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조사 방법 어떻게 개선돼야 하나


황성연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연구위원


시청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아마 ‘시청률 지상주의’일 것이다. 시청률 지상주의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 방송이 시청자가 필요한 프로그램보다 시청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되고 결국 방송 시장이 황폐화돼 거대한 황무지가 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논의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로 인해 그동안 시청률은 우리 사회에서 그 의미와 내용이 사실상 평가절하된 점이 없지 않다.


광고 시장에서 교환의 기준이 시청률

물론 방송이 시청자의 기호를 충족하는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것이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을 방송의 공익적 목적을 위해 무작정 제공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오히려 보다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도록 노력해 시청률을 높이는 게 방송의 숙명임을 인식해야한다.

시청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시청률의 기능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청률은 관련 산업에서 통화로서 기능한다. 이는 미디어 산업이 가지는 이중시장의 특성으로 인해 교환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미디어 기업은 시청자(또는 독자)에게 자신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를통해 시청자로부터 가입료(시청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가입료만으로는 미디어 기업을 운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를 다시 광고주에게 판매하게 된다. 따라서 미디어 기업은 자신의 콘텐츠를 판매하는 1차 시장과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청자를 제공하는 2차 시장으로 구성된 이중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2차 시장에서는 시청자에 대한 접근권을 판매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한데 그 교환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시청률이다<그림>.

따라서 시청률은 단순히 어떤 콘텐츠를 소비한 사람의 규모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미디어 기업에는 시청자의 규모를 광고비로 산정하는 교환율의 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 시청률은 방송사에는 해당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청했는지 알려 주는 성적표이고, 광고주에게는 자신의 광고를 시청할 만한 사람들의 내역을 살펴 방송사에 지불할 비용을 결정하는 주요한 자료인 셈이다.


시청 채널 감지 ‘미터기 기술’이 중요

미디어 시장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교환하는 기준이기에 시청률은 정확하고 엄정하게 조사돼야 하며, 조사 결과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청률 조사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얼마나 다양한 채널을 조사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도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시청률 조사에 필요한 몇 가지 주요 관리요소를 바탕으로 시청률 조사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시청률 조사 회사가 조사할 수 있는 채널 수는 조사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시청률 조사방법은 그동안 세 가지 방법을 거쳐 발전했다. ①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대에 직접 전화조사를 통해 집계하는 방법, ②시청률 조사 패널을 구축하고, 패널이 직접 작성한 시청 일기를 통해 조사하는 방법, ③조사 패널을 구축하고 기계식 미터기를 통해 조사하는 방법이 있다. ①과 ②의 방법은 응답자의 오류 및 집계에 걸리는 시간 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1980년대 이후에는 기계식 장치에 의한 시청률 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결국 시청률 조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채널을 감지하는가는 시청률 조사에 활용하는 미터기의 성능에 달려 있다. 언뜻 보기에 시청자가 시청하는 채널을 감지하는 미터기 기술이 매우 간단할 것으로 보이지만, 채널 감지 기술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왜냐하면 시청자가 특정 채널을 시청하는 방법은 방송 서비스의 발달로 다양해졌고, 방송의 양식도 디지털·아날로그뿐만 아니라 MMS(Multi-mode service), 3D, 스마트 TV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청률 조사회사는 방송환경에 적합한 미터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지상파, 케이블, 위성,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 시청 환경에 적용 가능한 피플미터 기를 운용, TV를 통한 시청률을 통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 패널의 대표성이 신뢰성 좌우

둘째, 시청률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시청률은 모든 시청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조사 패널을 통해 수집된 시청 기록을 가지고 전체 시청자를 대상으로 산정한 것이다. 따라서 시청률 조사를 위해 구축된 패널의 대표성과 수집된 시청 기록을 전체로 추정하는 과정에 대한 안정성과 신뢰성이 필요하다. 시청 기록을 통해 전체 시청자의 특성을 추정하기 위해 시청률 조사 회사는 크게 두 가지 자료에 의해 전체 시청자의 특성을 파악하게 된다. 하나는 전체 시청자의 성별, 연령별 구성에 대한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시청자의 TV 시청 환경에 대한 자료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에 대한 가장 정확한 수치는 통계청에서 작성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파악하며, 후자는 시청률 조사 회사가 실시하는 기초조사를 통해 파악한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시청률 조사 회사는 전체 시청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조사 패널을 통해 수집한 시청 기록을 전체 시청자로 산정하게 된다. 지난해 조사된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내년부터 시청률 추정 과정에 반영되며, 새로운 기초조사 결과가 시청률 산정에 반영될 것이다.

셋째로 조사 패널의 구성 방식은 전국 시청률 합산 방식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현재 발표되는 전국 시청률은 전국의 대표성 있는 시청률이 아니라 실제로는 조사하는 지역 시청률의 합이라는 점이다.

즉 시청률 조사 회사가 전국 몇 개 지역에서 시청률을 조사하는지에 따라 전국 시청률은 달라진다. 이는 시청률 조사가 처음부터 전국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특정 조사 지역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전국 시청률을 위해서는 전국 패널을 선정하고, 이들로부터 시청률을 조사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청률 조사는 시청률이 필요한 지역에서 먼저 시작해 점차 조사 지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사 방식을 이르는 용어로 DMA(Designated Market Area) 또는 TMA(Television Market Area)가 공식적으로 사용된다.

