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 피디의 종편 이동 의미와 전망


고찬수 KBS 예능국 프로듀서



종편 사업자가 스카우트한 이들은 모두 지상파방송 3사에서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던 스타 피디들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일으켰다. 여기에 10억 원 이상의
이적료 이야기까지 나와 지상파 피디들의 종편행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2011년 방송 환경의 대변혁이라고 불리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들이 방송을 시작하게 된다.

중앙일보의 jTBC, 조선일보의 TV조선, 동아일보의 채널A, 매일경제신문의 매일방송(MBN). 이렇게 4개의 종편이 연말에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개국 준비를 위해 진행된 종편 4사의 방송 인력 스카우트는 이동 인원과 이들에게 주어진 스카우트 액수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누가 얼마를 받고 어디로 움직였다’는 얘기는 일반 대중의 호기심은 물론
현장에서 일하는 다른 피디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jTBC, 가장 공격적으로 영입… CJ도 가세

특히 자금력에서 가장 앞서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중앙일보 계열 jTBC의 공격적인 스타 피디 스카우트가 화제가 되었다. KBS에서는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김시규 CP, 이동희 피디, 조승욱 피디와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만들었던 김석윤 피디가 스카우트되었다. MBC에서도 예능 피디의 간판 스타였던 여운혁 피디와 임정아, 성치경, 김노은, 방현영 피디, 그리고 SBS의 김은정 피디, 정효민 피디, 송광종 피디가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 종편 사업자는 아니지만 현재 MSO이자 MPP인 CJ가 KBS에서 ‘1박2일’의 이명한 피디, ‘개그 콘서트’의 김석현 피디,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피디 등을 스카우트했다. CJ는 케이블방송을 통해 이미 tvN, Mnet 등 여러 개의 채널을 방송하고 있는데, ‘슈퍼스타K’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은 지상파 프로그램들도 얻기 어려운 10%대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CJ는 향후 일부 종편 사업자가 실패할 경우 이를 인수하여 종편 채널을 운영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진단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종편 사업자가 스카우트한 이들은 모두 지상파 3사에서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던 스타 피디들이다. 스카우트 당시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던 인재들의 움직임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일으켰다. 여기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큰 금액인 10억 원 이상의 이적료 이야기까지나와 지상파 피디들의 종편행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종편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개국 초기에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거액의 돈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종편 사업자가 걸어가야 할 험난한 미래를 생각해 보면 이런 과감한 투자가 과연 올바른 전략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가 힘들 듯하다.

그동안의 우리 방송은 KBS, MBC, SBS 등 소위 지상파 3사라고 불리는 이들의 과점적인 형태로 유지돼 온 것이 현실이다.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이 미래 방송이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방송을 시작하면서 방송 환경의 변화를 만들어 보려고 하였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TV 시청자들에게 방송이라고 하면 그건 지상파방송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은 그저 지상파방송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인식되어 있는 수준이다.


신문사, 미래 불안해 방송에 거액 투자

그런데 이러한 방송 환경에 대형 신문사들이 종편이라는 형태로 뛰어들어 거액을 들여 지상파방송의 스타 피디들을 스카우트했고, 상당수 피디들이 이직을 선택했다.

이런 방송 환경에서 종편 사업자들이 자금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들여 지상파 피디들을 스카우트한 이유와 지상파의 스타 피디들이 종편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사와 지상파 방송사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분석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첫 번째 요인은 신문 미디어의 급격한 영향력 감소와 신문사의 생존조차도 불투명한 미래 미디어 환경 변화이다.

한국광고주협회가 발표한 ‘2010년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사용하는 미디어가 TV(65.6%)-인터넷(26.2%)-신문(3.8%)-라디오(2.7%)-휴대용디지털미디어(1.6%) 순서로 나타났다.

TV의 사용이 변함없는 강세를 보여 주고 있으며, 인터넷이 새로운 미디어로서 무서운 상승을 보이고 있다. 신문은 라디오와 함께 점점 그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아마도 2011년에는 더욱 심화되어 신문이나 라디오가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도 밀리는 양상을 보여 주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디어 빅뱅’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미디어 산업의 지각변동은 신문사들의 방송 진출을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선택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사들도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 버린 방송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다른 대안을 찾고 있지 못한 듯하다.

