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진화 방향


류준영 이데일리 산업2부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뉴스 사이트 ‘위키트리’가 국내 인터넷 매체를 모두 제치고 ‘트위터 1등 언론’에 등극했던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선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 F8’이 열렸다. ‘페이스북만 잘하면 언론 공채시험에서 가산점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린 건 ‘페이스북 F8’ 키노트를 바라보던 자리에서다.


정보 메신저 넘어 ‘뉴스 팩토리’ 역할 수행

‘발로 뛰는 취재’(레그워크·leg work)가 최고의 취재기법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저무는 듯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SNS 때문이다. 이미 독자는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기자는 이곳에서 기사 소스를 찾아 누비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진대 F8에서 공개된 내용은 종전과 차원이 다른 언론 질서를 예고했다. 아예 페이스북이 미디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전 세계에서 페이스북을 쓰는 사람은 대략 8억 명이다. 이도 대부분 최근 한 달 이내 활동 이력이 있는 사용자들 집계이다. 트위터 맹주를 가로막은 페이스북은 매해 가입자가 두 배수씩 늘고 있다. 특히 미디어가 관심 둘 만한 지명도 높은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일수록 SNS망에서 새어 나갈 틈이 없다. 이 같은 강력한 네트워크망은 수용하기 힘들 정도의 정보로 넘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0월 20일 페이스북이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진 혐의로 최대 1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있다.

F8의 내용을 종합하면 정보의 보고인 SNS는 단순히 정보 메신저 역할을 넘어 ‘뉴스 팩토리’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 전문업체 소셜링크 이중대 대표는 “1세대 소셜기반 미디어인 ‘허핑턴포스트’의 연착륙을 보더라도 페이스북은 앞으로 미디어 변화의 주체가 돼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자들의 라이프스토리도 기록

‘페이스북 이펙트’의 저자 데이비드 커패트릭은 최근 페이스북의 변화에 관해 “사용자들의 상주 시간을 더욱 늘리기 위한 첫 번째 액션”이라고 평했다. 스마트폰으로 SNS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페이스북은 최근 앱 스타일에도 변화를 가미했다. 모바일을 통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약 3억 5,0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위치도 알 수 있는 ‘체크인’ 서비스를 내놓은 점이 눈에 띈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자 한 페이스북의 진화는 데이비드 커패트릭의 예측대로 적중
했다.

페이스북 F8 행사에선 음악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와 ‘턴테이블닷컴’ 최고경영자(CEO)가 연사로 나섰다. 음악이나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으로 색다른 콘텐츠가 추가됨으로써 페이스북은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가장 빠른 시장조사 혹은 여론조사 기관이 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

페이스북에 가입할 때 반드시 기입해야 하는 개인 정보가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꾸준히 이용자가 개인 정보를 입력하도록 유도한다. 전화번호나 직업, 종교, 정당, 출신학교 등 별도의 항목을 만들고, 더 많은 정보를 입력할수록 친구를 더 많이 찾을 수 있다고 끌어들인다. 게다가 가상 화폐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의 금융 정보도 취득한다.

이에 더해 개인의 정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페이스북의 집요함은 ‘타임라인’(Time Line)이란 신규서비스를 만들었다. 프로필 페이지가 업그레이드된 타임라인은 사용자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모두 보여 준다. 지금까지 페이스북은 글을 올리면 현시점에서의 기록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태어날 때나 1980년대 혹은 2000년 등 특정한 과거 연도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해 지난 과거에 사용자가 무엇을 했는지도 기록할 수 있다.