2012년부터는 조사 지역 중심의 전국 시청률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국 시청률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국 242개 시군구 중 약 80% 이상의 지역을 포함하는 조사 패널의 구축을 완료했다. 관련 자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으며, 구축된 패널을 통해 수집된 시청률에 대한 안정화 작업도 마친 상태다.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전국 시청률을 통해 보다 정확한 시청률 조사가 이루어 질 것이다.

시청률 조사의 변화와 더불어 변화된 시청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먼저 비동시적 시청에 대한 측정 방법의 모색이다. 본래 TV 시청은 동시성을 기본적인 특징으로 한다. 즉 특정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방영 시간대에 TV 앞에 앉아야만 시청할 수 있었다.


VOD 시청 조사는 아직 도입 안돼

이러한 동시적 시청 형태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전으로 비동시적 시청 또는 시간초월시청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비동시적인 시청은 1970년대 말 보급된 VCR의 녹화 기능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녹화해 두었다가 시청자가 편리한 시간에 시청한 것이 최초의 형태이다.

최근에는 비동시적 시청을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는 방송 서비스가 등장했다. 흔히 VOD로 불리는 다시보기 서비스를 플랫폼 사업자가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PVR(Personal Video Recoder)이다. 이러한 시청 형태를 조사하는 국가는 2009년까지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핀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8개국 정도다.

이러한 비동시적 시청을 조사하는 경우가 적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①비동시적 시청의 다양한 형식 때문이다. 즉 본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방법에는 시청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녹화(PVR, VCR)하여 시청하는 방법,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②비동시적 시청은 채널을 인식하던 기존 시청률 조사와 달리 프로그램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동일한 시간대를 두고 시청자가 어떤 채널을 시청하는지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인데 반해 비동시적 시청은 특정한 기간(보통 일주일)을 두고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했는지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청률 조사 회사가 이전과 달리 프로그램 인식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RPD(Return path data)를 통해 VOD 프로그램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동시적 시청은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VOD 정보가 아직까지 통일된 규칙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사업자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돼 있어 이를 통합하는 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으며, 관련 법 규정상 RPD를 사업자가 조사 회사에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야외 시청에 대한 조사 노력이다. 이전의 TV는 가구에 설치된 수상기를 통해 시청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DMB 시청이나 스마트폰 등 스마트 미디어를 이용해 방송 전파를 사용하지 않고 와이파이 망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보급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동형 매체를 이용한 시청률 조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특히 관심이 많은데,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상파 DMB에 대한 조사는 주지하듯이 이미 2004년부터 해 왔다.하지만 보편적인 조사방법이 명확하게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시청률 조사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지상파 DMB 시청률 조사는 지상파DMB특별위원회 주도로 개발된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DMB를 시청한 경우에만 한정돼 있어 조사의 한계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전의 DMB 조사와 달리 스마트폰을 이용한 안정적인 시청률 조사 방식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이전에 비해 발전한 것이지만 기존의 고정형 TV와 다른 이동형의 특성으로 인해 아직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라 전파를 이용하지 않고 와이파이 망을 이용해 시청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한 실정이다.


방송사들 요구로 통합시청률 시도

마지막으로 다른 매체를 통한 TV 프로그램 시청을 통합해 측정하고, 분석하는 이른바 통합시청률을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경향은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날로 다양해지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시청률 조사 회사의 대응전략 측면도 존재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시청 환경 변화로 유출된 시청자를 최대한 모으기 위한 방송사의 요구로 진행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통합시청률을 조사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서로 다른 매체의 이용 형태를 조사하는 패널을 통합해 조사하는 통합패널(Single source panel, Convergence panel)구축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다. 통합패널은 조사 패널을 통해 서로 다른 모든 매체의 이용을 바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패널의 구축은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된다. 아직까지 통합패널을 통해 통합시청률을 분석하는 경우는 시범적인 경우에 국한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합패널 구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것이 혼합패널(Fusion panel)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혼합패널은 기존 패널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서로 다른 매체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합해 분석하거나, 매체별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매체별 환산율을 책정하고 이를 통해 전체 미디어 이용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통합패널을 구축해 통합시청률을 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중간 과정으로 혼합패널을 활용하는 정도다. 이러한 조사 방식은 아직 실험적인 단계로 공식 자료로서보다는 케이스스터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청률은 미디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이면서 미디어 산업을 운용할 수 있도록 가치를 교환해 주는 통화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방송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중하고 명확하게 시청률을 산정할 수 있는 체계와 방법에 대한 검점도 중요하다. 따라서 시청률에 대한 관심이 시청률을 가장 높은 가치로 삼는 방송, 인기에 부합하는 저품질 방송으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

시청률은 방송사의 경쟁력이나 파급력을 파악하는자료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시청 환경에 대한 인식과 조사방법의 고도화를 위해 조사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의 협조와 공조도 필요하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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