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에 들어가다


김승권 경남신문 사진부 기자





고려대장경이 천 년의 세월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월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45일간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 경남 합천군 해인사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1011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의 판각이 시작됐다. 초조대장경 경판은 1232년 몽골의 침입으로 소실돼 지금은 인경본만일부 남아 있다. 초조대장경판이 소실된 후 다시 조성한 대장경이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이다. 1236년부터 1251년까지 판각한 재조대장경은 유네스코(UNESCO)가 지난 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이다. 또한 유네스코는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제52호)을 지난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장경판전은 출입이 매우 힘든 곳으로 해인사 스님들조차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경남신문 지령 2만 호 취재로 보존 국장인 성안 스님과 약간의 친분이 있었지만 힘들게30분간만 취재 허락을 받았다. 짧은 취재 시간으로인한 심적 부담은 있었지만 늘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사진기자 아니던가? 다행히 보기 힘든 인경(책으로 편찬하기 위해 경판을 종이에 인쇄하는 작업)하는 날이었다. 8만여 장의 경판이 천 년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게 만든 장경판전 내부는 신비함을 가득 안고 있고 비밀스러운 곳이었다. 고려대장경은 모두 8만 1,258장으로, 칸당 2층씩 6층으로 나눠 경판을 보관하고 있었다. 내부에 놓인 사다리를 이용해 최대한 높은 곳에서 앵글을 맞추었다. 장경판전의 벽면 아래와 위의 크기를 달리한 살창으로 스며든 햇살과 바람이 대장경을 감도는 것처럼 보였다. 살창을 통해 들어온 바람과 햇살이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 목판의 뒤틀림을 막는다고 했다. 장경판전이 가진 건축과학이었다. 성안 스님이 경판을 하나 꺼내 보였다.‘섭대승론’ 경판이라고 했다. 경판은 한 장에 23줄, 한 줄에 14자가 새겨져 있다. 경판 한 귀퉁이에 경판을 새긴 각수(刻手)의 이름인 경희(景希)가 눈에 들어왔다. 500여 명의 필생(筆生)과 각수들이 작업했지만 판각 수준은 일정하고 글씨체도 수려하다. 추사 김정희는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 내려와 썼다”고 찬탄했다고 한다.



짧은 취재를 끝낸 후 바람이 얼굴을 스쳐 갔다. 천 년의 세월조차 찰나로 느껴지는 비밀의 방에서 바람도 어느새 영겁으로 사라진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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