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춘렬 세계일보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잘나가던 대표적 상업지인 경화시보와 신경보의 경영·편집권이 돌연 베이징 시 선전부로 변경됐다.
이와 관련해 언론 통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외신의 해석이 나왔다. 이에 비해 ‘중국 미디어 프로젝트’ 연구원은
중국의 매체 통제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반박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달 초 중국의 대표적 상업지로 꼽히는 경화시보(京華時報)와 신경보(新京報)의 경영권이 전격 인수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원래 2001년 창간된 경화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발행하는 인민일보사가 경영·편집권을 행사해 왔다. 2003년 초판을 낸 신경보는 공산당중앙위원회의 기관지인 광명일보(光明日報)와 광둥(廣東)성 공산당위원회기관지인 남방일보(南方日報)가 합작해 만들어 온 신문이다.

두 신문은 관영매체이기는 했지만 서구에 가까운 상업적 편집 스타일을 선보이며 당과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두 신문의 경영·편집권이 돌연 베이징 시 선전부로 변경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잘나가던 신문이 갑작스럽게 인수되자 당장 언론 통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AFP통신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네티즌들의 글을 인용해 이번 조치가 정부 비판 성향에 재갈을 물리고 신문의 질적 저하를 야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어 ‘자원분산’과 ‘동질화 경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 시가 경영과 광고 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이라면서 결국 두 신문이 합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 싸고 꼬리 무는 의혹들

영국 가디언은 중국 기자들의 말을 인용해 두 신문의 인수는 원저우(溫州) 고속열차 추돌 참사 사건 보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 매체들은 40명이 숨진 원저우 참사 사건 때 긍정적 뉴스를 게재하라는 중앙선전부의 보도지침에도 심층 기사와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이에 화가난 중앙선전부가 수도 베이징의 대표적인 매체 두 곳을 본보기 삼아 중국 언론에 강력히 경고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격월간지 ‘디플로매트’는 이 두 신문이 중앙공산당 선전 당국에 장악됐다고 지적했다. 홍콩대학의 언론과 미디어 연구 프로그램인 ‘중국 미디어 프로젝트’ 연구원인 데이비드 반더스키는 이러한 해석이 중국의 매체 통제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비판(http://cmp.hku.hk/ 2011/09/15 /15432/)했다. 당장 원저우 사건 보도에 관한 중국 당국의 분노는 논리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미줄 망의 신문 통제 체계

원저우 고속열차 사건은 국가 차원의 철도 당국과 원저우 및 상하이 당국이 연루된 것으로 베이징 신문의 경영권 인수와 연결시키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선전 당국이 신문 장악력을 강화했다는 분석도 신문 경영감시 기관이 중앙선전 당국에서 베이징 시 선전 당국으로 격하된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중국의 언론 통제는 먼저 매체의 비준과 등록에서 시작된다. 이 권한은 국가신문총국(GAPP)혹은 성이나 시의 신문판공실에서 행사한다. 비준과 등록 이후 당의 핵심적인 언론 통제는 경영과 감독을 책임지는 ‘주관단위’(主官單位)와 편집 및 발행을 담당하는 ‘주간단위’(主辦單位) 제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통상 주관단위는 당과 정부, 노동단체, 청년동맹, 여성조직 단체가 맡으며 주간단위를 통제하게 된다. 주관단위는 당과 언론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인 셈이다. 주간단위는 주관단위의 지휘와 명령에 따라 편집과 출판을 통제하게 된다.

중국 대륙에서 가장 비판적인 매체로 꼽히는 남방일보의 경영·감독 기관은 광둥성 공산당위원회이며 결국 광둥성 당 지도부가 선전부 간부를 통해 신문을 통제하게 된다. 또한 자매지인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남방일보가 맡고 있다. 이 같은 규제장치가 작동하면서 중국에서는 민간 언론의 출범이 원천 봉쇄된다.

다만 인터넷은 이러한 체제가 작동하지 않으며 기술적 통제를 통해 뉴스의 수집과 유통을 통제한다.주목할 대목은 중국 특유의 파수꾼 저널리즘(watchdog journalism)인 ‘이디’(異地·외지)감독이 작동하고 있는 점이다. 이디감독이란 여론 감시의 한 형식으로 한 지방에서 민감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매체가 비판적인 심층 기사를 게재하는 교차 지역보도 관행을 뜻 한다.

