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디어 질서와 규범을 요구
소유·겸영 규제완화 관련 법 조항 점검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따지고 보면 우리 방송법 개정과정과 소유·겸영 규제완화 논쟁도 일맥상통하는 정책적 맥락을 지니고 있다. 즉 지금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방송환경 변화는 보수정권으로의 정권교체라는 ‘한국적 특수성’과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혁명이라는 ‘세계적 보편성’이 서로 맞물려 새로운 미디어 질서와 규범을 요구하고 있다.

겸영금지 조항을 삭제하여 실질적으로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간의 상호 겸영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언론 활성화를 위해 ‘지역신문-지역 TV방송-지역케이블TV’ 간의 상호 겸영과 광역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조항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의 정권교체는 진보세력에서 보수세력으로의 권력이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시장경제와 규제완화를 산업정책 기조로 하고 있는 MB 정부는 미디어 시장에서도 ‘IPTV 등 방송-통신의 융합’, ‘신문·방송 겸영’ 등 규제완화와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은 공지하는 바와 같다.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의 충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방송의 공익을 그 이념으로 하거나 공영방송 제도를 채택했던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1980년대 이후 두 번의 큰 대대적인 방송구조 개편이 있었다. 1980년대 미국, 유럽, 일본에서의 신보수주의 정권의 등장과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 도입과정에서 신문, 대기업의 뉴미디어 방송 및 지상파 방송 진입이 추진되었던 방송구조 개편이 제1차 미디어 빅뱅이라고 하겠다.
 최근 미국의  1996년 ‘통신법’ 제정(방송과 통신 융합)과 2003년 영국의 ‘커뮤니케이션법’ 제정 이후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지금의 디지털 컨버전스 상황(디지털 전환, 미디어 융합, 글로벌화)은 제2차 미디어 빅뱅을 추동하고 있다. 2차 빅뱅 과정에서 미국은 ‘미디어 기업(케이블 TV와 통신사업자(telco) 간 합병 문제’와 ‘동일 지역에서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겸영’ 문제, 영국은 ‘공영방송의 상업적 활동 공인 문제’, ‘수평적 규제체제’, ‘외국자본 자유화 문제’, 독일은 ‘시장점유율 규제’와 ‘외국자본의 진입 문제’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상의 1차, 2차 미디어 빅뱅에서 보듯이 방송법 개정 또는 방송구조 개편 과정에서는 신문, 대자본, 통신자본, 외국자본의 진입 문제 등 소유·겸영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공영방송 제도를 선택하였고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문·방송·통신매체 간의 상호 겸영을 배제하였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으로서는 뉴미디어를 수용하기가 더 이상 곤란해졌고, 공영방송 제도도 운영상의 비율성과 독점체제에서 비롯된 정치적 독립과 자유, 여론 다양성 형성에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또한 방송 재원으로서의 수신료와 광고체제만으로는 방송산업의 활성화가 어렵게 됨으로써 새로운 자본과 미디어 사업자의 진입을 통한 경쟁체제 도입이 요구되었다. 이 과정에서 신문, 대자본, 통신자본, 외국자본의 수용 범위와 속도를 둘러싸고 보수정당과 진보정당, 미디어 사업자 간의 정치적, 경제적 헤게모니 분쟁이 첨예화되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방송법 개정과정과 소유·겸영 규제완화 논쟁도 일맥상통하는 정책적 맥락을 지니고 있다. 즉 지금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방송환경 변화는 보수정권으로의 정권교체라는 ‘한국적 특수성’과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혁명이라는 ‘세계적 보편성’이 서로 맞물려 새로운 미디어 질서와 규범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이 주도하는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야권과 방송노동 및 이른바 미디어 ‘공익론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연말 대치 정국 과정을 거치면서 방송법 개정 이슈는 미디어 정책의 차원을 넘어 정치적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인식을 기본 전제로 하여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소유·겸영 조항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 적용
방송법 개정안 중 소유·겸영 관련 조항을 정리해 보면 다음 표와 같다.

