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저녁종합뉴스가 겪고 있는 시청률 하락 현상은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야기한 불가피한 결과이다. 어찌 보면 현재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의 시청률 합계가 40% 내외인 것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유비쿼터스 뉴스 제공 시대에 굳이 저녁 30~40분 동안 가만히 앉아서 TV뉴스를 시청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종합뉴스의 편성시간과 관련해서도 보다 치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경쟁 방송사와의 시청률 경쟁 차원에서 메인 뉴스의 방송시간대 이동을 생각하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뉴스 구성의 완성도 등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근시안적인 변화도 문제이지만, 기존 관행에 대한 지나친 고수도 지양해야 한다. 

5년 새 시청률 하락세
연속극 시청률에 희비교차

지상파 방송 뉴스 시청률 변화 현황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지상파 방송의 대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저녁종합뉴스의 시청률이 하락하고 방송사 간 순위 변동이 발생하면서, 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논의가 분분하다. 이러한 논의과정에서 지상파 뉴스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어설픈 판단과 의도적 해석이 난무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 현상과 관련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과 향후 전개방향을 기술하고자 한다.

KBS·SBS 1위 경쟁 속 MBC는 3위
주지하다시피 지상파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자료를 바탕으로 2004년 6월부터 2006년 5월까지 2년 동안 지상파 방송의 저녁종합뉴스 시청률과 점유율을 분석한 필자의 연구에서도 완만하면서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BS 뉴스9’는 2004년 6월에 시청률 19.6%(점유율 30.5%)를 기록했지만, 2005년 12월에는 17.7%(점유율 28.4%), 2006년 5월에는 15.5%(점유율 25.6%)로 하락했다. ‘MBC 뉴스데스크’의 경우에는 감소폭이 더욱 심했다. 2004년 6월에 15.1%였던 시청률(점유율 23.3%)이 2005년 12월에는 8%(점유율 12.9%)로 급락했다가 2006년 5월에 9.5%(점유율 15.6%)로 다소 회복했다. ‘SBS 8뉴스’는 2004년 6월 시청률 9.4%(점유율 16.2%)를 나타냈고, 2005년 12월 10.2%(점유율 18.1%)로 한때 MBC를 추월했지만, 2006년 5월에 8.4%(점유율 15.6%)를 기록하여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요컨대 2004년 6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만 2년 동안 KBS는 4.1% 포인트, MBC는 5.6% 포인트, SBS는 1% 포인트 등 전반적으로 저녁종합뉴스의 시청률이 감소했으며, 특히 MBC의 시청률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SBS와의 2위 경쟁에서도 한때 밀리는 양상을 보여 주었다. 당시 필자는 MBC가 고전했던 원인으로 ‘PD수첩’과 황우석 사건의 후폭풍과 함께 경쟁 방송사들이 뉴스진행 방식과 기사의 심층성 제고를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과거의 명성에 안주한 채 변화를 두려워하고 각종 비리에 연루되면서 자초한 바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 추세는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역시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자료를 토대로 2009년 2월 24일부터 3월 2일까지 시청률 추이를 살펴본 결과 ‘KBS 뉴스9’는 11.3~17.1%(점유율 15~26%), ‘MBC 뉴스데스크’는 6.9~11.3%(점유율 9~17%), ‘SBS 8뉴스’는 8.9~14.2%(점유율 13~2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지난 2~3년 전에는 KBS가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한 가운데 MBC와 SBS가 2, 3위 쟁탈전을 벌이는 형국이었다면, 최근에는 KBS와 SBS가 1, 2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MBC가 3위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녁종합뉴스 상징성이 크다
  특히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하락과 3위 추락을 계기로 뉴라이트 계열의 시민단체들과 보수신문들은 연일 비판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는 최근 기사에서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지상파 3사 중 최하위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공정언론시민연대가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를 소개하며 최근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에 허위, 편파적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역시 MBC 뉴스가 왜 외면당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기사에서 일부 학자들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균형보도를 무시한 일방적 주장,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가 자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진보신문과 미디어 전문지 등은 KBS와 MBC의 저녁종합뉴스 시청률이 떨어진 것은 SBS의 일일연속극 ‘아내의 유혹’이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40%를 돌파하면서, 후속 편성된 ‘SBS 8뉴스’에 채널을 고정시키는 효과를 유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보다 심각한 사실은 뉴스가 친정부적 성향으로 급격히 변질되면서 신뢰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앞서 살펴본 뉴스 시청률 추이에서 알 수 있듯이, 지상파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시청률 하락은 최근에 갑자기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이미 4~5년 전부터 MBC와 SBS의 저녁뉴스 시청률은 10% 전후에 머물렀으며, 직전에 방송되는 일일연속극의 흥행여부에 따라 방송 3사의 뉴스 시청률에 대한 희비가 교차하곤 했다. 