예컨대 남방일보는 광둥성 선전 당국의 보도 규율을 지켜야 하지만 광시(廣西)성의 부패 등 민감한 사건에 관해 왕성한 감시 역할을 할 수 있다. 후난성 샹탄(湘潭)대학 철학 역사문화학원의 리카이성(李開盛) 박사는 “이디감독은 중국 매체에서 매우 중요한 현상으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긴급 사건을 외지 매체에서 다룰 경우 고위 지도자들의 시선을 끌게 되고 문제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디감독 현상에는 공산당의 관료적 위계,톱다운 방식의 감시 체제가 그대로 투영된다. 주관단위가 높을수록 낮은 수준의 지방 정부 혹은 조직에 관한 비판적 보도를 쉽게 할 수 있다. 예컨대 저장(浙江)성의 성도인 항저우(杭州) 시에서 대형부패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항저우일보 등 현지 매체가 이 사건을 다루기는 어렵다. 그러나 저장성 당 기관지인 저장성일보는 항저우 시가 아니라 저장성 당 지도부가 주관단위이기 때문에 보도가 가능하다.



베이징 시에 부정적 보도 감소 예상

중국 매체의 특수성과 통제 체제의 틀에서 바라봐야 경화시보와 신경보의 경영권 인수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데이비드 반더스키의 진단이다.

원래 신경보는 수도 베이징에서 발간되면서도 주관단위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광명일보였다. 결국 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공산당위원회가 중앙선전부를 통해 신경보의 경영과 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신경보는 중앙정부 차원의 톱다운 감시 역할이 커져 많은 비판적 기사를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주간단위도 광명일보와 광둥(廣東)성위원회의 기관지인 남방일보가 공동으로 맡았다. 게다가 남방일보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이디감독 전통을 지니고 있다.

경화시보도 주관단위가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베이징 시 지도부는 두 신문에서 쏟아지는 비판 기사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경보와 경화시보의 주관단위가 베이징 시로 변경되면 두 신문의 보도는 종전과 딴판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베이징 시에서 발생하는 예민한 사안에 대해 비판적 보도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또한 주관단위의 격하로 이디감독과 교차 지역보도 기능도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홍콩에서 활동중인 중국의 유명 블로거 베이펑(北風·필명)은 “베이징 시 당위원회는 이번 조치로 더 이상 중앙선전부를 통하지 않고 직접 해당 신문에 보도지침과 지시문을 하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베이징 시에 관한 부정적 보도를 분명히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두 신문에서 주관·주간단위 변경 이후 비판적 기사나 예민한 보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신경보와 경화시보의 경영권 변경조치는 그야말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극약 처방이었던 셈이다.

수년 전부터 지방 고위 관료들은 비판적 성향이 짙은 교차 지역보도에 많은 불만을 제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4년 9월 18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 교차 지역보도 관행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이러한 보도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언론 통제는 내년 권력이양과 관련

중국 당국의 언론 탄압은 신문뿐 아니라 방송과 인터넷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중국 전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후난 위성TV의 공개 가수선발 프로그램인 ‘콰이러뉘성’(快樂女聲)이 막을 내렸다. 관영 신화통신은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이 방송시간 제한을 위반한 혐의로 ‘콰이러뉘성’의 방송을 취소시켰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07년 오디션 프로그램을 황금시간대(오후 7시 30분~10시 30분)에 방영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다른 시간대에 방송하더라도 하루에 두 시간을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후난TV 측은 이 같은 시간제한 규제를 위반했다고 인정하면서 내년에는 이와 유사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젊은이들이 통속 프로그램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고위 지도부 인사들이 대거 인터넷 포털 업체를 직접 방문, 허위 정보 차단과 루머 근절에 주력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선전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과 류치(劉淇) 베이징 시당서기는 9월 5일 중국 최대의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百度) 본사를 방문했다. 앞서 8월 22일에는 류치당서기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분야의 선두주자 시나닷컴(新浪網)과 중국 내 1위 동영상 포털 사이트 유쿠(優酷)를 찾았다.

차오궈웨이(曹國偉) 시나닷컴회장은 9월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디지털 미디어 서밋’에 참석해“신용등급 체계를 이용해 웨이보에 허위 정보를 올리는 이용자들을 처벌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가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전방위 언론 통제는 내년으로 예정된 정권교체와 무관치 않을 성싶다. 과도기적 권력이양을 앞둔 공산당으로서는 무엇보다 체제안정과 사회관리가 지상과제이고, 이는 강도 높은 언론 통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매체 통제와 탄압이 중국 특유의 법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중국 언론의 자율성이 낮기는 하지만 선전 당국이 자의적이고 폭력적 수단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정당성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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