        
 현행법상 지상파 방송의 진입이 금지되어 왔던 신문과 대기업이 20%까지 진입할 수 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대기업 기준이 3조에서 10조로 개정)과 1인 지분제한 완화로 10조 이내의 기업은 49%까지 지상파 방송에 대한 참여 및 지분 확대가 가능하다. 따라서 SBS와 지역민방의 1대 주주는 지분을 현행 30%에서 49%로 확대할 수 있다(현행법상 SBS와 지역민방 주주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SBS와 지역민방의 지배주주는 지분을 확대하고 대기업, 신문사의 진입으로 자산가치를 증식시키거나 주가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경제침체기에 퇴출할 수 있는 활로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이 조항에 대해 불만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언론노동의 입장에서는 민간 대자본의 참여가 정리해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조항에 대해 가장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MBC인 것 같다. MBC 노조는 신문사, 대기업이 20%씩 5개가 지분을 소유하면 MBC 민영화가 가능한 시나리오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 편성 PP에 신문·대기업 30%, 외국자본 20% 진입이 가능하다. 1인 지분제한은 49%이기 때문에 10조 이내의 기업은 종합편성 PP에 49%까지 진입 가능하며, 신문과 대기업은 종합편성 PP에 30%까지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외국 기업도 종합편성 PP에 20%까지 참여할 수 있다.
 보도 채널에는 신문·대기업 49%, 외국자본 20% 진입이 가능하다. 1인 지분제한은 49%이며, 신문·대기업도 49%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다만 외국자본은 제한적(20%)으로 참여할 수 있다.     
 케이블 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매체 간 균형을 맞추고 있다. 유료방송매체 간 소유·겸영 조항이 불일치했으나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에 의거, 소유·겸영 조항이 일체화되었다. 그 결과 위성방송의 대기업 진입 규제가 철폐되고, 외국자본의 진입이 49%로 증가하였다. 케이블 TV 사업자(SO) 영역에 신문사가 33%에서 49%로 지분참여 확대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위성방송의 사업 확산이 더디고, 케이블 TV SO에 대한 신문사의 진입이 거의 전무한 상태인지라 이 조항은 관심을 모으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간의 겸영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은 위성방송 사업에 진입할 수 있으나 케이블TV SO에는 진입할 수 없다. 겸영금지 조항을 삭제하여 실질적으로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간의 상호 겸영을 추진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네트워크의 한계 때문에 다채널 방송 서비스 구현에도 제한적이며 미디어 융합 시대에 케이블TV 및 통신사업자가 추진하는 TPS 등 결합 서비스 시장에도 진입할 수 없다. 즉 지상파는 비유컨대 ‘파생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 잠재력이 없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출구가 케이블과의 상호 겸영이다. 지역 언론 활성화를 위해 ‘지역신문-지역 TV방송-지역케이블TV’ 간의 상호 겸영과 광역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조항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 대결보다 실사구시
 소유·겸영 규제완화 조항과 관련하여 논쟁의 핵심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입, 종합편성 PP와 보도 PP 진입 문제로 논의의 초점이 집중되고 있다. KBS 2의 민영화의 문제는 여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영방송법(또는 방송공사법) 제정, MBC 민영화 문제는 한승수 총리의 TV 대담과 최근 여권 미디어 정책 책임자들의 발언 등으로 보아 의혹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야 간 신문, 대기업의 특수법인(KBS와 MBC)의 소유, 지분 참여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짓고, 다른 지상파 방송(SBS 및 지역민방) 채널이나 디지털 다채널(MMS 등)에 대해서는 개정 법안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디지털 지상파 채널에 대해서는 신문, 대기업, 외국자본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영국 BBC가 루퍼트 머독과 미국자본(Crown castle), 디지털 다채널을 통해 이른바 적과의 동침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경제침체기에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종합, 보도 채널에 진입할 투자여력이 있을 것인가? 설사 참여한다 해도 수익성이 당장 담보될 것인가? 이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수신료와 광고체제가 박살 나서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생존이 풍전등화와 같은 이 시점에서는 상호 전략적 제휴와 새로운 재원 창출 등 미디어 체제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 여당과 야당, 신문과 지상파 방송이 이데올로기적 담론 대결보다는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방송법 개정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4월호 집중점검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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