그 결과 대동소이한 아이템들로 구성된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가 차별적인 특성으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보다는 인기 있는 일일연속극을 보다가 채널을 변경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계속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의 뉴스 프로그램, 특히 저녁종합뉴스가 지닌 사회적 영향력과 여론 형성 기능은 여전히 강력하다. 어떤 아이템을 전면에 배치하고, 어떤 각도에서 보도하느냐에 따라 사안의 중요성이 강조되거나 무시된다. 최근 KBS와 MBC의 저녁종합뉴스가 정부 정책을 편향적으로 반대하는지 아니면 비판기능이 상실된 채 친정부적인 논조로 바뀌었는지를 놓고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만큼 저녁종합뉴스가 우리 사회에서 지닌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뉴스 시청률 하락의 원인과 처방
지상파 방송의 저녁종합뉴스가 겪고 있는 시청률 하락 현상은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야기한 불가피한 결과이다. 어찌 보면 현재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의 시청률 합계가 40% 내외인 것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통한 유비쿼터스 뉴스 제공 시대에 굳이 저녁 30~40분 동안 가만히 앉아서 TV뉴스를 시청할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평일에는 근무강도가 더욱 세진 까닭에 직장인들이 저녁 8시나 9시에 귀가하여 뉴스를 시청하는 일이 매우 힘들어졌다. 또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저녁시간에는 TV 시청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과연 어디가 시청률 하락의 바닥일지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최악의 경우 저녁종합뉴스의 평균 시청률이 5%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여기에는 시청계층의 변화도 수반되는데, 젊은 시청자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60대 이상의 남성 시청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수년 동안 지상파 뉴스 시청률이 좀 더 하락할 수 있으며, 하락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성향과 요구를 고려한 제작진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뉴스의 정파성 논란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언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고 미화하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 홍보기관의 역할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도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제기해야 한다.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보수신문들이 집권세력과 유착하여 비판의 칼날이 무딘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뉴스마저 정권을 의식한 소극적 보도에 머무른다면 국가의 앞날이 암울할 수밖에 없다. 사심 어린 비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일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이 수행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인 것이다.
  제작 및 편성 측면에서 뉴스 시청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뉴스 제작에서 수년 전부터 필자가 주장해 왔듯이 심층성과 기획성 그리고 탐사 저널리즘의 정신이 충만한 아이템들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일상적인 사건사고는 단신 형태로 짧게 처리하고, 핵심 이슈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진행자가 담당기자 또는 주요 관련자와 인터뷰를 하고 몇 개의 아이템으로 나누어 심층 구성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호흡이 짧은 나열식 아이템 구성에서 심층성 이슈 저널리즘으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뉴스 진행자의 전문적인 식견과 강력한 카리스마가 존재해야 한다. 단지 원고를 읽는 수준에 머문다거나 튀는 스타일로 승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신경민, 박혜진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뉴스 진행을 책임진 앵커의 절제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멘트를 간만에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녁종합뉴스의 편성시간과 관련해서도 보다 치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경쟁 방송사와의 시청률 경쟁 차원에서 메인 뉴스의 방송시간대 이동을 생각하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뉴스 구성의 완성도 등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근시안적인 변화도 문제이지만, 기존 관행에 대한 지나친 고수도 지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최근 지상파 방송의 저녁종합뉴스 시청률 하락을 둘러싸고 제기된 논쟁은 다분히 작위적이거나 의도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방송뉴스를 비롯한 언론의 존재 이유는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비판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오히려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격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의 시청률 하락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경에서 야기된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뉴스 제작과 편성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하여 시청률 하락 속도를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4월호 저널리즘리뷰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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