종편 사업자의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신문사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지상파방송의 스타 피디에 대한 거액의 투자를 만들어 냈다. 신문사들은 자신들이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방송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올 연말에 개국을 하게 되면 매년 수백억 원이 넘는 돈을 제작비로 투입해야 하는데, 이를 상쇄할 만한 광고 수입은 당분간은 기대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몇 년 동안은 이런 적자 구조를 버텨 내야 하는것이 종편 사업자들의 운명인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현실에서 1~2년 안에 시청자에게 채널을 인지시키고 광고 수입을 안정화하게 된다면 종편이 안착을 할 수 있겠지만, 만약 이에 실패를 하게 되면 종편 사업자뿐 아니라 모기업인 신문사의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종편 사업자들은 거액을 주고 지상파 방송사의 스타 피디들을 데리고 오게 되었는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어내고, 초기에 종편 방송사를 시청자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피디들도 이직에 대한 인식 달라져

두 번째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지상파 피디들의 인식 변화이다. 사실 방송계에서 이직은 그리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다.특히 지상파 방송사 피디들의 이직은 아주 드문 현상이었다. 1991년 SBS가 개국했을 때와 1995년 케이블방송이 시작되었을 때 지금과 유사한 피디들의 이동이 있기는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지상파 피디들의 이동은 안정적인 직장인 지상파 방송사를 떠나서 무한경쟁의 시장인 종편을 택했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그동안은 상상하기 힘들었던 거액의 돈이 오갔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방송이 이제는 산업의 논리가 적용되는 영역이 되었고, 거액의 출연료를 받는 연예인들처럼 스타 피디들에게 거액의 계약금을 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 시장의 발달과 수많은 미디어 간의 경쟁으로 방송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상업적인 논리보다는 공영적인 논리가 우세했던 우리의 방송 문화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해 온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해 오던 피디들도 이제는 자신들을 언론인으로서뿐 아니라 시장 경제 안에서의 상품으로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종편행이라는 선택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방송사의 피디들에게 방송은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내는 상업 활동으로서의 의미가 커져 버렸다.

요즘은 방송의 기능 중에 언론의 기능과 함께 오락 기능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오락 기능을 현대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제 방송 제작자인 피디들은 자신들을 언론인이라고 여기는 것과 동시에 콘텐츠 제작자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도 가지고 있지만, 오락 콘텐츠 제작자로서 무한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고, 이러한 무한경쟁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이에 상응하는 금전적인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경향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피디들의 새로운 시도가 막혀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는 크지만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인 종편행을 택한 이유가 되고 있다.


선정적 경쟁 하면 공멸 우려

이러한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미디어 종사자들의 인식 변화를 이해해야만 종편행을 택한 피디들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지상파 피디들의 종편행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방송의 무한경쟁 시장화 그리고 이에 따른 지상파 방송 피디들의 인식의 변화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인 것이다.

이제 종편 4개 채널이 출범하게 되면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와는 물론 다른 케이블 채널들과도 시청률을 둘러싼 무한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송 시장에서는 시청률이 곧 광고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뿐이다.

1991년 시작한 SBS는 MBC 출신의 김종학 피디가 연출한 드라마 ‘모래시계’가 크게 성공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방송사를 알리게 되었고, KBS에서 이적한 피디들이 ‘이주일의 투나잇 쇼’,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 등 당시로는 참신했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채널 인지도를 확실하게 높였다. 이처럼 종편행을 택한 피디들이 과연 SBS 초창기와 같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종편 사업자들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즉 종편으로 옮겨 간 피디들이 지상파의 좋은 제작 시스템으로부터 얻은 제작 기법을 순기능적으로 종편에 적용하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종편 사업자들의 가장 큰 숙제인 셈이다.

하지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열악한 방송 시장의 환경과 종편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이런 순기능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변화가 방송 시장에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신문사들이 불안한 자신들의 미래를 해결하려 선택한 종편 채널은 정치적인 중립성에 대한 시비와 선정적 프로그램 방송에 대한 우려로 시작 전부터 많은 전문가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방송 시장의 공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방송 시장을 두고 종편 채널들이 선정적인 경쟁을 하게 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연말 시작하게 되는 종편과 이에 따른피디들의 이동은 이미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이에 대한 설왕설래보다는 이런 변화가 앞으로 우리 방송과 전체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어떻게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하느냐 하는 긍정적인 방안을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방송은 시청자가 주인이다. 시청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방송은 미래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사는 스타 피디들이 대거 자리를 옮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디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환골탈태가 필요해 보인다.


방송 산업 도약 계기 돼야

종편 사업자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깊은 고민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내야만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는 채널이 될 수가 있다.

종편 사업자들이 단순히 지상파방송의 스타 피디들을 데리고 온 것에 안주하고, 근시안적인 전략으로 선정적인 프로그램만을 만들어 내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하게 된다면, 이번의 피디 이동은 방송 제작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방송 시장의 공멸이라는 일부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거액의 이적료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이번의 피디 이동이 진정으로 한국의 방송 콘텐츠 시장을 발전시키는 움직임이 되기 위해서는, 작은 방송 시장을 두고 이전투구하는 양상을 벗어나 진정한 방송의 의미를 고민해 보고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종편 사업자들과 지상파 방송사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종편 사업자에게는 체계적인 지상파 방송의 제작 시스템을 학습하는 기회가 되고, 지상파 방송사에게는 자신들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새롭게 정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전체 방송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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