 1명이 종편으로옮기면서 보도국엔 40대 이상의 차장·부장급 기자 들만 남았다.

종편사들은 9월 말에서 10월 초 공채 1기 수습기자를 최종 선발했다. jTBC와 TV조선은 각각 15명을 뽑았고, 채널A는 10여 명 규모다. 신문·방송을 넘나드는 취재력을 갖춘 멀티미디어형 인재들이 대거 들어왔다는 게 종편사들의 자평이다. 수습기자들은 보도국 전체에서 10~15%를 점유하는 수준이다. 종편은 12월 1일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 맞춰 각 사 보도국은 지금까지 확보한 취재 인력으로 부서 라인업을 짜고 뉴스를 시험 제작하면서 실전에 대비하고 있다. jTBC는 7월 말부터 시험 제작한 뉴스를 온라인 중앙일보 ‘미리 보는 jTBC 뉴스’,아이패드·갤럭시탭 앱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기획리포트, 인터뷰, 스케치, 국제뉴스 등이 하루 1~2건씩 업데이트되고 있다. TV조선도 자사 기자들이 취재한 기사를 조선닷컴이나 지면을 통해 보도하고 있다. 채널A는 동아닷컴 실시간 동영상 속보뉴스코너인 etv를 통해 ‘채널A 리포트’를 선보이고 있다.

한 종편사 보도국 고위 간부는 개국일이 다가오면서 밤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털어놓았다. 이 간부는 “뉴스 프로그램은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곧바로평가를 받는다. 메인 뉴스만 하더라도 지상파 뉴스를 포함해 7개 방송사가 경쟁하는 구도다. 수십 년 뉴스 제작 노하우와 인력이 풍부한 지상파 방송은 차치하더라도 타 종편의 뉴스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편의 보도 역량은 지상파 방송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신문·방송 등에서 대거 영입한 우수한 인재들이 대주주 신문사의 취재력과 의제 설정 능력과 결합하면 방송 뉴스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종편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미디어 업계의 변화를 선도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있다. 그러려면 뉴스 형식을 혁신하고 콘텐츠를 다양화하면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권력과 자본에 대한 견제·감시라는 언론의 기본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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