페이스북네트웍스 대표이자 ‘페이스북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저자인 최규문 씨는 “올해 열린 페이스북 F8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읽는 모든 일상 행동까지도 자유롭게 공유할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며 "타임라인을 통해 전 세계 8억 명의 라이프스토리를 실시간 1인 뉴스 미디어 형태로 재편집하고 연결하겠다는 원대한프로젝트가 이미 개시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뉴스 매체들이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통해 세상의 이슈와 속보를 취재하듯이 이제 머지않아 새 소식을 얻으려는 기자들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과 티커(Ticker·지금 이 순간 기능·페이스북 친구들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뉴스피드 기능)를 통해 사람들의 소식과 뉴스를 취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픈그래프, 외부 웹과 연결 추진

소셜 정보 분석 사이트 트윗믹스 관계자는 “오픈그래프가 전 세계 웹사이트에 적용될 경우엔 세상 모든 정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는 날이 더 빨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그래프는 사회적 연결망을 가진 외부 웹사이트들이 하나로 연결된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페이스북 변화의 핵심이다. 페이스북의 사회적 연결망은 더더욱 촘촘하게 엮여 하나로 통합된 소셜 웹이자 세상 모든 소식이 한 곳에 집중된 ‘정보 허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F8’행사에서 만난 이단 버든 페이스북 플랫폼 파트너십 디렉터는 “각기 다른 웹사이트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 오픈그래프는 더욱 사회화된 이용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속내는 외부 웹사이트의 종속이며, 온라인상에 뿔뿔이 흩어진 개인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한데 모으려는 꿍꿍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링크된 외부 웹사이트 내용에 관해 댓글을 작성하면, 그 댓글이 외부 웹사이트에도 동시에 기록되는 ‘소셜 댓글’만 봐도 이런 동기화는 페이스북 인맥이 자동으로 외부 웹사이트 인맥으로 이어지는 구조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외부 웹사이트 인맥이 다시 페이스북 인맥으로 이어질 것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페이스북 오픈그래프 안에 있는 모든 웹사이트들의 업데이트가 페이스북 중심으로 서로를 동기화시키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인의 일상이 빠짐없이 기록되고 통합된다는 의미다.

페이스북의 뉴스 전달력은 강제성을 띤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이용자가 보지 않은 게시물을 표시해 주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게시물 좌측 위에 책갈피를 접어 둔 것과 비슷한 표시가 있으면 아직 확인하지 않은 소식이란 뜻이다. 마크 통클로위츠 페이스북 개발 매니저는 “사용자는 중요한 소식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뉴스피드는개인 전용 신문처럼 작동한다”고 말했다.


버튼 하나로 맞춤형 뉴스 생산 기대

그렇다면 ‘페이스북의 변화를 언론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묻게 된다.

원고지에 기사를 작성하던 옛날,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 검색엔진이 없던 시절엔 기사 작성에 필요한 정보를 기자 대신 모아 주던 정보 창구가 언론사마다 있었다. 이른바 언론사의 CIA라고도 불리던 ‘정보지원팀’이다. 이 조직은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앞으로 이 빈자리를 페이스북이 채워 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 빠르고, 더욱 심층적이며, 나아가 ‘보도가 독자랑 어떤 관계에 있나’를 역학적으로 따져 맞춤형 뉴스로 접근하는 데 페이스북 정보력을 적절히 활용해 볼 만하다.

이광형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책임교수는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가 뉴미디어 시장에 새 취재기법으로 응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오인포매틱스란 방대한 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컴퓨터로 분석·예측하는 것으로 근래 주목받는 생명정보학이다. 이를 빗대면 유전자 정보는 페이스북 네트워크망을 통해 수집된 내용이고, 컴퓨터 분석 예측 기법은 언론사의 취재·편집 프로세서일 것이다.

이광형 교수는 “특정인에 대한 자료나 국가별로 처한 상황, 금융이나 정치권의 정책 변화와 같은 뉴스데이터베이스(DB)를 자동으로 조합해 새로운 정보를 독자들에게 빠르게 제공하는 신개념 취재 프로세서가 향후 미디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예컨대 스티브잡스 애플 창업주의 사망 기사가 속보로 처리된 후 매체들은 잡스에 대한 특별 코너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했다. 그러나 자료를 모으고 처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결합한 뉴스 자동화 프로세서라면 ‘스티브 잡스의 성공 일대기’, ‘IT 시장의 변화’, ‘경쟁 기업들의 반응’ 등의 여러 후속 기사를 컴퓨터 ‘엔터’ 버튼 한 번으로 자동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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